준공검사 뒤 사라지는 빌딩 녹지공간

입력 2002.12.30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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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대형건물들이 준공검사만 받고 나면 녹지공간을 슬그머니 없애고 있습니다.
물론 법을 어기는 일이지만 이게 더 이익이라고 합니다.
실태와 문제점을 김원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모텔입니다.
이 주차장은 건물사용 승인 당시에는 40제곱미터의 화단이었습니다.
건물 뒤편 녹지도 모두 나무를 뽑아내고 콘크리트로 덮었습니다.
현행법대로라면 연면적이 1700여 제곱미터인 이 모텔은 대지면적의 10%인 49제곱미터가 녹지로 조성되어야 합니다.
⊙모텔 건물주: 차 댈 곳이 없어서 그랬죠. 이곳 좀 쓰게 놔두지 그래요.
⊙기자: 건물 전체가 대형 사우나인 이 건물 역시 단풍나무와 벚나무 20여 그루가 사라지고 대신 가건물 두 동이 버젓이 들어섰습니다.
관할구청에서 두 차례 이행강제금을 물렸지만 액수가 적다 보니 건물주들은 차라리 법을 어기는 게 이익이라는 배짱입니다.
⊙기자: 이행강제금 세입자가 내세요?
⊙건물주: 세입자가 (가건물)지었는데 세입자가 내죠. 저희는 상관 없어요.
⊙기자: 관리를 소홀히 해 녹지공간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허가 당시 건축물 배치도에는 벚나무와 은행나무 등 30여 그루를 심었다고 신고했지만 사용승인 뒤 대부분 말라죽었습니다.
이처럼 상당수 빌딩건물의 녹지건물이 사용승인 뒤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서울시가 시내 1400여 개 빌딩을 조사한 결과 3곳 중 1곳의 녹지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200여 곳은 아예 나무를 모두 뽑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약해 적발된다 해도 녹지를 되살리는 건물주는 없습니다.
이행강제금이 과세표준액의 10분의 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의신(서울 성북구청 건축과): 고발조치까지 하고 그 다음에 이행금을 부과하는데 일단 이행강제금 부과금액이 높다든지 이러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기자: 이런 이유로 서울시의 조사 대상 건물 1400여 곳에 조성되어 있던 녹지 5000여 제곱미터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00여 제곱미터가 최근 1년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KBS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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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공검사 뒤 사라지는 빌딩 녹지공간
    • 입력 2002-12-30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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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대형건물들이 준공검사만 받고 나면 녹지공간을 슬그머니 없애고 있습니다. 물론 법을 어기는 일이지만 이게 더 이익이라고 합니다. 실태와 문제점을 김원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모텔입니다. 이 주차장은 건물사용 승인 당시에는 40제곱미터의 화단이었습니다. 건물 뒤편 녹지도 모두 나무를 뽑아내고 콘크리트로 덮었습니다. 현행법대로라면 연면적이 1700여 제곱미터인 이 모텔은 대지면적의 10%인 49제곱미터가 녹지로 조성되어야 합니다. ⊙모텔 건물주: 차 댈 곳이 없어서 그랬죠. 이곳 좀 쓰게 놔두지 그래요. ⊙기자: 건물 전체가 대형 사우나인 이 건물 역시 단풍나무와 벚나무 20여 그루가 사라지고 대신 가건물 두 동이 버젓이 들어섰습니다. 관할구청에서 두 차례 이행강제금을 물렸지만 액수가 적다 보니 건물주들은 차라리 법을 어기는 게 이익이라는 배짱입니다. ⊙기자: 이행강제금 세입자가 내세요? ⊙건물주: 세입자가 (가건물)지었는데 세입자가 내죠. 저희는 상관 없어요. ⊙기자: 관리를 소홀히 해 녹지공간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허가 당시 건축물 배치도에는 벚나무와 은행나무 등 30여 그루를 심었다고 신고했지만 사용승인 뒤 대부분 말라죽었습니다. 이처럼 상당수 빌딩건물의 녹지건물이 사용승인 뒤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서울시가 시내 1400여 개 빌딩을 조사한 결과 3곳 중 1곳의 녹지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200여 곳은 아예 나무를 모두 뽑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약해 적발된다 해도 녹지를 되살리는 건물주는 없습니다. 이행강제금이 과세표준액의 10분의 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의신(서울 성북구청 건축과): 고발조치까지 하고 그 다음에 이행금을 부과하는데 일단 이행강제금 부과금액이 높다든지 이러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기자: 이런 이유로 서울시의 조사 대상 건물 1400여 곳에 조성되어 있던 녹지 5000여 제곱미터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00여 제곱미터가 최근 1년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KBS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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