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닦고 다시보는 KBS 뉴스9 ‘그때 그 사건’

입력 2018.07.09 (14:52) 수정 2018.07.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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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과 함께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 사건을 당시 KBS 9시 뉴스에서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KBS가 그동안 뉴스 홈페이지에 화질이 좋지 않아 사실상 '존재만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과거의 9시 뉴스의 자료를 새롭게 복원해 고화질 영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검색이 불가능했던 영상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 새롭게 올렸다. 1987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모두 8천8백일 치의 기록, 기사 총 30만 건에 달한다.

◆ 볼 수 없었던 ‘옛날 뉴스’ 15만 건 복원

“치안본부는 공안사건과 관련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21살 박종철 군이 숨졌다고 오늘 오후에 발표했습니다. (중략) 오전 10시 50분쯤 조사를 받다 의자에서 쓰러져 중앙대학교 부속대학교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습니다.” (1987.1.15.)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첫 보도는 단신 뉴스였다. 사건 발생 다음날, 경찰 치안본부의 발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조사를 받다 의자에서 쓰러졌다는 첫 보도, 이 사건은 4일 뒤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한다.

경찰의 자체 수사결과 가혹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1월 19일, <서울대학생 박종철 군 가혹행위로 숨져>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수사 발표 내용이 보도된다.

위협수단으로 한 차례 욕조 물에 잠시 집어넣었다가 내놓았으나 계속 진술 거부하며 완강히 반항하자 다시 욕조 물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급소인 목 부위가 욕조 턱에 눌리어 질식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1987.1.19)

1988년 가을 개최된 서울 올림픽은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당일 9시 뉴스는 개막식 주요 장면부터 경기 소식 등 올림픽 관련 보도로 모두 채워졌다.

당시 보도에는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축사, 굴렁쇠 소년’ 윤태웅 군의 인터뷰, 비둘기의 생사가 논란이 된 성화 점화장면 등 지금까지 화제가 되는 개막식 주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8년 6월 16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와 함께 판문점을 넘은 장면역시 볼 수 있다. 전날부터 소 떼 500마리를 실은 트럭 50대의 행렬이 줄을 이어 달리는 모습, 행사 당일 판문점을 넘는 정 회장의 모습 등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역사적 순간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KBS 내부 저장소에만 존재하던 과거 뉴스가 전면 공개됐다. 새롭게 복구된 기사는 1987년 1월부터 2000년 3월까지의 ‘9시 뉴스’ 총 15만 건에 달한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지존파 사건,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등 80~90년대 한국 사회에 남긴 굵직한 이슈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 역사의 순간들, 고화질 영상으로 새 단장

기존에 서비스되던 영상도 고화질 영상으로 개선된다. 지난 4월 27일, 세계의 이목은 판문점을 향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남과 북의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은 어땠을까? 지난 남북 정상회담의 모습도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

2000년 6월 13일, 분단 55년 만에 두 손을 맞잡은 남과 북의 정상. 김대중 대통령이 탄 특별기가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왔다.

특집으로 진행된 KBS 9시 뉴스는 총 40여 개의 기사로 역사적인 순간을 자세하게 담아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분단 이후 국가 원수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즉석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2007.10.2)

이렇게 KBS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나라 안팎의 소식을 전해왔다. 그 간의 기록은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뉴스 다시보기’에서 해당 날짜를 넣어 검색할 수 있다.


이번에 과거 뉴스를 고화질로 서비스를 하는 데는 어려움도 많았다.

컴퓨터 저장장치에 영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오디오가 좋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영상 기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책무도 가진 KBS는 아날로그 테이프 등을 통해 복수로 해당 영상들을 보관하고 있어, 여기서 새로 영상을 뽑아내 이번에 서비스할 수 있었다.

주로 198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뉴스 영상으로 3천7백일 치에 달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선영진 KBS 뉴스플랫폼개발부장은 “KBS 중심 뉴스의 과거 자료 15만 건을 새롭게 공개하고 기존 제공하던 서비스의 질을 개선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만든 콘텐츠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KBS 디지털뉴스는 이번 KBS 9시 뉴스 복원작업에 이어 이슈를 중심으로 한 뉴스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김중철 차장은 “기록물로만 남아있던 과거 뉴스를 서비스하게 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과거 콘텐츠를 엮어 보다 깊이 있는 KBS 뉴스가 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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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지 닦고 다시보는 KBS 뉴스9 ‘그때 그 사건’
    • 입력 2018-07-09 14:52:34
    • 수정2018-07-24 10:30:47
    취재K
1987년 1월,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과 함께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 사건을 당시 KBS 9시 뉴스에서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KBS가 그동안 뉴스 홈페이지에 화질이 좋지 않아 사실상 '존재만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과거의 9시 뉴스의 자료를 새롭게 복원해 고화질 영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검색이 불가능했던 영상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 새롭게 올렸다. 1987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모두 8천8백일 치의 기록, 기사 총 30만 건에 달한다.

◆ 볼 수 없었던 ‘옛날 뉴스’ 15만 건 복원

“치안본부는 공안사건과 관련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21살 박종철 군이 숨졌다고 오늘 오후에 발표했습니다. (중략) 오전 10시 50분쯤 조사를 받다 의자에서 쓰러져 중앙대학교 부속대학교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습니다.” (1987.1.15.)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첫 보도는 단신 뉴스였다. 사건 발생 다음날, 경찰 치안본부의 발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조사를 받다 의자에서 쓰러졌다는 첫 보도, 이 사건은 4일 뒤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한다.

경찰의 자체 수사결과 가혹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1월 19일, <서울대학생 박종철 군 가혹행위로 숨져>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수사 발표 내용이 보도된다.

위협수단으로 한 차례 욕조 물에 잠시 집어넣었다가 내놓았으나 계속 진술 거부하며 완강히 반항하자 다시 욕조 물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급소인 목 부위가 욕조 턱에 눌리어 질식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1987.1.19)

1988년 가을 개최된 서울 올림픽은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당일 9시 뉴스는 개막식 주요 장면부터 경기 소식 등 올림픽 관련 보도로 모두 채워졌다.

당시 보도에는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사마란치 위원장의 축사, 굴렁쇠 소년’ 윤태웅 군의 인터뷰, 비둘기의 생사가 논란이 된 성화 점화장면 등 지금까지 화제가 되는 개막식 주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8년 6월 16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와 함께 판문점을 넘은 장면역시 볼 수 있다. 전날부터 소 떼 500마리를 실은 트럭 50대의 행렬이 줄을 이어 달리는 모습, 행사 당일 판문점을 넘는 정 회장의 모습 등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역사적 순간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KBS 내부 저장소에만 존재하던 과거 뉴스가 전면 공개됐다. 새롭게 복구된 기사는 1987년 1월부터 2000년 3월까지의 ‘9시 뉴스’ 총 15만 건에 달한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지존파 사건,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등 80~90년대 한국 사회에 남긴 굵직한 이슈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 역사의 순간들, 고화질 영상으로 새 단장

기존에 서비스되던 영상도 고화질 영상으로 개선된다. 지난 4월 27일, 세계의 이목은 판문점을 향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남과 북의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은 어땠을까? 지난 남북 정상회담의 모습도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

2000년 6월 13일, 분단 55년 만에 두 손을 맞잡은 남과 북의 정상. 김대중 대통령이 탄 특별기가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왔다.

특집으로 진행된 KBS 9시 뉴스는 총 40여 개의 기사로 역사적인 순간을 자세하게 담아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분단 이후 국가 원수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즉석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2007.10.2)

이렇게 KBS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나라 안팎의 소식을 전해왔다. 그 간의 기록은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뉴스 다시보기’에서 해당 날짜를 넣어 검색할 수 있다.


이번에 과거 뉴스를 고화질로 서비스를 하는 데는 어려움도 많았다.

컴퓨터 저장장치에 영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오디오가 좋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영상 기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책무도 가진 KBS는 아날로그 테이프 등을 통해 복수로 해당 영상들을 보관하고 있어, 여기서 새로 영상을 뽑아내 이번에 서비스할 수 있었다.

주로 198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뉴스 영상으로 3천7백일 치에 달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선영진 KBS 뉴스플랫폼개발부장은 “KBS 중심 뉴스의 과거 자료 15만 건을 새롭게 공개하고 기존 제공하던 서비스의 질을 개선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만든 콘텐츠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KBS 디지털뉴스는 이번 KBS 9시 뉴스 복원작업에 이어 이슈를 중심으로 한 뉴스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김중철 차장은 “기록물로만 남아있던 과거 뉴스를 서비스하게 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과거 콘텐츠를 엮어 보다 깊이 있는 KBS 뉴스가 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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