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집 밑으로 ‘지하터널’ 공사…고조되는 불안·갈등

입력 2018.07.25 (08:30) 수정 2018.07.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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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 집 아래로 지하터널이 지나간다면...

이 질문을 두 달여 전에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아래에서 지하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앞두고 불안에 떠는 주민들의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하루에도 수차례 내 집 밑에서 폭약이 터지는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곳이 더 늘고 있습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지하도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은 어떤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의 한 거리.

이곳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쾅'하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굉음과 함께 폭약 터지는 소리가 수차례 이어집니다.

그 이후엔 상가 유리창을 흔드는 진동도 따라옵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아침 7시, 7시 반 폭파하고 9시 10시쯤에 또 한 번 하고 11시 12시 사이에 한 번 하고. 또 밤에 공무원들 퇴근하면 또 한 번 폭파하고. 여덟 번씩 할 거예요. 하루에."]

많게는 하루에도 여덟 번, 큰 폭발음이 들린다는 곳.

상가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하터널 공사현장입니다.

[윤태식/주민 : "경전철 공사하는 거고요. 조금 밑에 똑같은 노선으로 신봉 터널이라고 또 지나가요. 그러니까 이중으로 지나가요."]

이 일대에는 지하 40m 깊이에선 터널 상하행선 공사가, 그리고 지하 17m 깊이에선 경전철이 지나가는 지하터널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하터널 공사가 겹치면서 인근 주민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들리는 발파음에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공사장 발파로 상가에선 손님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정말 진동이 장난이 아니에요. 손님들이 처음에는 전부 다 (가게 밖으로) 나갔어요. 전쟁났냐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안전 문제입니다.

공사장 인근의 상가.

몇 달 전부터 안쪽 벽에서 눈에 띄는 실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1월에 리모델링 한 거예요. 말이 안 되죠."]

이같은 징후는 건물 외부에서도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올해 초부터 조금씩 조금씩 안 맞더니 문이 안 닫혔어요."]

지하터널 공사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는게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윤태식/주민 : "세입자들이 전부 다 공부하는 학생들이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고 나갔어요."]

공사는 2020년까지 예정된 가운데, 지하터널 시공사 측은 안전 기준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발파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인들도 생기고 하니까 3분의 2는 기계로 하고 3분의 1을 부분 발파 (하고 있습니다). 발파 소음은 75데시벨 이하로 공사를 해야 하고 발파 진동은 0.3이내에서 저희는 관리하고 시공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하터널 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곳은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수도권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국회의사당 앞.

35도를 오가는 폭염 속에 시위에 나선 주민들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지하터널 공사 반대 아파트 주민 : "집 밑을 6차로 고속도로를 낸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공사 방법이 폭약 발파랍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데 폭약을 발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두려움에 온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왕복 6차로 터널을 뚫는 작업이 예정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단지입니다.

지난 2월, 이 아파트 아래를 관통하는 광명 서울 민자고속도로 건립이 국토부 승인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졌는데요,

경기 광명과 부천을 거쳐 서울 방화대교까지 이어지는 20km길이의 광명 서울 민자고속도로의 지하터널이 집 밑으로 지나가게 된 겁니다.

[임수연/아파트 주민 : "이 거실 밑으로 이 부분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데 매일 수십 차례 폭약이 터지고 진동이 느껴지는데 이 공간 밑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생긴다고 하니까 저희가 이곳에서 어떻게 편안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가 있겠어요."]

주민들은 적어도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나 주민들이 생활하는 아파트 단지 밑으로는 터널이 지나가지 않도록 노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착공을 3개월 동안 미룬 뒤 국토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연기 시한인 다음달 시공사 측이 공사 착수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에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이희면/아파트 주민 :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기 전에는 공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노선변경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착수계를 내고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은 약속위반이기도 하고 저희 주민들을 정말 분노하게 하는 일이에요."]

주민들과 시공사 측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인데요.

[국토부 관계자/음성변조 : "주요 내용에 대해서 주민분들께서 인정할 수 있는 협의 결과가 도출이 안 돼서 8월 19일에 공사를 강행한다는 우려가 있으니까 (공사 착수서 제출)연기를 검토해 오신 상태고요. 저희가 최단 시일 내에 내부 검토를 할 예정입니다."]

지난 3개월의 유예기간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며 허탈해하는 주민들은 무엇보다 주민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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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집 밑으로 ‘지하터널’ 공사…고조되는 불안·갈등
    • 입력 2018-07-25 08:34:53
    • 수정2018-07-25 08: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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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 집 아래로 지하터널이 지나간다면...

이 질문을 두 달여 전에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아래에서 지하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앞두고 불안에 떠는 주민들의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하루에도 수차례 내 집 밑에서 폭약이 터지는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곳이 더 늘고 있습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지하도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은 어떤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의 한 거리.

이곳 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쾅'하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굉음과 함께 폭약 터지는 소리가 수차례 이어집니다.

그 이후엔 상가 유리창을 흔드는 진동도 따라옵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아침 7시, 7시 반 폭파하고 9시 10시쯤에 또 한 번 하고 11시 12시 사이에 한 번 하고. 또 밤에 공무원들 퇴근하면 또 한 번 폭파하고. 여덟 번씩 할 거예요. 하루에."]

많게는 하루에도 여덟 번, 큰 폭발음이 들린다는 곳.

상가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하터널 공사현장입니다.

[윤태식/주민 : "경전철 공사하는 거고요. 조금 밑에 똑같은 노선으로 신봉 터널이라고 또 지나가요. 그러니까 이중으로 지나가요."]

이 일대에는 지하 40m 깊이에선 터널 상하행선 공사가, 그리고 지하 17m 깊이에선 경전철이 지나가는 지하터널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하터널 공사가 겹치면서 인근 주민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들리는 발파음에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공사장 발파로 상가에선 손님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정말 진동이 장난이 아니에요. 손님들이 처음에는 전부 다 (가게 밖으로) 나갔어요. 전쟁났냐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안전 문제입니다.

공사장 인근의 상가.

몇 달 전부터 안쪽 벽에서 눈에 띄는 실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1월에 리모델링 한 거예요. 말이 안 되죠."]

이같은 징후는 건물 외부에서도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인근 상가 주인/음성변조 : "올해 초부터 조금씩 조금씩 안 맞더니 문이 안 닫혔어요."]

지하터널 공사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상황이라는게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윤태식/주민 : "세입자들이 전부 다 공부하는 학생들이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고 나갔어요."]

공사는 2020년까지 예정된 가운데, 지하터널 시공사 측은 안전 기준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발파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인들도 생기고 하니까 3분의 2는 기계로 하고 3분의 1을 부분 발파 (하고 있습니다). 발파 소음은 75데시벨 이하로 공사를 해야 하고 발파 진동은 0.3이내에서 저희는 관리하고 시공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하터널 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곳은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수도권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도로와 철도의 지하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국회의사당 앞.

35도를 오가는 폭염 속에 시위에 나선 주민들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지하터널 공사 반대 아파트 주민 : "집 밑을 6차로 고속도로를 낸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공사 방법이 폭약 발파랍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데 폭약을 발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두려움에 온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왕복 6차로 터널을 뚫는 작업이 예정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단지입니다.

지난 2월, 이 아파트 아래를 관통하는 광명 서울 민자고속도로 건립이 국토부 승인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졌는데요,

경기 광명과 부천을 거쳐 서울 방화대교까지 이어지는 20km길이의 광명 서울 민자고속도로의 지하터널이 집 밑으로 지나가게 된 겁니다.

[임수연/아파트 주민 : "이 거실 밑으로 이 부분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데 매일 수십 차례 폭약이 터지고 진동이 느껴지는데 이 공간 밑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생긴다고 하니까 저희가 이곳에서 어떻게 편안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가 있겠어요."]

주민들은 적어도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나 주민들이 생활하는 아파트 단지 밑으로는 터널이 지나가지 않도록 노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착공을 3개월 동안 미룬 뒤 국토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연기 시한인 다음달 시공사 측이 공사 착수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에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이희면/아파트 주민 :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기 전에는 공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노선변경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착수계를 내고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은 약속위반이기도 하고 저희 주민들을 정말 분노하게 하는 일이에요."]

주민들과 시공사 측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인데요.

[국토부 관계자/음성변조 : "주요 내용에 대해서 주민분들께서 인정할 수 있는 협의 결과가 도출이 안 돼서 8월 19일에 공사를 강행한다는 우려가 있으니까 (공사 착수서 제출)연기를 검토해 오신 상태고요. 저희가 최단 시일 내에 내부 검토를 할 예정입니다."]

지난 3개월의 유예기간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며 허탈해하는 주민들은 무엇보다 주민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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