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불법체류자 단속한다며 외국인 유학생 무차별 폭행

입력 2018.08.02 (08:32) 수정 2018.08.02 (08: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요즘 도시든 지방이든 할 것 없이 외모가 다른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죠.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0만 명.

이제는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이웃인 셈인데요,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과잉 단속이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을 우려할만한 일들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먼저 문제의 폭행 장면부터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6일 경남 함안군의 한 마을입니다.

한 남성이 더위를 피해 풀숲에 앉자마자 남성 두 명이 다가와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길 가운데로 끌고 나옵니다.

남자가 들고 있던 긴 막대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이어, 승합차 쪽으로 끌고 가는데, 남자가 반항을 하자 무차별 폭행이 시작됩니다.

승합차에 있던 남성들까지 내려 폭행에 가세하려하는 순간, 도망치려던 남성은 다리에 걸려 쓰러지고, 이 남성을 향해 또 다시 주먹과 발로 폭행을 가합니다.

[박태욱/목격자 : "당신들 사람 패는 어디 조폭들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했더니) 가라고 이런 식으로 밀어내더라고."]

주변에서 말려보지만 이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박태욱/목격자 :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에요? 그랬더니 불법체류자 (단속)하러 왔다고 하더라고."]

폭력을 가한 이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선 법무부 소속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

폭행을 당한 사람은 24살의 우즈베키스탄 청년 A씨였습니다.

이날 새벽 인력사무소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로공사 현장에 투입됐다는데요.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청년의 저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는데요.

주민들이 본 상황은 이렇습니다.

[목격자 : "반항할 틈도 없었어요. 그 (청년은) 힘이 없기 때문에, (청년이) 왜소하잖아요."]

[박태욱/목격자 : "안경도 부러지고, 도망을 쳐서 팼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어요. 그 (청년은) 손댄 적 없고 당신들끼리 부딪쳐서 안경 깨지고 했지 반항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단속에 걸린 A씨는 차에 실려 보호소로 향했는데요,

그런데 청년은 불법체류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올해 3월, 한국에 들어왔고 또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주로 영어로 수업 받았기 때문에 한국말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A씨는 올해 수도권의 한 대학원에 입학한 유학생이었습니다.

방학 기간 용돈을 벌기 위해 친척 형이 거주하는 창원에 내려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다는데요,

단속에 걸린 이날은 아르바이트 첫날이었습니다.

한국어가 서툴러 당일 법무부 직원이 다가왔을 때 어떤 상황인지도 전혀 몰랐다는데요.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영어로 당신들 누구냐, 왜 그러느냐 이렇게 물었더니 거기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바로 양쪽 팔을 잡고 끌어내서 몸을 좀 약간 뺐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바로 폭행이……."]

이송되는 차안에서 영어 소통이 가능한 직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하는데 A 씨 측의 주장을 계속 들어보시죠.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 "나를 왜 데려가는지를 물었더니 전기충격봉을 얼굴에다 대면서 말하지 마라, 머리 숙여라."]

이후 닷새 동안 붙잡혀 조사를 받았고, 학교 측의 탄원서와 벌금을 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상태였을까요?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피멍이 들고 너무 통증이 심해서 이틀정도는 거의 잠을 못 잤고 피해자 말에 의하면 상처부위만 조금 치료해주고……."]

사건 발생 20일 뒤에 병원 치료와 검사를 받았는데 현재 타박상과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미란다 원칙이나 이런 것들이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출입국으로 인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법무부측은 즉각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과도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자 요청한 것인데 쇠스랑을 잡고 일어나서 저희한테 저항할 의사를 비친 것 자체가 아쉬운 부분이죠."]

그런데,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우려할만한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경남 밀양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20대 여성 노동자 두 명은 농장주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통역사분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통역 봉사자 : "일하다가 사장님이 엉덩이도 만지고 허벅지도 만지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해서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수치스러운 마음이에요."]

농장주의 사적인 모임에 불려나가 술시중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도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주장인데요,

컵라면 하나로 점심 끼니를 채우고 매달 24만 원을 내며 난방이 들어오지 않은 숙소에서 한 겨울을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경남 남해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는 사장의 폭언과 폭행에다 사적인 일까지 동원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 "(사장의 아버지가 하던) 집 만드는 일 했어요. 그거 우리 회사 일 아니에요. (사장의 아내가) 커피숍을 했어요. 커피숍 안에 화장실 있어요. 화장실 청소하고, 바닥 청소하고……."]

외국인 이주자 230만 명 시대.

나름 저마다의 이유로 함께 살고 있는 이방인 이웃들을 우리는 과연 선입관 없이 대하고 있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불법체류자 단속한다며 외국인 유학생 무차별 폭행
    • 입력 2018-08-02 08:37:49
    • 수정2018-08-02 08:47:14
    아침뉴스타임
[기자]

요즘 도시든 지방이든 할 것 없이 외모가 다른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죠.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0만 명.

이제는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이웃인 셈인데요,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과잉 단속이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을 우려할만한 일들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먼저 문제의 폭행 장면부터 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16일 경남 함안군의 한 마을입니다.

한 남성이 더위를 피해 풀숲에 앉자마자 남성 두 명이 다가와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길 가운데로 끌고 나옵니다.

남자가 들고 있던 긴 막대를 빼앗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이어, 승합차 쪽으로 끌고 가는데, 남자가 반항을 하자 무차별 폭행이 시작됩니다.

승합차에 있던 남성들까지 내려 폭행에 가세하려하는 순간, 도망치려던 남성은 다리에 걸려 쓰러지고, 이 남성을 향해 또 다시 주먹과 발로 폭행을 가합니다.

[박태욱/목격자 : "당신들 사람 패는 어디 조폭들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했더니) 가라고 이런 식으로 밀어내더라고."]

주변에서 말려보지만 이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박태욱/목격자 :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에요? 그랬더니 불법체류자 (단속)하러 왔다고 하더라고."]

폭력을 가한 이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선 법무부 소속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

폭행을 당한 사람은 24살의 우즈베키스탄 청년 A씨였습니다.

이날 새벽 인력사무소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로공사 현장에 투입됐다는데요.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은 청년의 저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는데요.

주민들이 본 상황은 이렇습니다.

[목격자 : "반항할 틈도 없었어요. 그 (청년은) 힘이 없기 때문에, (청년이) 왜소하잖아요."]

[박태욱/목격자 : "안경도 부러지고, 도망을 쳐서 팼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어요. 그 (청년은) 손댄 적 없고 당신들끼리 부딪쳐서 안경 깨지고 했지 반항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단속에 걸린 A씨는 차에 실려 보호소로 향했는데요,

그런데 청년은 불법체류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올해 3월, 한국에 들어왔고 또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주로 영어로 수업 받았기 때문에 한국말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A씨는 올해 수도권의 한 대학원에 입학한 유학생이었습니다.

방학 기간 용돈을 벌기 위해 친척 형이 거주하는 창원에 내려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다는데요,

단속에 걸린 이날은 아르바이트 첫날이었습니다.

한국어가 서툴러 당일 법무부 직원이 다가왔을 때 어떤 상황인지도 전혀 몰랐다는데요.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영어로 당신들 누구냐, 왜 그러느냐 이렇게 물었더니 거기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바로 양쪽 팔을 잡고 끌어내서 몸을 좀 약간 뺐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바로 폭행이……."]

이송되는 차안에서 영어 소통이 가능한 직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하는데 A 씨 측의 주장을 계속 들어보시죠.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 "나를 왜 데려가는지를 물었더니 전기충격봉을 얼굴에다 대면서 말하지 마라, 머리 숙여라."]

이후 닷새 동안 붙잡혀 조사를 받았고, 학교 측의 탄원서와 벌금을 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상태였을까요?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피멍이 들고 너무 통증이 심해서 이틀정도는 거의 잠을 못 잤고 피해자 말에 의하면 상처부위만 조금 치료해주고……."]

사건 발생 20일 뒤에 병원 치료와 검사를 받았는데 현재 타박상과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철승/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장 : "미란다 원칙이나 이런 것들이 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출입국으로 인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법무부측은 즉각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과도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자 요청한 것인데 쇠스랑을 잡고 일어나서 저희한테 저항할 의사를 비친 것 자체가 아쉬운 부분이죠."]

그런데,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우려할만한 사건은 또 있었습니다.

경남 밀양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20대 여성 노동자 두 명은 농장주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통역사분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통역 봉사자 : "일하다가 사장님이 엉덩이도 만지고 허벅지도 만지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해서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수치스러운 마음이에요."]

농장주의 사적인 모임에 불려나가 술시중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도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주장인데요,

컵라면 하나로 점심 끼니를 채우고 매달 24만 원을 내며 난방이 들어오지 않은 숙소에서 한 겨울을 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경남 남해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는 사장의 폭언과 폭행에다 사적인 일까지 동원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 "(사장의 아버지가 하던) 집 만드는 일 했어요. 그거 우리 회사 일 아니에요. (사장의 아내가) 커피숍을 했어요. 커피숍 안에 화장실 있어요. 화장실 청소하고, 바닥 청소하고……."]

외국인 이주자 230만 명 시대.

나름 저마다의 이유로 함께 살고 있는 이방인 이웃들을 우리는 과연 선입관 없이 대하고 있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