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차 빼주세요”…‘진입로 막은 주차’, 결말은?

입력 2018.08.31 (08:32) 수정 2018.08.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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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메모용지으로 도배된 차량 한 대가 있습니다.

어른답지 못한 차주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하고, 차를 빼라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하 주차장 진입로를 막고 주차한 차량에 대해 주민들이 쓴 소리를 낸 건데요.

차를 못 빼겠다는 차주와 주민들과의 신경전은 인터넷까지 뜨겁게 달궜습니다.

어젯밤에 극적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는데요, 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문제의 차량이 주차된 지 나흘째였던 어제, 해당 승용차를 가져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중고차 업체 관계자였습니다.

차주가 중고차 시장에 차를 내놓은 겁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견인차로 들어서 갈 거예요. 지금 이걸 달아놔서 가져가지도 못해요. 남의 재산을 저렇게 해놓으면 되냐고요."]

하지만, 바퀴가 움직이지 못하게 자물쇠를 달아놔 가져갈 수 없었는데요.

결국 경찰까지 출동합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 입장은 그래요. 어떻게 해결을 하든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잘못한 거는 차주 분이 처벌받으면 되는 것이고 왜 재산에다가 이렇게 하냐고요. 창피해서 어떻게 타냐고요."]

도대체 이 승용차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됐을까요?

사실 이 차량은 처음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비스듬히 주차돼 있었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하 주차장 들어가는 차단기 바로 앞에 약간 비스듬하게 주차를 해서 내려가는 차는 아예 못 가게 하고 올라오는 차도 통행에 약간 지장이 있게끔…. (주민들이) '오후 네 시부터 지금까지 누군가 차를 주차해놓고 가서 차를 못 빼고 있다.'"]

차주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참다 못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차를 인도 쪽으로 옮겨놓은 겁니다.

지난 27일,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아파트 입주민임을 확인하는 홀로그램 스티커를 발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에 주차를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부착하게 되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불만을 품고 올라와서 '나는 차량 번호가 등록되어있는데 왜 붙였냐, 이걸 떼라.' 화가 나서…."]

A 씨는 관리사무소에 스티커를 떼라며 항의했고,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하자 지하 주차장 입구를 막으면서 주차를 한 겁니다.

관리사무소에서 A 씨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A 씨는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는데요.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파트 내의 도로가 사유지다보니 견인을 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차 주인이 없어서 함부로 손댈 수 없고 이거는 아파트 주민들, 사유지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주민들은 직접 견인차 회사에 전화도 하고, 구청에 도움도 요청해봤지만 하나같이 돌아온 답변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고 합니다.

[아파트 입주인/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하는 차량들, 그리고 그쪽에 어린이집 버스 수십 대가 들어와요. 아침 9시에. 회차하는 구간인데. 만약에 놔뒀을 때 엄청난 문제가 발생 됐을 거라고 판단했죠."]

결국, 7시간 뒤 참다못한 주민들은 직접 차량을 들어 옮기기로 합니다. 견인차 없이 차량 옮기기. 과연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사이드 브레이크도 잠겨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퀴도 전혀 안 굴러가는 상태였어요. 차량을 이동시킬 경로의 바닥에다가 기름칠을 다 했습니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서 다 같이 밀었죠."]

화가 날데로 난 주민들은 A 씨의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앞뒤로 다른 차를 이용해 막았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사과를 받고 차를 빼주려고 했죠. 그래서 일단 앞뒤로 꼼짝달싹 못 하게 차를 일단 막아놨던 거예요."]

하지만, A 씨는 차를 빼지 않았습니다.

지인을 통해 필요한 물품만 꺼내갔다고 하는데요.

대체 왜, 차를 빼지 않았을까요?

취재진은 어제 어렵게 차주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A 씨/차주/음성변조 : "그제 나왔는데 조수석 쪽 창문에다가 접착제 칠한 주차위반 스티커를 딱 붙여놓은 거예요. 그래서 올라와서 경비 아저씨보고 '누가 붙였냐고 떼시라.' 그랬더니 경비 측에서는 자기네가 안 붙였다. 서로 모른 척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일하는 사람인데 며칠째 지금 충격이 왔는데 좋겠어요? 차도 못 쓰고."]

결국, 주민들은 차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메모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까지 메모에 동참했는데요. 어떤 내용일까요.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에서부터, 차주의 행동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라는 글에서 전국적으로 이 내용이 알려져 부끄럽다는 내용도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입주민들 의견이 무언의, 조용한 평화시위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차주한테 저희가 쌓여있던 감정을 표출도 하고 그걸 차주가 만약 보게 된다면 조금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에 이렇게 했던 거고. 저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예요."]

그리고 마침내 어젯밤, A 씨가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십 명의 주민이 현장에 모였는데요.

[아파트 동대표 : "입주민 여러분께. 저는 이번 주차장 막음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며칠 동안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잘못입니다."]

차주는 차를 매각하고, 아파트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드디어 나흘 만에 A 씨의 차량도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차주와 주민들의 화해로 일단락 됐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사유지 내의 주차에 대한 조치 강화 청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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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차 빼주세요”…‘진입로 막은 주차’, 결말은?
    • 입력 2018-08-31 08:34:40
    • 수정2018-08-31 09: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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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메모용지으로 도배된 차량 한 대가 있습니다.

어른답지 못한 차주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하고, 차를 빼라며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하 주차장 진입로를 막고 주차한 차량에 대해 주민들이 쓴 소리를 낸 건데요.

차를 못 빼겠다는 차주와 주민들과의 신경전은 인터넷까지 뜨겁게 달궜습니다.

어젯밤에 극적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는데요, 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문제의 차량이 주차된 지 나흘째였던 어제, 해당 승용차를 가져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중고차 업체 관계자였습니다.

차주가 중고차 시장에 차를 내놓은 겁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견인차로 들어서 갈 거예요. 지금 이걸 달아놔서 가져가지도 못해요. 남의 재산을 저렇게 해놓으면 되냐고요."]

하지만, 바퀴가 움직이지 못하게 자물쇠를 달아놔 가져갈 수 없었는데요.

결국 경찰까지 출동합니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 입장은 그래요. 어떻게 해결을 하든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잘못한 거는 차주 분이 처벌받으면 되는 것이고 왜 재산에다가 이렇게 하냐고요. 창피해서 어떻게 타냐고요."]

도대체 이 승용차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됐을까요?

사실 이 차량은 처음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비스듬히 주차돼 있었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지하 주차장 들어가는 차단기 바로 앞에 약간 비스듬하게 주차를 해서 내려가는 차는 아예 못 가게 하고 올라오는 차도 통행에 약간 지장이 있게끔…. (주민들이) '오후 네 시부터 지금까지 누군가 차를 주차해놓고 가서 차를 못 빼고 있다.'"]

차주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참다 못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차를 인도 쪽으로 옮겨놓은 겁니다.

지난 27일,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여성 A 씨는 아파트 입주민임을 확인하는 홀로그램 스티커를 발급하지 않은 채 아파트에 주차를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부착하게 되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불만을 품고 올라와서 '나는 차량 번호가 등록되어있는데 왜 붙였냐, 이걸 떼라.' 화가 나서…."]

A 씨는 관리사무소에 스티커를 떼라며 항의했고,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하자 지하 주차장 입구를 막으면서 주차를 한 겁니다.

관리사무소에서 A 씨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A 씨는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는데요.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파트 내의 도로가 사유지다보니 견인을 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차 주인이 없어서 함부로 손댈 수 없고 이거는 아파트 주민들, 사유지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주민들은 직접 견인차 회사에 전화도 하고, 구청에 도움도 요청해봤지만 하나같이 돌아온 답변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고 합니다.

[아파트 입주인/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하는 차량들, 그리고 그쪽에 어린이집 버스 수십 대가 들어와요. 아침 9시에. 회차하는 구간인데. 만약에 놔뒀을 때 엄청난 문제가 발생 됐을 거라고 판단했죠."]

결국, 7시간 뒤 참다못한 주민들은 직접 차량을 들어 옮기기로 합니다. 견인차 없이 차량 옮기기. 과연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사이드 브레이크도 잠겨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퀴도 전혀 안 굴러가는 상태였어요. 차량을 이동시킬 경로의 바닥에다가 기름칠을 다 했습니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서 다 같이 밀었죠."]

화가 날데로 난 주민들은 A 씨의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앞뒤로 다른 차를 이용해 막았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사과를 받고 차를 빼주려고 했죠. 그래서 일단 앞뒤로 꼼짝달싹 못 하게 차를 일단 막아놨던 거예요."]

하지만, A 씨는 차를 빼지 않았습니다.

지인을 통해 필요한 물품만 꺼내갔다고 하는데요.

대체 왜, 차를 빼지 않았을까요?

취재진은 어제 어렵게 차주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A 씨/차주/음성변조 : "그제 나왔는데 조수석 쪽 창문에다가 접착제 칠한 주차위반 스티커를 딱 붙여놓은 거예요. 그래서 올라와서 경비 아저씨보고 '누가 붙였냐고 떼시라.' 그랬더니 경비 측에서는 자기네가 안 붙였다. 서로 모른 척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일하는 사람인데 며칠째 지금 충격이 왔는데 좋겠어요? 차도 못 쓰고."]

결국, 주민들은 차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메모지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까지 메모에 동참했는데요. 어떤 내용일까요.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에서부터, 차주의 행동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라는 글에서 전국적으로 이 내용이 알려져 부끄럽다는 내용도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입주민들 의견이 무언의, 조용한 평화시위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차주한테 저희가 쌓여있던 감정을 표출도 하고 그걸 차주가 만약 보게 된다면 조금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에 이렇게 했던 거고. 저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예요."]

그리고 마침내 어젯밤, A 씨가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십 명의 주민이 현장에 모였는데요.

[아파트 동대표 : "입주민 여러분께. 저는 이번 주차장 막음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며칠 동안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잘못입니다."]

차주는 차를 매각하고, 아파트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드디어 나흘 만에 A 씨의 차량도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차주와 주민들의 화해로 일단락 됐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사유지 내의 주차에 대한 조치 강화 청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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