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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주민센터 여자 화장실의 수상한 컵 “그게 몰카였다니…”
입력 2018.09.08 (10:00) 수정 2018.09.08 (10:03) 취재후
"그게 카메라인지 상상도 못 했죠"

"그 컵이 몰카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경기도 여주시의 한 주민센터 여자 화장실에는 석 달 동안이나 종이컵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컵은 수시로 변기 근처에 놓였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일회용 종이컵하고 똑같습니다. 커피숍에서 뜨거운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시키면 담아주는 바로 그 종이컵입니다. 그래서 그 종이컵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7월의 어느 날, 경찰이 주민센터 화장실에 들이닥치고 나서야 그 컵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 컵에는 주민센터 공무원 32살 남성 A 씨가 설치한 불법 촬영장치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몰래카메라였던 겁니다.

주민센터 공무원으로 근무한 B 씨는 "그게 몰래 카메라인지 상상도 못 했죠. 누가 그냥 두고 간 커피인 줄 알았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여자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컵을 놓았다가 가져가며 의심을 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가 석 달 동안 찍은 영상은 390여 개입니다. 용량으로는 300기가 바이트로 영화 100편도 넘는 엄청난 양입니다.

이 몰카에 화장실을 드나든 여성 민원인과 직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설마, 관공서 화장실에까지?' 라고 안심했던 사람들에게 충격은 더 컸습니다.

경찰은 공무원 A 씨를 붙잡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여주시청은 A 씨를 직위 해제했습니다. 해당 주민센터에는 화장실 복도를 비추는 CCTV가 설치됐습니다.


"철통 보안 생명인 관공서에도 몰래카메라 침투"

요즘 일회용 컵만큼 흔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서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불법 촬영 장치가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 일했던 조리사 38살 남성 C 씨는 구내식당 탈의실 탁자에 자연스럽게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카를 올려놨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동료 여성들이 찍혔습니다. C 씨가 경찰에 압수당한 영상은 60여 개에 이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 대부분에 촬영 기기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그런 곳에서 C 씨는 1년간 들키지 않고 촬영을 해왔습니다.

C 씨는 경찰에 적발된 이후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C 씨가 어떻게 불법 촬영장비를 반입해서 왜 1년 동안 적발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수사에 따라서 처리할 예정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구멍 뚫린 방패"

이런 몰카 찾아내야죠, 설치한 사람 처벌해야죠. 그래서 이런 몰카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몰카범이 창이라면 찾는 사람은 방패겠죠. 그런데 이 방패가 사실상 구멍 뚫린 방패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서울에는 매주 몰래 카메라 보안관 50여 명이 서울 전역을 누비며 불법 촬영 장치를 탐지합니다. 하지만 2016년 단속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몰카 1대도 적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이들의 활동 반경에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건물 화장실에서만 탐지활동을 합니다. 서울의 화장실을 보면 공공 화장실보다 민간 화장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민간 영역의 유흥업소와 숙박업소, 목욕탕 등인데요, 이 곳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보안관들이 몰카 탐지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곳에는 아예 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초소형 몰카 판매자 처벌할 수 없나요?"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초소형 카메라를 파는 사람들을 다 검거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행법으론 그럴 순 없습니다.

전파법상 적합인증과 전기용품안전 관리법상 안전 확인을 받으면 초소형 카메라는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초소형 몰카뿐만 아니라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불법 촬영이 많이 벌어진다" 라고 주장합니다.


"몰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초소형 렌즈를 달아 일상 생활용품으로 둔갑시킨 카메라를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몰래 카메라의 제조·수입·소지 등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인데, 아직 계류 중입니다.

지난해 몰카 범죄는 경찰에 적발된 것만 6천 4백여 건입니다. 최근 경찰은 '여성상대범죄 100일 집중 단속'을 실시해 불법 촬영물 등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64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나 SNS 등 22곳도 폐쇄됐습니다. 불법촬영 피의자에 대한 구속률도 1.4%에서 2.8% 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불법 촬영에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이런 단속 실적에 만족할까요?

최근 여성들의 항의집회에서 볼 수 있듯이 몰카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민간 영역의 화장실을 제외하고 몰카 단속하는 흉내만 내는 식으로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절대 잠재울 수 없습니다.

[연관기사][단독] 안전지대는 어디?…공무원이 주민센터 화장실에 몰카 ‘덜미’
  • [취재후] 주민센터 여자 화장실의 수상한 컵 “그게 몰카였다니…”
    • 입력 2018-09-08 10:00:39
    • 수정2018-09-08 10:03:36
    취재후
"그게 카메라인지 상상도 못 했죠"

"그 컵이 몰카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경기도 여주시의 한 주민센터 여자 화장실에는 석 달 동안이나 종이컵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컵은 수시로 변기 근처에 놓였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일회용 종이컵하고 똑같습니다. 커피숍에서 뜨거운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시키면 담아주는 바로 그 종이컵입니다. 그래서 그 종이컵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7월의 어느 날, 경찰이 주민센터 화장실에 들이닥치고 나서야 그 컵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그 컵에는 주민센터 공무원 32살 남성 A 씨가 설치한 불법 촬영장치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몰래카메라였던 겁니다.

주민센터 공무원으로 근무한 B 씨는 "그게 몰래 카메라인지 상상도 못 했죠. 누가 그냥 두고 간 커피인 줄 알았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여자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컵을 놓았다가 가져가며 의심을 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가 석 달 동안 찍은 영상은 390여 개입니다. 용량으로는 300기가 바이트로 영화 100편도 넘는 엄청난 양입니다.

이 몰카에 화장실을 드나든 여성 민원인과 직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설마, 관공서 화장실에까지?' 라고 안심했던 사람들에게 충격은 더 컸습니다.

경찰은 공무원 A 씨를 붙잡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여주시청은 A 씨를 직위 해제했습니다. 해당 주민센터에는 화장실 복도를 비추는 CCTV가 설치됐습니다.


"철통 보안 생명인 관공서에도 몰래카메라 침투"

요즘 일회용 컵만큼 흔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서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불법 촬영 장치가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 일했던 조리사 38살 남성 C 씨는 구내식당 탈의실 탁자에 자연스럽게 보조배터리 모양의 몰카를 올려놨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동료 여성들이 찍혔습니다. C 씨가 경찰에 압수당한 영상은 60여 개에 이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 대부분에 촬영 기기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그런 곳에서 C 씨는 1년간 들키지 않고 촬영을 해왔습니다.

C 씨는 경찰에 적발된 이후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C 씨가 어떻게 불법 촬영장비를 반입해서 왜 1년 동안 적발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수사에 따라서 처리할 예정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구멍 뚫린 방패"

이런 몰카 찾아내야죠, 설치한 사람 처벌해야죠. 그래서 이런 몰카를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몰카범이 창이라면 찾는 사람은 방패겠죠. 그런데 이 방패가 사실상 구멍 뚫린 방패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서울에는 매주 몰래 카메라 보안관 50여 명이 서울 전역을 누비며 불법 촬영 장치를 탐지합니다. 하지만 2016년 단속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몰카 1대도 적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이들의 활동 반경에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건물 화장실에서만 탐지활동을 합니다. 서울의 화장실을 보면 공공 화장실보다 민간 화장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민간 영역의 유흥업소와 숙박업소, 목욕탕 등인데요, 이 곳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보안관들이 몰카 탐지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곳에는 아예 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초소형 몰카 판매자 처벌할 수 없나요?"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초소형 카메라를 파는 사람들을 다 검거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행법으론 그럴 순 없습니다.

전파법상 적합인증과 전기용품안전 관리법상 안전 확인을 받으면 초소형 카메라는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초소형 몰카뿐만 아니라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불법 촬영이 많이 벌어진다" 라고 주장합니다.


"몰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초소형 렌즈를 달아 일상 생활용품으로 둔갑시킨 카메라를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몰래 카메라의 제조·수입·소지 등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인데, 아직 계류 중입니다.

지난해 몰카 범죄는 경찰에 적발된 것만 6천 4백여 건입니다. 최근 경찰은 '여성상대범죄 100일 집중 단속'을 실시해 불법 촬영물 등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64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나 SNS 등 22곳도 폐쇄됐습니다. 불법촬영 피의자에 대한 구속률도 1.4%에서 2.8% 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불법 촬영에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이런 단속 실적에 만족할까요?

최근 여성들의 항의집회에서 볼 수 있듯이 몰카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민간 영역의 화장실을 제외하고 몰카 단속하는 흉내만 내는 식으로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절대 잠재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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