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일 해도 못 갚아” 청년 빚 59조 원…불법 금융에 내몰려

입력 2018.10.04 (21:32) 수정 2018.10.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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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 나이로 19 살에서 29 살까지 청년층이 각종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59 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말보다도 2 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대출자수는 224 만 4 천 명인데, 이 가운데 19 살 대출자가 5 만 6 천 명입니다.

이들이 진 빚은 2 천 5 백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는 나이니까 모아놓은 돈도, 매달 버는 돈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겁니다.

살던 집을 나와 독립이라도 하려면 돈 들어갈 데가 많아지다보니, 결국 금융권 빚을 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이 빚을 갚을 수 없는 청년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신용회복위원회에 빚을 탕감해달라고 채무조정을 신청한 20 대 젊은이들이 5 천 9 백명이 넘었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더미에 허덕이는 요즘 청년층들 실태를 옥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8살 정 모 씨는 20대를 빚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 천800만 원을 대출받았고, 졸업 후엔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대부업체로부터 연이율 30%로 600만 원을 또 빌렸습니다.

월수입 160만 원에서 정 씨 생활비 30만 원과 가족들 생활비 70만 원을 뺀 후, 남은 돈으로 빚을 조금씩 갚고 있지만 언제 다 갚을지는 막막할 뿐입니다.

[정○○/대출 보유자/음성변조 : "뭐 밥을 적게 먹고 그러는? 그렇게 생활비를 줄이는... 미래를 좀 더 넓게 보기가 어렵고 생각하기가 어려우니까."]

30살 이 모 씨는 20대 때 진 빚 1,500만 원을 갚지 못해 결국 채무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직장을 구해 서울로 왔지만 빚의 무게는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이○○/대출 보유자/음성변조 : "1, 2년 되니까 거의 살고 싶다는 의욕이 거의 없었거든요. 계속 남아 있는 건 빚밖에 없으니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소득증빙서류를 위조해주는 '작업대출'이나 이른바 '휴대폰깡' 등의 불법 금융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혜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상담 매니저 : "브로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떼어 줘야 하기 때문에 '작업 대출'이나 '내 구제 대출'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인 청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한 20대는 지난해에만 780명,

4년 전보다 60% 넘게 증가했는데,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20대만 파산 신청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전별/파산 전문 변호사 : "아주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일할 수가 있기 때문에 부채를 충분히 방지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빚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면 앞으로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해서 파산이 어렵고요."]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실업률은 치솟고 있는데, 빚의 족쇄는 청년들의 일할 의지마저 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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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일 해도 못 갚아” 청년 빚 59조 원…불법 금융에 내몰려
    • 입력 2018-10-04 21:36:22
    • 수정2018-10-05 09: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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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만 나이로 19 살에서 29 살까지 청년층이 각종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59 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말보다도 2 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대출자수는 224 만 4 천 명인데, 이 가운데 19 살 대출자가 5 만 6 천 명입니다.

이들이 진 빚은 2 천 5 백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는 나이니까 모아놓은 돈도, 매달 버는 돈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겁니다.

살던 집을 나와 독립이라도 하려면 돈 들어갈 데가 많아지다보니, 결국 금융권 빚을 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이 빚을 갚을 수 없는 청년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신용회복위원회에 빚을 탕감해달라고 채무조정을 신청한 20 대 젊은이들이 5 천 9 백명이 넘었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더미에 허덕이는 요즘 청년층들 실태를 옥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8살 정 모 씨는 20대를 빚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 천800만 원을 대출받았고, 졸업 후엔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대부업체로부터 연이율 30%로 600만 원을 또 빌렸습니다.

월수입 160만 원에서 정 씨 생활비 30만 원과 가족들 생활비 70만 원을 뺀 후, 남은 돈으로 빚을 조금씩 갚고 있지만 언제 다 갚을지는 막막할 뿐입니다.

[정○○/대출 보유자/음성변조 : "뭐 밥을 적게 먹고 그러는? 그렇게 생활비를 줄이는... 미래를 좀 더 넓게 보기가 어렵고 생각하기가 어려우니까."]

30살 이 모 씨는 20대 때 진 빚 1,500만 원을 갚지 못해 결국 채무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직장을 구해 서울로 왔지만 빚의 무게는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이○○/대출 보유자/음성변조 : "1, 2년 되니까 거의 살고 싶다는 의욕이 거의 없었거든요. 계속 남아 있는 건 빚밖에 없으니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소득증빙서류를 위조해주는 '작업대출'이나 이른바 '휴대폰깡' 등의 불법 금융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혜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상담 매니저 : "브로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떼어 줘야 하기 때문에 '작업 대출'이나 '내 구제 대출'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인 청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한 20대는 지난해에만 780명,

4년 전보다 60% 넘게 증가했는데,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20대만 파산 신청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전별/파산 전문 변호사 : "아주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 일할 수가 있기 때문에 부채를 충분히 방지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빚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면 앞으로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해서 파산이 어렵고요."]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실업률은 치솟고 있는데, 빚의 족쇄는 청년들의 일할 의지마저 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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