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유럽 군대’ 창설 움직임…왜?

입력 2018.11.08 (10:49) 수정 2018.11.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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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전쟁의 잔혹함을 드러낸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도 100년이 됐습니다.

이런 시점에 유럽연합이 독자적인 군대를 창설하겠다고 나섰는데요.

명분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속으로'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앞두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시 격전지 순회 방문에 나섰습니다.

마크롱은 주말까지 프랑스 북부와 동부에 있는 격전지와 도시 14곳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순회 일정 와중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럽 각국의 군대를 하나로 묶는 '유럽군' 창설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유럽을 지키려면 자체 방위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당장 세상을 돌아 보면 유럽의 변두리에서 권위주의 세력이 다시 등장해 재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군을 만들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유럽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마크롱은 집권 이후 EU 국가들의 군사력을 묶어 안보위기에 대처하는 이른바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진해왔습니다.

EU 회원국 대다수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앞서 지난해 말 유럽연합 25개 회원국이 모여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한 발판인 '항구적 안보 협력 체제'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EU 외교 고위대표/지난 8월 : "EU는 '항구적 안보 협력 체제(PESCO)'를 위한 30여 개의 제안을 받아 평가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채택을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럽은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갖추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요.

최근 들어 유럽군 창설에 힘이 실리는 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대외노선에 유럽이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군 창설에는 동의했지만 내부적으론 병력 자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을 들 수 있는데요.

1990년에 54만 명이었던 독일군 병력은 현재 17만 9천여 명으로 급감한 상황.

오는 2024년까지 병력을 19만 8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저출산 등 여러 요인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독일 국방부는 병사 숫자를 늘리기 위해 군 생활을 보여주는 광고를 만들어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자원입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토비아스 퓔리거/좌파당 의원/지난 8월 : "매년 10%가량이 모병 당시에 미성년자입니다.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에 독일 내에선 EU 회원국 출신 국민들의 독일 군 복무를 허용하는 방안과 2011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또한 병력 자원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모든 병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데 이어 또하나 솔깃할만한 방안을 내놨는데요.

현재는 호주나 인도 등 영연방 국가 국민이라도 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해야만 영국군에 입대할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런 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영국 연방인 50여 개 나라의 국민들이 영국군에 입대할 수 있게 됩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1,350명 정도의 병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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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8 10:56:21
    • 수정2018-11-08 1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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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전쟁의 잔혹함을 드러낸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도 100년이 됐습니다.

이런 시점에 유럽연합이 독자적인 군대를 창설하겠다고 나섰는데요.

명분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속으로'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앞두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당시 격전지 순회 방문에 나섰습니다.

마크롱은 주말까지 프랑스 북부와 동부에 있는 격전지와 도시 14곳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순회 일정 와중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럽 각국의 군대를 하나로 묶는 '유럽군' 창설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점점 등을 돌리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유럽을 지키려면 자체 방위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당장 세상을 돌아 보면 유럽의 변두리에서 권위주의 세력이 다시 등장해 재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군을 만들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유럽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마크롱은 집권 이후 EU 국가들의 군사력을 묶어 안보위기에 대처하는 이른바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진해왔습니다.

EU 회원국 대다수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앞서 지난해 말 유럽연합 25개 회원국이 모여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한 발판인 '항구적 안보 협력 체제'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EU 외교 고위대표/지난 8월 : "EU는 '항구적 안보 협력 체제(PESCO)'를 위한 30여 개의 제안을 받아 평가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채택을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럽은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갖추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요.

최근 들어 유럽군 창설에 힘이 실리는 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대외노선에 유럽이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군 창설에는 동의했지만 내부적으론 병력 자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을 들 수 있는데요.

1990년에 54만 명이었던 독일군 병력은 현재 17만 9천여 명으로 급감한 상황.

오는 2024년까지 병력을 19만 8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저출산 등 여러 요인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독일 국방부는 병사 숫자를 늘리기 위해 군 생활을 보여주는 광고를 만들어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자원입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토비아스 퓔리거/좌파당 의원/지난 8월 : "매년 10%가량이 모병 당시에 미성년자입니다.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에 독일 내에선 EU 회원국 출신 국민들의 독일 군 복무를 허용하는 방안과 2011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또한 병력 자원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모든 병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데 이어 또하나 솔깃할만한 방안을 내놨는데요.

현재는 호주나 인도 등 영연방 국가 국민이라도 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해야만 영국군에 입대할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런 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영국 연방인 50여 개 나라의 국민들이 영국군에 입대할 수 있게 됩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1,350명 정도의 병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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