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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월세방도 어려워”…안타까운 ‘고시원’ 사연
입력 2018.11.12 (08:32) 수정 2018.11.12 (08:58)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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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금요일 새벽,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난 불로 7명이 숨지는 등 1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3층에만 29개의 방이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월세방조차도 얻기 어려웠던 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고시원에 불길이 치솟은 건 9일 새벽 5시쯤, 거주자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갑자기 잠결에 들으니까 '아아악!' 소리밖에 안 들려요. 그리고 '나 죽어, 나 죽어.'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듣다 보니까 '불이야! 불이야!'로 들리더라고요."]

2층 주민들이 대피하고 소방서가 출동했을 땐 이미 불길이 거세진 뒤였습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3층 사람들이 저기 매달려 있고 많이 다급했어요. 나와서 볼 때는 창문 테두리에 불이 보였어요."]

창문으로 거센 불길과 연기가 솟구칩니다. 소방대원이 물을 뿌려보지만 불은 점점 더 거세지는데요.

사다리를 타고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구급차!!"]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들것에 실려 나오고 다급한 심폐소생술이 이어집니다.

이 화재로 모두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는데요, 사망자는 모두 3층에 거주잡니다.

불이 시작된 곳은 유일한 출입구 바로 앞에 있던 방, 비좁은 복도를 두고 쪽방 29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더욱 피해를 키웠습니다.

30년이 넘어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전인 터라 스프링클러는 없었습니다.

전기난로를 켜놓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불이 나 있었다고 출입구 앞방 거주자가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기난로 때문에 그랬다고…. (원래 전열기 못 쓰게 돼 있지 않았어요?) 원래 못 쓰게 돼 있는데 아마 몰래 쓰신 것 같아요. 저희가 일일이 그걸(문을) 열 수가 없거든요."]

사고가 난 고시원에 살던 사람들은 총 44명, 3층에만 27명이 거주 중이었는데요. 서로 왕래가 없어 옆방에 누가 사는지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 가서 잠깐 씻고 자고 그거밖에 없으니까 화장실 가다가 만나면 그냥 꾸벅하는 정도."]

근처의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을 하거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화재 고시원 전 거주자/음성변조 : "(고시원 거주자 중에) 주로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큰 빌딩 짓잖아요. 하루 잡부하고 오는 거예요."]

특히, 사망자 7명 가운데 4명은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요, 저렴한 방세 때문에 이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 전 거주자/음성변조 : "비싼 건 30~32만 원. 싼 방은 25~28만 원이에요. 그건 창문 없는 방."]

[부동산 중개업자/음성변조 : "싸니까 어르신들이 들어가는 거죠. 젊은 친구들은 이런 데 안 가요. 깨끗한데 한 45~50만 원 하는 데 들어가요."]

고시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보다 일용직 노동자나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고시생 없는 고시원'이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번 사고에서도 가족과 인연을 끊고 홀로 지내다 보니 마지막 빈소조차 차려지지 않은 외로운 희생자들이 많았습니다.

사망자 중에선 가장 나이가 어렸던 35살 조 모 씨는 8년 전 고향에서 상경해 우체국 비정규직 배송 일을 해왔습니다.

조금이나마 절약하겠다며 선택했던 고시원 생활... 삼 남매 중 장남이었던 아들의 죽음이 부모님은 아직 믿기지 않았습니다.

[故 조OO 씨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들이 좀 수줍음을 타고 하니까 '당당하게 말을 잘 좀하고 그래라.'(하고 얘기했어요.) 얼마나 마음이 내가 타겠습니까? "]

장례를 치를 사정이 안돼 빈소를 차리지 않고 곧바로 화장터로 옮겨진 57살 양 모 씨도 어려운 생활 때문에 고시원을 택했다고 합니다.

[주민센터 직원/음성변조 : "결핵이 있어서 치료도 자주 받으셔야 되고 하루씩은 일하시긴 했는데 자주 하실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시죠."]

뒤늦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전남 강진에서 올라왔는데요,

2년 전 연락이 끊긴 동생이 비좁은 고시원에서 지낼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故 양○○ 씨 누나/음성변조 : "그전에는 음식점에서 일했더라고요.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보이기 싫어서 몇 년 연락이 안 됐어요. 어디서 사는 줄도 몰랐고…."]

그렇게 소식을 알게 됨과 동시에 뒤늦게 주검으로 마주한 동생...

[故 양○○ 씨 누나/음성변조 : "내가 누나로서 왜 안 왔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 그렇게 못한 게 내 가슴에 지금…."]

가까스로 큰 화마를 피한 생존자들은 어떤 사정이었을까요?

두 살, 일곱 살 아이들을 둔 40대 가장.

서울에서 일하며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온 이른바 '기러기 아빠'였는데요.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고시원이라는 걸 선택한 거죠.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차비라도 아끼자. 한 몸만 희생하면 되니까."]

현재, 생존자들 대부분은 주민센터에서 임시로 마련해준 근처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화재 당시 트라우마로 방에 들어가기조차 겁난다는데요.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일단은 방 딱 보고 소방시설이 잘되어있나, 보게 되더라고요."]

사업 실패 뒤, 고시원과 여관을 전전해온 60대 남성도 이제는 고시원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고시원 3층 거주자/음성변조 : "'이런 데는 불이 나면 진짜 위험하겠다.' 그 근처는 가기도 싫은 거죠."]

애써 잊어 보려 하지만 화재 기억이 문득 떠올라 일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일용직인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당장은 다 일 못 할 거란 말이에요."]

고시원 앞엔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를 위해 시민들이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 국화 등이 놓였습니다.

[서대건/서울시 종로구 : "하루하루 일하면서 사는 분들이 좁은 방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점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현장감식 결과와 정확한 화재 원인은 3주 뒤에 나올 예정인데요.

저마다의 사연 탓에 찾을 수밖에 없게 돼 가고 있는 고시원,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마련될까요?
  • [뉴스 따라잡기] “월세방도 어려워”…안타까운 ‘고시원’ 사연
    • 입력 2018-11-12 08:33:13
    • 수정2018-11-12 08:58:31
    아침뉴스타임
[앵커]

지난주 금요일 새벽,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난 불로 7명이 숨지는 등 1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3층에만 29개의 방이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월세방조차도 얻기 어려웠던 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고시원에 불길이 치솟은 건 9일 새벽 5시쯤, 거주자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갑자기 잠결에 들으니까 '아아악!' 소리밖에 안 들려요. 그리고 '나 죽어, 나 죽어.'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듣다 보니까 '불이야! 불이야!'로 들리더라고요."]

2층 주민들이 대피하고 소방서가 출동했을 땐 이미 불길이 거세진 뒤였습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3층 사람들이 저기 매달려 있고 많이 다급했어요. 나와서 볼 때는 창문 테두리에 불이 보였어요."]

창문으로 거센 불길과 연기가 솟구칩니다. 소방대원이 물을 뿌려보지만 불은 점점 더 거세지는데요.

사다리를 타고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구급차!!"]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들것에 실려 나오고 다급한 심폐소생술이 이어집니다.

이 화재로 모두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는데요, 사망자는 모두 3층에 거주잡니다.

불이 시작된 곳은 유일한 출입구 바로 앞에 있던 방, 비좁은 복도를 두고 쪽방 29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더욱 피해를 키웠습니다.

30년이 넘어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전인 터라 스프링클러는 없었습니다.

전기난로를 켜놓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불이 나 있었다고 출입구 앞방 거주자가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기난로 때문에 그랬다고…. (원래 전열기 못 쓰게 돼 있지 않았어요?) 원래 못 쓰게 돼 있는데 아마 몰래 쓰신 것 같아요. 저희가 일일이 그걸(문을) 열 수가 없거든요."]

사고가 난 고시원에 살던 사람들은 총 44명, 3층에만 27명이 거주 중이었는데요. 서로 왕래가 없어 옆방에 누가 사는지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 가서 잠깐 씻고 자고 그거밖에 없으니까 화장실 가다가 만나면 그냥 꾸벅하는 정도."]

근처의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을 하거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화재 고시원 전 거주자/음성변조 : "(고시원 거주자 중에) 주로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큰 빌딩 짓잖아요. 하루 잡부하고 오는 거예요."]

특히, 사망자 7명 가운데 4명은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요, 저렴한 방세 때문에 이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화재 고시원 전 거주자/음성변조 : "비싼 건 30~32만 원. 싼 방은 25~28만 원이에요. 그건 창문 없는 방."]

[부동산 중개업자/음성변조 : "싸니까 어르신들이 들어가는 거죠. 젊은 친구들은 이런 데 안 가요. 깨끗한데 한 45~50만 원 하는 데 들어가요."]

고시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보다 일용직 노동자나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고시생 없는 고시원'이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번 사고에서도 가족과 인연을 끊고 홀로 지내다 보니 마지막 빈소조차 차려지지 않은 외로운 희생자들이 많았습니다.

사망자 중에선 가장 나이가 어렸던 35살 조 모 씨는 8년 전 고향에서 상경해 우체국 비정규직 배송 일을 해왔습니다.

조금이나마 절약하겠다며 선택했던 고시원 생활... 삼 남매 중 장남이었던 아들의 죽음이 부모님은 아직 믿기지 않았습니다.

[故 조OO 씨 아버지/음성변조 : "우리 아들이 좀 수줍음을 타고 하니까 '당당하게 말을 잘 좀하고 그래라.'(하고 얘기했어요.) 얼마나 마음이 내가 타겠습니까? "]

장례를 치를 사정이 안돼 빈소를 차리지 않고 곧바로 화장터로 옮겨진 57살 양 모 씨도 어려운 생활 때문에 고시원을 택했다고 합니다.

[주민센터 직원/음성변조 : "결핵이 있어서 치료도 자주 받으셔야 되고 하루씩은 일하시긴 했는데 자주 하실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시죠."]

뒤늦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전남 강진에서 올라왔는데요,

2년 전 연락이 끊긴 동생이 비좁은 고시원에서 지낼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故 양○○ 씨 누나/음성변조 : "그전에는 음식점에서 일했더라고요.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보이기 싫어서 몇 년 연락이 안 됐어요. 어디서 사는 줄도 몰랐고…."]

그렇게 소식을 알게 됨과 동시에 뒤늦게 주검으로 마주한 동생...

[故 양○○ 씨 누나/음성변조 : "내가 누나로서 왜 안 왔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 그렇게 못한 게 내 가슴에 지금…."]

가까스로 큰 화마를 피한 생존자들은 어떤 사정이었을까요?

두 살, 일곱 살 아이들을 둔 40대 가장.

서울에서 일하며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온 이른바 '기러기 아빠'였는데요.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고시원이라는 걸 선택한 거죠.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차비라도 아끼자. 한 몸만 희생하면 되니까."]

현재, 생존자들 대부분은 주민센터에서 임시로 마련해준 근처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화재 당시 트라우마로 방에 들어가기조차 겁난다는데요.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일단은 방 딱 보고 소방시설이 잘되어있나, 보게 되더라고요."]

사업 실패 뒤, 고시원과 여관을 전전해온 60대 남성도 이제는 고시원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고시원 3층 거주자/음성변조 : "'이런 데는 불이 나면 진짜 위험하겠다.' 그 근처는 가기도 싫은 거죠."]

애써 잊어 보려 하지만 화재 기억이 문득 떠올라 일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고 합니다.

[고시원 2층 거주자/음성변조 : "일용직인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당장은 다 일 못 할 거란 말이에요."]

고시원 앞엔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를 위해 시민들이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 국화 등이 놓였습니다.

[서대건/서울시 종로구 : "하루하루 일하면서 사는 분들이 좁은 방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점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현장감식 결과와 정확한 화재 원인은 3주 뒤에 나올 예정인데요.

저마다의 사연 탓에 찾을 수밖에 없게 돼 가고 있는 고시원,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마련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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