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달리기꾼·돈주…‘北 장마당’ 생생 체험

입력 2018.11.17 (08:20) 수정 2018.1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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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혹시 북한말 중 달리기꾼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전주리 아나운서는 아세요?

글쎄요. 혹시 달리기 잘하는 사람인가요?

달리기꾼은 북한 시장 상인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큰 시장에서 중간 규모 도매시장으로 물건을 유통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번 주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북한의 시장 속 인물들을 체험하는 전시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실제 북한 장마당에서 장사하던 탈북민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북한에서 성업 중인 장마당. 돈을 주고받는 상인과 손님들의 바쁜 모습이 남한의 재래시장과 비슷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게 들리지 않는 장마당은 북한 정부 공식 허가를 받은 것만도 4백 개. 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장마당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북한의 한 장마당을 재현했다는 서울 동대문의 한 전시장.

[이승택/놀공 발전소 공동대표 : "수남시장은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최대 도매시장인데요. 직군들이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이. 수남 장마당에 일하시는 분들을 방문객 분들이 선택을 하시고 이 공간 안에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직접 수남 장마당의 주요 캐릭터가 되어 게임을 하게 됩니다. 달리기꾼. 메뚜기 장사꾼, 돈주…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지만 북한 장마당을 움직이는 인물이라는데요. 저와 함께 찬찬히 알아보실까요.

단체 관람을 온 중학생들과 함께 저도 직접 게임에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장마당을 구성하는 인물 중 궁금한 인물을 선택해 단서를 찾고 해당번호를 입력하면 된다는데요 달리기꾼을 선택한 친구들.

["자전거를 이용해 장마당 곳곳을 누비며 장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세요."]

달리기꾼에 대한 단서를 찾아 곳곳을 둘러봅니다. 게임을 통해 장마당 속 인물과 운영 방식을 자연스레 알게 됐는데요.

["달리기꾼은 보부상? 물건 싼 데서 사서 비싼데로 파는 그런 거죠. (또 돈주는?) 돈주는 이제 좀 물건 팔아서 부자 된 사람."]

이름이 재미있어 많은 친구들이 선택한 메뚜기 장사꾼은 허가받지 않고 시장 외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을 뜻한다네요. 이제 친구들과 게임 결과를 비교해 봅니다.

["(몇 등급 맞았어요?) 저희 6등급이요. (6등급? 아까 전에 몇 등급 얘기했죠?) 저희 1등급이요. 얘만 그랬어요."]

["저는 진짜 북한 가면 못살 거 같아요. (왜요?) 몇 개는 모르는 것도 많고 그래가지고 시장가면 망할 것 같아요."]

[김상현/ 매탄 초등학교 교사 : "그럼 게임해 본 다음에 좀 느껴졌던 거, 새롭게 알게 된 거 있었어? 이 직업들 다 원래 몰랐어요."]

[이은택/ 놀공 발전소 기획팀 : "학교에서 통일 교육을 매년 그리고 매 학기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활용하는 정보들은 사실 그렇게 북한 사람들의 실제 삶과 좀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 익숙해져 있는 걸 보니까 되게 보기 좋았어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곳은 한 교육 서비스 회사. 북한 출신 인턴 사원이 했던 수남시장 이야기에 끌려 행사를 열었다는데요.

[이은택/놀공 발전소 기획팀 : "자기가 메뚜기 장사꾼이었다는 거예요. 한 품목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시장세를 내지 않으면서 시장관리원한테 쫓겨난 이야기, 돈주와의 관계 이야기…"]

이야기를 꺼냈던 고미영 씨에게 좀 더 생생한 수남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큰 장마당이라는 수남시장. 규모만 해도 2만 여 제곱미터가 넘는다는데요,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울타리가 쳐져 있고 여기 안에서만 시장을 운영해라. 이렇게 국가에서 지정된 장소에서만 하라 이런 게 있어서…. 장세가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어느 정도에요?) 아마 천 원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장사가 안 되는 분들에게 천 원을 내라 이러면 천 원도 내긴 아깝죠."]

매대 수만 만 6천여 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이게 장소도 좀 중요하거든요. 앉은 위치에 따라서 사람들이 잘 사 먹거나 이렇게 되는데 자기가 앉았던 그 고정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잖아요? 그거는 못 앉게 해요."]

최근 촬영된 양강도 혜산 장마당의 영상을 보여주자 미영 씨는 단박에 상인들의 역할을 구분해내는데요.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이 차들은 아마, 여기 지금 앞에 보면 큰 물건들이 보이시나요? 이게 행방꾼이라고 네. 행방꾼들이 날라 온 다른 지역에서 특산물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장사에 어려움도 많았다는 미영 씨, 전시장을 거닐다보니 그 날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정말 나가기 싫었던 적이 매일 있었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제가 굶게 되니까 그러니까 매일 나갔었죠. 장사하러 나갔었죠."]

자신의 증언으로 완성된 전시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제가 봤었던 거랑 너무 똑같아요. 제가 얘기했을 때 만들어주신 거랑 실제 전시로 한 것이 너무 똑같고. 제 말로 다 표현을 못 할 만큼 정말 뿌듯했었던 것 같아요."]

장마당에서 생업을 꾸리는 사람만 100만 명, 장마당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장마당 속 인물이 되어 평범한 북한 주민의 일상을 체험해본 시간. 언젠간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얼굴을 마주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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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달리기꾼·돈주…‘北 장마당’ 생생 체험
    • 입력 2018-11-17 08:23:02
    • 수정2018-11-17 10:10:22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혹시 북한말 중 달리기꾼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전주리 아나운서는 아세요?

글쎄요. 혹시 달리기 잘하는 사람인가요?

달리기꾼은 북한 시장 상인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큰 시장에서 중간 규모 도매시장으로 물건을 유통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번 주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북한의 시장 속 인물들을 체험하는 전시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실제 북한 장마당에서 장사하던 탈북민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북한에서 성업 중인 장마당. 돈을 주고받는 상인과 손님들의 바쁜 모습이 남한의 재래시장과 비슷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게 들리지 않는 장마당은 북한 정부 공식 허가를 받은 것만도 4백 개. 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장마당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북한의 한 장마당을 재현했다는 서울 동대문의 한 전시장.

[이승택/놀공 발전소 공동대표 : "수남시장은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최대 도매시장인데요. 직군들이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이. 수남 장마당에 일하시는 분들을 방문객 분들이 선택을 하시고 이 공간 안에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직접 수남 장마당의 주요 캐릭터가 되어 게임을 하게 됩니다. 달리기꾼. 메뚜기 장사꾼, 돈주…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지만 북한 장마당을 움직이는 인물이라는데요. 저와 함께 찬찬히 알아보실까요.

단체 관람을 온 중학생들과 함께 저도 직접 게임에 참여해보기로 했습니다. 장마당을 구성하는 인물 중 궁금한 인물을 선택해 단서를 찾고 해당번호를 입력하면 된다는데요 달리기꾼을 선택한 친구들.

["자전거를 이용해 장마당 곳곳을 누비며 장사에 차질이 없도록 하세요."]

달리기꾼에 대한 단서를 찾아 곳곳을 둘러봅니다. 게임을 통해 장마당 속 인물과 운영 방식을 자연스레 알게 됐는데요.

["달리기꾼은 보부상? 물건 싼 데서 사서 비싼데로 파는 그런 거죠. (또 돈주는?) 돈주는 이제 좀 물건 팔아서 부자 된 사람."]

이름이 재미있어 많은 친구들이 선택한 메뚜기 장사꾼은 허가받지 않고 시장 외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을 뜻한다네요. 이제 친구들과 게임 결과를 비교해 봅니다.

["(몇 등급 맞았어요?) 저희 6등급이요. (6등급? 아까 전에 몇 등급 얘기했죠?) 저희 1등급이요. 얘만 그랬어요."]

["저는 진짜 북한 가면 못살 거 같아요. (왜요?) 몇 개는 모르는 것도 많고 그래가지고 시장가면 망할 것 같아요."]

[김상현/ 매탄 초등학교 교사 : "그럼 게임해 본 다음에 좀 느껴졌던 거, 새롭게 알게 된 거 있었어? 이 직업들 다 원래 몰랐어요."]

[이은택/ 놀공 발전소 기획팀 : "학교에서 통일 교육을 매년 그리고 매 학기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활용하는 정보들은 사실 그렇게 북한 사람들의 실제 삶과 좀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 익숙해져 있는 걸 보니까 되게 보기 좋았어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곳은 한 교육 서비스 회사. 북한 출신 인턴 사원이 했던 수남시장 이야기에 끌려 행사를 열었다는데요.

[이은택/놀공 발전소 기획팀 : "자기가 메뚜기 장사꾼이었다는 거예요. 한 품목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시장세를 내지 않으면서 시장관리원한테 쫓겨난 이야기, 돈주와의 관계 이야기…"]

이야기를 꺼냈던 고미영 씨에게 좀 더 생생한 수남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큰 장마당이라는 수남시장. 규모만 해도 2만 여 제곱미터가 넘는다는데요,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울타리가 쳐져 있고 여기 안에서만 시장을 운영해라. 이렇게 국가에서 지정된 장소에서만 하라 이런 게 있어서…. 장세가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어느 정도에요?) 아마 천 원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장사가 안 되는 분들에게 천 원을 내라 이러면 천 원도 내긴 아깝죠."]

매대 수만 만 6천여 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이게 장소도 좀 중요하거든요. 앉은 위치에 따라서 사람들이 잘 사 먹거나 이렇게 되는데 자기가 앉았던 그 고정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잖아요? 그거는 못 앉게 해요."]

최근 촬영된 양강도 혜산 장마당의 영상을 보여주자 미영 씨는 단박에 상인들의 역할을 구분해내는데요.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이 차들은 아마, 여기 지금 앞에 보면 큰 물건들이 보이시나요? 이게 행방꾼이라고 네. 행방꾼들이 날라 온 다른 지역에서 특산물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장사에 어려움도 많았다는 미영 씨, 전시장을 거닐다보니 그 날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정말 나가기 싫었던 적이 매일 있었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제가 굶게 되니까 그러니까 매일 나갔었죠. 장사하러 나갔었죠."]

자신의 증언으로 완성된 전시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고미영(가명)/ 전 ‘놀공’ 인턴사원, 탈북민 : "제가 봤었던 거랑 너무 똑같아요. 제가 얘기했을 때 만들어주신 거랑 실제 전시로 한 것이 너무 똑같고. 제 말로 다 표현을 못 할 만큼 정말 뿌듯했었던 것 같아요."]

장마당에서 생업을 꾸리는 사람만 100만 명, 장마당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장마당 속 인물이 되어 평범한 북한 주민의 일상을 체험해본 시간. 언젠간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얼굴을 마주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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