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영어 번역”…교무부장이 딸 학생부 조작

입력 2018.11.24 (07:24) 수정 2018.11.24 (07: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교무부장 아버지가 시험 문제를 빼돌려 딸들의 성적을 올려준 숙명여고 사태, 큰 충격을 줬죠

KBS가 입수한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왜 사립학교에서 특히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 지, 정유진 기자가 실태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의 분당대진고.

이 학교 졸업생이, 지난해 다니던 대학에서 입학 취소됐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그쪽에서 서류를 조작해서 우리한테 (지원)한 거고, 학생부로 들어왔으니까 취소할 수 밖에 없는거죠."]

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겁니다.

"난중일기를 영어로 번역해 대사관에 기증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오페라단이 주관하는 가곡의 밤에 우리 가곡을 영어로 번역해 무대에 올렸다".

학생부 작성자는 당시 교무부장 박모 씨, 바로 해당 학생의 어머니였습니다.

딸이 재학한 3년 내내, 글자 수만 1700여자입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엄마는 또 교사니까 생기부(학생부)에 어떤 영역을 고쳐야지만 (자연계열에) 입학하기에 수월한지를 아셨겠죠."]

학교 측은 교무부장의 조작을 확인하고도 조직적으로 감췄습니다.

조작된 학생부가 대입전형에 쓰였고, 교무부장은 자진 퇴직으로 끝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감사에 뒤늦게 적발돼, 교무부장은 최근 법정 구속됐습니다.

[분당대진고 관계자/음성변조 : "일부러 덮은건 아니고요. 업무 미숙이죠. 다 끝난거고 그때 당시에 있던 분들은 안 계세요."]

인천의 인명여고.

최근 법인 이사장의 아들 안모 씨가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특정 학생에게 상을 주도록 담당 교사를 압박한 혐의입니다.

[인명여고 관계자/음성변조 : "그 기간제 선생님은 약자잖아요. 이사장 아들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겠죠."]

서울 경기지역의 최근 2년치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봤더니, 감사 대상 132개 학교 중 내신과 학생부 관리, 즉 성적관리 문제로 지적을 받은 곳이 58개.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나오는 부실한 성적관리의 구체적인 사례들 살펴보겠습니다.

무단 결석한 학생에게 개근상을 주거나, 결석한 학생에게 봉사시간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1년 전과 똑같은 시험문제를 내 적발되기도 하고, 채점이 잘못된 경우는 수두룩합니다.

성적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교사를 살펴볼까요,

전체 교원수는 국공립이 훨씬 더 많은데, 징계 교사는 사립 27명, 국공립 14명으로 사학이 2배나 많았습니다.

폐쇄적인 조직에, 교사의 재직 기간이 길고, 족벌 체체, 즉 혈연으로 얽힌 경우가 많은 게 이유로 꼽힙니다.

회계와 채용비리를 넘어, 학생들 성적까지 손 대는 사립학교,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난중일기 영어 번역”…교무부장이 딸 학생부 조작
    • 입력 2018-11-24 07:28:15
    • 수정2018-11-24 07:44:38
    뉴스광장
[앵커]

교무부장 아버지가 시험 문제를 빼돌려 딸들의 성적을 올려준 숙명여고 사태, 큰 충격을 줬죠

KBS가 입수한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왜 사립학교에서 특히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 지, 정유진 기자가 실태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성남의 분당대진고.

이 학교 졸업생이, 지난해 다니던 대학에서 입학 취소됐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그쪽에서 서류를 조작해서 우리한테 (지원)한 거고, 학생부로 들어왔으니까 취소할 수 밖에 없는거죠."]

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겁니다.

"난중일기를 영어로 번역해 대사관에 기증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오페라단이 주관하는 가곡의 밤에 우리 가곡을 영어로 번역해 무대에 올렸다".

학생부 작성자는 당시 교무부장 박모 씨, 바로 해당 학생의 어머니였습니다.

딸이 재학한 3년 내내, 글자 수만 1700여자입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엄마는 또 교사니까 생기부(학생부)에 어떤 영역을 고쳐야지만 (자연계열에) 입학하기에 수월한지를 아셨겠죠."]

학교 측은 교무부장의 조작을 확인하고도 조직적으로 감췄습니다.

조작된 학생부가 대입전형에 쓰였고, 교무부장은 자진 퇴직으로 끝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감사에 뒤늦게 적발돼, 교무부장은 최근 법정 구속됐습니다.

[분당대진고 관계자/음성변조 : "일부러 덮은건 아니고요. 업무 미숙이죠. 다 끝난거고 그때 당시에 있던 분들은 안 계세요."]

인천의 인명여고.

최근 법인 이사장의 아들 안모 씨가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특정 학생에게 상을 주도록 담당 교사를 압박한 혐의입니다.

[인명여고 관계자/음성변조 : "그 기간제 선생님은 약자잖아요. 이사장 아들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겠죠."]

서울 경기지역의 최근 2년치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봤더니, 감사 대상 132개 학교 중 내신과 학생부 관리, 즉 성적관리 문제로 지적을 받은 곳이 58개.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나오는 부실한 성적관리의 구체적인 사례들 살펴보겠습니다.

무단 결석한 학생에게 개근상을 주거나, 결석한 학생에게 봉사시간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1년 전과 똑같은 시험문제를 내 적발되기도 하고, 채점이 잘못된 경우는 수두룩합니다.

성적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교사를 살펴볼까요,

전체 교원수는 국공립이 훨씬 더 많은데, 징계 교사는 사립 27명, 국공립 14명으로 사학이 2배나 많았습니다.

폐쇄적인 조직에, 교사의 재직 기간이 길고, 족벌 체체, 즉 혈연으로 얽힌 경우가 많은 게 이유로 꼽힙니다.

회계와 채용비리를 넘어, 학생들 성적까지 손 대는 사립학교,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