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입주민 갑질 폭행’ 70대 경비원 끝내 숨져…아파트는 지금?

입력 2018.11.29 (08:34) 수정 2018.11.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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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달 전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오던 경비원은 지난 23일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폭력을 행사한 아파트 주민은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층간소음 문제가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는데요.

사건 발생 한달, 그 아파트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친했어요. 저랑 굉장히. 우리 애 아빠하고도 같이 막걸리 한 잔 먹기로 했는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분이 한자 공부를 좋아해요. 붓글씨 쓰고, 서예 그림 그리고 (주민들한테) 주고……."]

70대 최씨 할아버지가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건 일 년 남짓.

주민들과 깊은 정을 나누고 누구보다 성실했다는 게 주민들이 기억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난달 29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새벽 1시 50분 쯤, 한 남성이 불 꺼진 경비실로 뛰어가더니 문을 열고 다짜고짜 폭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벽에 비친 그림자로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남성이 밖으로 나오고 폭행이 멈췄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발길질과 함께 폭행이 계속됩니다. 1분 남짓 지속된 폭행.

다시 밖으로 남성이 나오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무려 3차례나 폭행을 한 뒤에야 남성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아버지가 오른쪽 얼굴이 완전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였어요."]

집중적으로 손상을 입은 곳은 얼굴과 뇌 부분이었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대학병원 측에서 이제 아버님을 위한 어떤 의료적인 행위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수술도 진행이 안 됐었고 단지 그냥 생명만 간신히 부지하고 있었는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드린건 치료가 아닌 뇌사 판정.

그리고 지난 23일. 갓 태어난 둘째 손자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둘째 태어나서 가족사진 찍자. 항상 아버님 댁에 오면 (벽이) 휑해서 여기다 (가족사진을) 붙여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가족사진도 못 남겨 놓고 내가 아버지를 보내드린 거죠."]

유족들이 안타까워 하는건 또 있습니다. 앞서 남성이 떠난지 4분 만에 경찰 순찰차가 도착했는데요.

위급한 상황 속에서 신고를 한 건 바로 최 씨 할아버지였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아버님이 112에 그 급박한 상황에서 전화했고 물론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화가 연결된 상태로 약 11초 동안 전화가 켜져 있었고 그걸 의심했던 관제센터에서 위치 추적을 통해서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고……."]

하지만, 경비원을 찾는 데까지는 무려 1시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너무 안타까워요. 혹시라도 (빨리 발견됐으면) 아버지한테 조금 희망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많이 안타깝죠."]

그렇다면 폭력을 휘두른 남성은 어떻게 됐을까요?

3차례 폭행을 한 뒤 사라졌던 남성은 2시간 반이 지난 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더니 경찰들이 있던 경비실 쪽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들어갔는데요, 바로 같은 아파트 40대 주민이었던 겁니다.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 남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 처음에 부인해서 CCTV 영상을 보여주고 폭행 장면을 보여주니까 층간 소음을 해결 안 해줘서 감정이 쌓여서 싸웠다고 진술을 합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몸을 가눌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돼야 만취라고 하는데 (피의자) 스스로 자유 의지에 의해서 방향을 틀고 들어가서 폭행을 하고 또 나왔다가 이런 것을 세 번씩이나 했다고 봤을 때는 고의성이 충분히 있다고……."]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났다는 남성.

심신미약을 우려한 최 씨 할아버지 가족은 국민청원 게시판을 두드렸고, 공분을 사게 되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술 먹어서 자제력 잃는 거면 그런 자제력도 없으면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되죠."]

최 씨 할아버지가 결국 숨지게 되면서 검찰도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부고를 안내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모금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이런 분이 이런 일로 돌아가셨다는 게 참 마음이 아파. 하나의 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진짜 마음으로 딱 내더라고."]

이번 사건이 전해지면서 아파트 경비원분들도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경비원을 향한 이른바 갑질과 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강아지가 현관 앞에 변을 보았다고 치워 달래요. 식사 중이니까 조금 있다 가서 보는 대로 치우겠다고 하니까 지금 당장 치워 달래요. 걸레 들고 가서 치웠는데 남녀 부부가 웃고 지나가는데……."]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나도 70살이 넘었지만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구박을 하고, 이게 소위 갑질이지."]

하지만,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더라도 딱히 달라질건 없을꺼란 얘기도 나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무슨 일이 있으면 그때만 반짝했다가 또 그냥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 해지지. 내가 여기서 이야기한다고 달라질 게 있어요?"]

아파트 경비원 10명 가운데 4명 꼴로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은 아파트 경비원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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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입주민 갑질 폭행’ 70대 경비원 끝내 숨져…아파트는 지금?
    • 입력 2018-11-29 08:40:31
    • 수정2018-11-29 09: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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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오던 경비원은 지난 23일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폭력을 행사한 아파트 주민은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층간소음 문제가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는데요.

사건 발생 한달, 그 아파트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친했어요. 저랑 굉장히. 우리 애 아빠하고도 같이 막걸리 한 잔 먹기로 했는데……."]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그분이 한자 공부를 좋아해요. 붓글씨 쓰고, 서예 그림 그리고 (주민들한테) 주고……."]

70대 최씨 할아버지가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건 일 년 남짓.

주민들과 깊은 정을 나누고 누구보다 성실했다는 게 주민들이 기억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난달 29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새벽 1시 50분 쯤, 한 남성이 불 꺼진 경비실로 뛰어가더니 문을 열고 다짜고짜 폭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벽에 비친 그림자로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남성이 밖으로 나오고 폭행이 멈췄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발길질과 함께 폭행이 계속됩니다. 1분 남짓 지속된 폭행.

다시 밖으로 남성이 나오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무려 3차례나 폭행을 한 뒤에야 남성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아버지가 오른쪽 얼굴이 완전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였어요."]

집중적으로 손상을 입은 곳은 얼굴과 뇌 부분이었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대학병원 측에서 이제 아버님을 위한 어떤 의료적인 행위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수술도 진행이 안 됐었고 단지 그냥 생명만 간신히 부지하고 있었는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드린건 치료가 아닌 뇌사 판정.

그리고 지난 23일. 갓 태어난 둘째 손자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둘째 태어나서 가족사진 찍자. 항상 아버님 댁에 오면 (벽이) 휑해서 여기다 (가족사진을) 붙여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가족사진도 못 남겨 놓고 내가 아버지를 보내드린 거죠."]

유족들이 안타까워 하는건 또 있습니다. 앞서 남성이 떠난지 4분 만에 경찰 순찰차가 도착했는데요.

위급한 상황 속에서 신고를 한 건 바로 최 씨 할아버지였습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아버님이 112에 그 급박한 상황에서 전화했고 물론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화가 연결된 상태로 약 11초 동안 전화가 켜져 있었고 그걸 의심했던 관제센터에서 위치 추적을 통해서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고……."]

하지만, 경비원을 찾는 데까지는 무려 1시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피해 경비원 가족/음성변조 : "너무 안타까워요. 혹시라도 (빨리 발견됐으면) 아버지한테 조금 희망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많이 안타깝죠."]

그렇다면 폭력을 휘두른 남성은 어떻게 됐을까요?

3차례 폭행을 한 뒤 사라졌던 남성은 2시간 반이 지난 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더니 경찰들이 있던 경비실 쪽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들어갔는데요, 바로 같은 아파트 40대 주민이었던 겁니다.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 남성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 처음에 부인해서 CCTV 영상을 보여주고 폭행 장면을 보여주니까 층간 소음을 해결 안 해줘서 감정이 쌓여서 싸웠다고 진술을 합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몸을 가눌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돼야 만취라고 하는데 (피의자) 스스로 자유 의지에 의해서 방향을 틀고 들어가서 폭행을 하고 또 나왔다가 이런 것을 세 번씩이나 했다고 봤을 때는 고의성이 충분히 있다고……."]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났다는 남성.

심신미약을 우려한 최 씨 할아버지 가족은 국민청원 게시판을 두드렸고, 공분을 사게 되는데요.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술 먹어서 자제력 잃는 거면 그런 자제력도 없으면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되죠."]

최 씨 할아버지가 결국 숨지게 되면서 검찰도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부고를 안내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모금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이런 분이 이런 일로 돌아가셨다는 게 참 마음이 아파. 하나의 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진짜 마음으로 딱 내더라고."]

이번 사건이 전해지면서 아파트 경비원분들도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경비원을 향한 이른바 갑질과 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강아지가 현관 앞에 변을 보았다고 치워 달래요. 식사 중이니까 조금 있다 가서 보는 대로 치우겠다고 하니까 지금 당장 치워 달래요. 걸레 들고 가서 치웠는데 남녀 부부가 웃고 지나가는데……."]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나도 70살이 넘었지만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고 구박을 하고, 이게 소위 갑질이지."]

하지만,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더라도 딱히 달라질건 없을꺼란 얘기도 나옵니다.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무슨 일이 있으면 그때만 반짝했다가 또 그냥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 해지지. 내가 여기서 이야기한다고 달라질 게 있어요?"]

아파트 경비원 10명 가운데 4명 꼴로 언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은 아파트 경비원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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