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 철도 조사 착수…북미 회담 ‘안갯속’

입력 2018.12.01 (07:50) 수정 2018.12.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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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고 북한 철도를 현대화시키기 위한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어제 시작됐습니다.

10년 만에 우리 열차가 북쪽 곳곳을 누비며 18일간 2천 6백km를 달리는 대장정을 시작했는데요,

미국이 이번 공동조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북 제재를 면제하면서 북미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협상은 아직 말 그대로 안갯속입니다.

미국이 제한적이나마 제재를 면제한 배경은 무엇이고, 미국의 손짓에도 북한이 멈칫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우리 측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역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 신의주라는 특별한 이정표가 부착됐습니다.

북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기착지.

조촐한 환송 행사도 열렸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하신 착공식도 올해, 연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다. 하나로 이어질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도 탄탄해 질 것입니다."]

환송 행사는 기관사의 출무 신고로 마무리 됐습니다.

["남북 공동 조사 열차 출무 신고하겠습니다. 내빈께 인사, 안전!"]

끊어진 남북 간 철도를 다시 잇겠다는 듯 우렁찬 출사표.

잘 다녀오라는 마음을 담아 머플러도 둘러줍니다.

총 28명의 우리 조사단을 태운 열차는 힘찬 경적소리와 함께 10년 만에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여섯 량으로 이뤄진 우리 열차는 북한 판문역에서부터 북측 기관차에 이끌려 북녘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개성부터 신의주까지 경의선 구간 400km를 엿새 간 살펴보고, 동쪽으로 건너가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800km 구간을 열흘 간 점검합니다.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해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은 11년 만으로, 특히 동해선 구간은 처음입니다.

지난 2007년의 남북철도공동조사는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경의선 전 구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이재정/2007년 당시 통일부 장관 : "오늘 열차 시험 운행은 단순한 시험운행이 아닙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한다는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열차 시험운행도 실시됐습니다. 경의선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제진역까지 남북을 오가는 열차가 경적을 울린 겁니다."]

[이병길/실향민 : "공부 끝나고 집에 갈 때 타고... 그렇게 타던 열차가 57년 만에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이야. 이 기차를 타고 내 고향, 집에 좀 가보고 싶다고..."]

도라산역과 판문역 사이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화물열차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열차 운행은 2008년을 끝으로 중단됐습니다.

이번에 재개된 공동조사는 10여 년 간 볼 수 없던 북한의 철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현대화에 대비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 : "현지 공동조사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하여 북측 철도 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현대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공동조사가 유엔 안보리의 예외적인 대북 제재 면제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특정한 이벤트나 인적 교류가 아닌 남북간 협력사업에 대해 면제가 이뤄진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북은 이미 평양선언과 고위급회담에서 10월 말부터 철도공동조사를, 12월 초에는 착공식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유류 반입 등이 유엔 재제에 저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합동조사 일정이 지연돼왔었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미국 측과 저희가 부분적으로 좀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리와 미국이 계속해서 좀 논의를 해 나가는 단계다..."]

때문에 북미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선언 핵심 사항을 이행해 주춤했던 한반도 정세를 한 발짝 진전시켰다는 데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하는데 시종일관 신중했던 미국이 철도공동조사에 대외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상당 부분 이 판을 깨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좀 확고하다는 것이죠. 공동 조사의 유예를 또 허가한다든가 이런 부수적인 걸 통해서 자신의 부족분을 메꾸어 나가는 어떤 이런 노력들을 해가 면서 결국은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자신들의 어떤 상응조치가 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협상장으로 끌어내서, 그 틀 내에서 비핵화의 어떤 뭐랄까요 협상을 이끌어나가려는 상황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번 제재 면제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 없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난색을 표하던 미국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협상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재개될 것으로 점쳐졌던 북미 고위급 회담.

하지만 김영철 북한노동당 부위원장은 끝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실무회담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는 핵신고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정상회담 개최 조건의 문턱을 낮추는가하면, 내년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는 등 대북 유화책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심 요구 사항인 대북 제재 완화나 상응 조치 등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돈 세탁에 연루된 싱가포르와 중국 기업들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재를 통한 압박수위는 높이는 양상입니다.

[정세현/前 통일부 장관 : "미국이 압박과 제재에 굴복해서 북한이 나왔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회담이 진전을 못 보는 겁니다. 마저 압박을 하면 북한은 비핵화는 확실하게 하고, 미국이 챙겨야 하는 수교나 평화체제 문제 관련해서는 별로 그렇게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상응조치를 일체 취하지 않는 거죠."]

덩달아 북한의 반박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에 대한 회의 개최를 요청하자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인권 문제를 앞세워 비핵화 협상에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남북 관계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제시한 대화에 대해 북한의 확답이 늦어지는 이유는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물밑접촉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질적인 대북제재 완화 없이 남북 경협도 제재에 꽁꽁 묶인 상황에서 비핵화 압박만 높은 데 대한 북측의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승인으로 가능해진 남북 철도공동조사도 실제 공사에 돌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정세현/前 통일부 장관 : "회담을 다시 재개시키려면 미국이 한 발 앞으로 나와주든 북이 한발 앞으로 나와주든 해야 하는데 미북한 실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서로 자기가 먼저 그걸 할 준비가 안 돼있다는 얘기에요. 미국은 미국대로 상응조치 안 해주고 북미정상 회담을 성사시켜보려고 하는 것 같고 북한은 북한대로 상응 조치가 보장 안 되면 장관급 회담도 북미정상회담도 기대할 게 없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어보는 거고 이런 상황입니다."]

북한이 실무회담보다는 정상 간 합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고위급이나 실무급 회담을 통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는 미국과 달리,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한 정치적 타결을 원한다는 분석입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기 전에 2차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정치적 결단이 쉬운 정상회담을 먼저 하길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미국과 북한 간에 조율이 되지 않는 이상 고위급회담이나 아니면 정상회담 등이 날짜가 정해지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고요. 북한이 어떤 식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고위급 회담이나 2차 정상회담 날짜가 어느 정도 빨리 정해질 수 있는지가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

북미 간 소통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북 협상 일정들도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중재 노력을 지속해온 우리 정부의 최근 동향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 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목표는 변함이 없다던 청와대.

하지만 북미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최근 청와대는 김 위원장 답방에 관해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연내 하겠다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남북미 3자가 합의를 해야 한다며,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북미 관계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입장으로 보입니다.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에 대해 북미 정상이 어느 정도 협의를 해야, 김 위원장이 답방했을 때 남북이 경협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겁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어떤 정치적 성과물이나 아니면 제재 부분에 있어 성과물을 얻어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북미대화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기는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인 성과물을 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부담이 갈 것으로 보여지고요. 일단 고위급회담과 실무 회담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미국 측에서는 2차 정상회담의 조건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

철도 공동조사 시작 하루 전, 정부는 북측에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하는 방제약 50톤을 보냈습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이 협의한 산림협력 사업의 하나입니다.

남북 교류협력의 끊을 놓지않으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꽉 막힌 비핵화협상의 교착을 풀기 위해선 보다 전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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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남북 철도 조사 착수…북미 회담 ‘안갯속’
    • 입력 2018-12-01 08:26:00
    • 수정2018-12-01 10:36:07
    남북의 창
[앵커]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고 북한 철도를 현대화시키기 위한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어제 시작됐습니다.

10년 만에 우리 열차가 북쪽 곳곳을 누비며 18일간 2천 6백km를 달리는 대장정을 시작했는데요,

미국이 이번 공동조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북 제재를 면제하면서 북미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협상은 아직 말 그대로 안갯속입니다.

미국이 제한적이나마 제재를 면제한 배경은 무엇이고, 미국의 손짓에도 북한이 멈칫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우리 측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도라산역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 신의주라는 특별한 이정표가 부착됐습니다.

북한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기착지.

조촐한 환송 행사도 열렸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하신 착공식도 올해, 연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다. 하나로 이어질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도 탄탄해 질 것입니다."]

환송 행사는 기관사의 출무 신고로 마무리 됐습니다.

["남북 공동 조사 열차 출무 신고하겠습니다. 내빈께 인사, 안전!"]

끊어진 남북 간 철도를 다시 잇겠다는 듯 우렁찬 출사표.

잘 다녀오라는 마음을 담아 머플러도 둘러줍니다.

총 28명의 우리 조사단을 태운 열차는 힘찬 경적소리와 함께 10년 만에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여섯 량으로 이뤄진 우리 열차는 북한 판문역에서부터 북측 기관차에 이끌려 북녘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개성부터 신의주까지 경의선 구간 400km를 엿새 간 살펴보고, 동쪽으로 건너가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800km 구간을 열흘 간 점검합니다.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해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은 11년 만으로, 특히 동해선 구간은 처음입니다.

지난 2007년의 남북철도공동조사는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경의선 전 구간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이재정/2007년 당시 통일부 장관 : "오늘 열차 시험 운행은 단순한 시험운행이 아닙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한다는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열차 시험운행도 실시됐습니다. 경의선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제진역까지 남북을 오가는 열차가 경적을 울린 겁니다."]

[이병길/실향민 : "공부 끝나고 집에 갈 때 타고... 그렇게 타던 열차가 57년 만에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이야. 이 기차를 타고 내 고향, 집에 좀 가보고 싶다고..."]

도라산역과 판문역 사이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화물열차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열차 운행은 2008년을 끝으로 중단됐습니다.

이번에 재개된 공동조사는 10여 년 간 볼 수 없던 북한의 철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현대화에 대비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 : "현지 공동조사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하여 북측 철도 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현대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공동조사가 유엔 안보리의 예외적인 대북 제재 면제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특정한 이벤트나 인적 교류가 아닌 남북간 협력사업에 대해 면제가 이뤄진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북은 이미 평양선언과 고위급회담에서 10월 말부터 철도공동조사를, 12월 초에는 착공식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유류 반입 등이 유엔 재제에 저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합동조사 일정이 지연돼왔었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 "미국 측과 저희가 부분적으로 좀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리와 미국이 계속해서 좀 논의를 해 나가는 단계다..."]

때문에 북미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선언 핵심 사항을 이행해 주춤했던 한반도 정세를 한 발짝 진전시켰다는 데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하는데 시종일관 신중했던 미국이 철도공동조사에 대외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상당 부분 이 판을 깨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좀 확고하다는 것이죠. 공동 조사의 유예를 또 허가한다든가 이런 부수적인 걸 통해서 자신의 부족분을 메꾸어 나가는 어떤 이런 노력들을 해가 면서 결국은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자신들의 어떤 상응조치가 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협상장으로 끌어내서, 그 틀 내에서 비핵화의 어떤 뭐랄까요 협상을 이끌어나가려는 상황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번 제재 면제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 없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난색을 표하던 미국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했다는 평가와 함께, 협상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이르면 이번 주 재개될 것으로 점쳐졌던 북미 고위급 회담.

하지만 김영철 북한노동당 부위원장은 끝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았습니다.

이번 달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실무회담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는 핵신고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정상회담 개최 조건의 문턱을 낮추는가하면, 내년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는 등 대북 유화책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심 요구 사항인 대북 제재 완화나 상응 조치 등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돈 세탁에 연루된 싱가포르와 중국 기업들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재를 통한 압박수위는 높이는 양상입니다.

[정세현/前 통일부 장관 : "미국이 압박과 제재에 굴복해서 북한이 나왔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회담이 진전을 못 보는 겁니다. 마저 압박을 하면 북한은 비핵화는 확실하게 하고, 미국이 챙겨야 하는 수교나 평화체제 문제 관련해서는 별로 그렇게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상응조치를 일체 취하지 않는 거죠."]

덩달아 북한의 반박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에 대한 회의 개최를 요청하자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인권 문제를 앞세워 비핵화 협상에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남북 관계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제시한 대화에 대해 북한의 확답이 늦어지는 이유는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물밑접촉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질적인 대북제재 완화 없이 남북 경협도 제재에 꽁꽁 묶인 상황에서 비핵화 압박만 높은 데 대한 북측의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승인으로 가능해진 남북 철도공동조사도 실제 공사에 돌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정세현/前 통일부 장관 : "회담을 다시 재개시키려면 미국이 한 발 앞으로 나와주든 북이 한발 앞으로 나와주든 해야 하는데 미북한 실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서로 자기가 먼저 그걸 할 준비가 안 돼있다는 얘기에요. 미국은 미국대로 상응조치 안 해주고 북미정상 회담을 성사시켜보려고 하는 것 같고 북한은 북한대로 상응 조치가 보장 안 되면 장관급 회담도 북미정상회담도 기대할 게 없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어보는 거고 이런 상황입니다."]

북한이 실무회담보다는 정상 간 합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고위급이나 실무급 회담을 통해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는 미국과 달리,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한 정치적 타결을 원한다는 분석입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기 전에 2차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정치적 결단이 쉬운 정상회담을 먼저 하길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미국과 북한 간에 조율이 되지 않는 이상 고위급회담이나 아니면 정상회담 등이 날짜가 정해지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고요. 북한이 어떤 식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고위급 회담이나 2차 정상회담 날짜가 어느 정도 빨리 정해질 수 있는지가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

북미 간 소통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북 협상 일정들도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중재 노력을 지속해온 우리 정부의 최근 동향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 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목표는 변함이 없다던 청와대.

하지만 북미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최근 청와대는 김 위원장 답방에 관해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연내 하겠다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남북미 3자가 합의를 해야 한다며,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북미 관계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입장으로 보입니다.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에 대해 북미 정상이 어느 정도 협의를 해야, 김 위원장이 답방했을 때 남북이 경협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겁니다.

[우정엽/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어떤 정치적 성과물이나 아니면 제재 부분에 있어 성과물을 얻어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북미대화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기는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인 성과물을 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부담이 갈 것으로 보여지고요. 일단 고위급회담과 실무 회담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미국 측에서는 2차 정상회담의 조건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

철도 공동조사 시작 하루 전, 정부는 북측에 소나무재선충병을 예방하는 방제약 50톤을 보냈습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이 협의한 산림협력 사업의 하나입니다.

남북 교류협력의 끊을 놓지않으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꽉 막힌 비핵화협상의 교착을 풀기 위해선 보다 전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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