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시 CCTV화면 공개

⊙앵커: 참사 당시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 화면이 공개됐습니다.
참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화면과 함께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9시 52분 38초,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하행선 선로로 1079호 전동차가 들어옵니다.
반대쪽 상행선 승강장에는 몇몇 승객들이 곧 도착할 1080호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54분, 전동차 바깥쪽에 빨간등이 켜지면서 앞 뒤문으로 승객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옵니다.
승강장은 타고 내리는 승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8초 뒤 승객들이 무언가에 크게 놀라고 이내 앞다퉈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전동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 몸에 불이 붙은 방화 용의자 김 씨가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바로 옆 승객이 웃옷을 벗어 불을 끄려고 시도하지만 김 씨는 승객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앞쪽에서는 이처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같은 전동차 뒷편에서는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듯 차분하기만 합니다.
53분 20초, 전동차 밖으로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중앙로역 승강장을 뒤덮습니다.
이 순간에도 불이 난 전동차의 뒤쪽 객차문은 열려 있지만 내리는 승객은 아무도 없습니다.
반대쪽 상행선 승강장의 승객들도 태연한 모습입니다.
앞쪽에서는 승객들이 긴박하게 탈출하는 가운데 한 승객이 자신의 옷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53분 30초, 전동차가 타면서 나는 연기로 하행선 승강장 앞쪽은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암흑천지로 변합니다.
전동차가 도착한 지 불과 30여 초 만입니다.
잠시 뒤 앞쪽 폐쇄회로 카메라의 전원이 나간 듯 시꺼먼 화면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뒷편에서는 연기를 피해 달아난 승객들이 계단을 통해 탈출합니다.
뒤늦게 위기를 감지한 승객들도 하나, 둘씩 전동차를 빠져나옵니다.
54분 16초, 반대편 상행선로 앞쪽에도 검은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뒤쪽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아직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듯 머뭇거립니다.
이로부터 1분여가 지난 9시 55분 30초, 상행선로로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1080호 전동차가 들어온 뒤 불이 옮겨붙었고 12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KBS뉴스 김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