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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다양한 목소리…‘집회’가 달라졌다!
입력 2018.12.25 (21:27) 수정 2018.12.25 (22:26)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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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 크고 작은 집회들이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11월까지 전국 집회는 6만 2천여 건, 앞선 4년 평균보다 50%나 많습니다.

반면, 집회 현장에서 입건된 인원은 많을 때의 1/6 수준이었습니다.

'집회는 늘었지만, 현장에서 경찰의 대응은 유연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극적인 변화는 집회의 내용입니다.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 등 자기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김소영, 최유경 기자가 차례로 분석합니다.

[리포트]

["생초도 먹자. 아이고 맛있어."]

누군가 버린 토끼 한 쌍이 번식해 순식간에 백마리로 늘었습니다.

조그만 공원에 감염병이 돌고 먹이도 부족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웠습니다.

그러자 '몽마르뜨 토끼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자발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며, 담당구청이 개체수 관리에 나서 줄 것을 압박했습니다.

[조영수/동물권 단체 하이 공동대표 : "더는 방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원을 관리하는 서초구하고 저희 시민봉사자님들, 그리고 저희 동물권 단체들이 같이 힘을 합쳐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

["문제는 헬멧이 아니야!"]

의무적인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반대하는 집회입니다.

자전거에 위협적인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박인경/헬멧 의무화 반대 집회 참가자 : "헬멧이 문제가 아니고 문제는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는 것을 얘기하는 겁니다."]

참가자들은 자전거 관련 돈벌이와는 무관한 동호인들, '취미 활동'에서 느낀 점이 집회까지 이어졌습니다.

[김윤정/맨머리 유니언 집회 기획 : "이 법안이 시행될 거다, 개정될 거라는 것을 알고 이건 잘못 가고 있는 거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대규모 세를 과시하거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게 전형적인 집회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올해는 진행 방식이나 주제 면에서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집회들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인 제주 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로 삼나무 9백여 그루가 잘려나가 휑한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이 길을 지키겠다며 사람들이 뭉쳤습니다.

기타 선율이 흐르고, 흙바닥에서 현수막을 만들고, 마치 행위 예술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제희/제주시 삼도2동 : "제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적당한 출구를 찾지 못했는데,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어도 된다고 하니까 참석하기가 좀 편했던 것 같아요."]

소싸움 도박장을 만들겠다는 정읍시에 맞서 221차례나 이어진 1인 시위, SNS로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1년 여만에 도박장은 백지화됐습니다.

작은 힘이 모여 113억원 짜리 정책을 바꾼 겁니다.

[최은희/1인 시위자 : "좋은 점은 언제 어디서나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거에요. 피켓을 하나 작성해서 계속할 수 있고…."]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집회가 달라졌다!…‘맞불 집회’도 급증▼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찬성과 반대가 부딪힌 집회도 많았습니다.

예멘 난민 인정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습니다.

[난민 찬성 집회 : "이슬람 혐오 반대한다!"]

상대 집회에 맞불을 놔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 집회를 여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이형오/난민 반대 집회 참가자 : "그냥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를 목소리를 내줘야 되겠구나."]

맞불집회가 일상화 된다는 건 집회 문턱이 낮아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반면, 반감과 혐오의 정서가 점점 커진 결과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석 달 전 인천에선 처음 열린 성 소수자 축제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밀지마세요!"]

["체포해! 체포해! 체포해!"]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이 행사 개최를 물리적으로 막은 겁니다.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와서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으셨던 바람에 부스 설치도 하지 못했고 행진도 막으시는 바람에 행진도 지금 중단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중단하라!"]

'불법 촬영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은 6차례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가지 말라며 맞선 이들도 있었습니다.

["유죄추정 반대한다!"]

일부 혐오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재기해! 재기해! 재기해!"]

집회를 공감과 대화의 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감정의 해방구로 삼는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입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된다는 거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만,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보다는 혐오라든지 이런 게 더 극으로 갈 수 있는..."]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 [앵커의 눈] 다양한 목소리…‘집회’가 달라졌다!
    • 입력 2018-12-25 21:32:26
    • 수정2018-12-25 22:26:35
    뉴스 9
[앵커]

올 한해 크고 작은 집회들이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11월까지 전국 집회는 6만 2천여 건, 앞선 4년 평균보다 50%나 많습니다.

반면, 집회 현장에서 입건된 인원은 많을 때의 1/6 수준이었습니다.

'집회는 늘었지만, 현장에서 경찰의 대응은 유연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극적인 변화는 집회의 내용입니다.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 등 자기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김소영, 최유경 기자가 차례로 분석합니다.

[리포트]

["생초도 먹자. 아이고 맛있어."]

누군가 버린 토끼 한 쌍이 번식해 순식간에 백마리로 늘었습니다.

조그만 공원에 감염병이 돌고 먹이도 부족해 생존 자체가 위태로웠습니다.

그러자 '몽마르뜨 토끼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자발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며, 담당구청이 개체수 관리에 나서 줄 것을 압박했습니다.

[조영수/동물권 단체 하이 공동대표 : "더는 방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원을 관리하는 서초구하고 저희 시민봉사자님들, 그리고 저희 동물권 단체들이 같이 힘을 합쳐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

["문제는 헬멧이 아니야!"]

의무적인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반대하는 집회입니다.

자전거에 위협적인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박인경/헬멧 의무화 반대 집회 참가자 : "헬멧이 문제가 아니고 문제는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는 것을 얘기하는 겁니다."]

참가자들은 자전거 관련 돈벌이와는 무관한 동호인들, '취미 활동'에서 느낀 점이 집회까지 이어졌습니다.

[김윤정/맨머리 유니언 집회 기획 : "이 법안이 시행될 거다, 개정될 거라는 것을 알고 이건 잘못 가고 있는 거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대규모 세를 과시하거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게 전형적인 집회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올해는 진행 방식이나 주제 면에서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집회들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인 제주 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로 삼나무 9백여 그루가 잘려나가 휑한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이 길을 지키겠다며 사람들이 뭉쳤습니다.

기타 선율이 흐르고, 흙바닥에서 현수막을 만들고, 마치 행위 예술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제희/제주시 삼도2동 : "제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적당한 출구를 찾지 못했는데,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어도 된다고 하니까 참석하기가 좀 편했던 것 같아요."]

소싸움 도박장을 만들겠다는 정읍시에 맞서 221차례나 이어진 1인 시위, SNS로 참가자들을 모았습니다.

1년 여만에 도박장은 백지화됐습니다.

작은 힘이 모여 113억원 짜리 정책을 바꾼 겁니다.

[최은희/1인 시위자 : "좋은 점은 언제 어디서나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거에요. 피켓을 하나 작성해서 계속할 수 있고…."]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집회가 달라졌다!…‘맞불 집회’도 급증▼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찬성과 반대가 부딪힌 집회도 많았습니다.

예멘 난민 인정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습니다.

[난민 찬성 집회 : "이슬람 혐오 반대한다!"]

상대 집회에 맞불을 놔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 집회를 여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이형오/난민 반대 집회 참가자 : "그냥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를 목소리를 내줘야 되겠구나."]

맞불집회가 일상화 된다는 건 집회 문턱이 낮아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반면, 반감과 혐오의 정서가 점점 커진 결과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석 달 전 인천에선 처음 열린 성 소수자 축제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밀지마세요!"]

["체포해! 체포해! 체포해!"]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이 행사 개최를 물리적으로 막은 겁니다.

[김지학/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와서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으셨던 바람에 부스 설치도 하지 못했고 행진도 막으시는 바람에 행진도 지금 중단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중단하라!"]

'불법 촬영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은 6차례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가지 말라며 맞선 이들도 있었습니다.

["유죄추정 반대한다!"]

일부 혐오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재기해! 재기해! 재기해!"]

집회를 공감과 대화의 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감정의 해방구로 삼는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입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된다는 거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만,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보다는 혐오라든지 이런 게 더 극으로 갈 수 있는..."]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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