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日, 내년 7월부터 고래 잡는다

입력 2018.12.31 (18:06) 수정 2018.12.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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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한상헌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기자]

먼저 제가 준비한 화면을 함께 보실까요?

이곳은 대서양에 위치한 파로 제도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대비해 거두고래를 잡아 식량으로 비축해두는데요,

이렇게 사냥 된 고래가 연간 8백 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수백 년 된 마을 전통이지만, 핏빛 바다가 된 모습, 다소 충격적이죠.

현재 판매를 목적으로 포경을 하는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인데요.

최근 일본도 식용을 위한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일본 정부가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걸 규제하는 기구인데요.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상업 포경 재개를 요청했다 부결되자 결국, 탈퇴하기로 한 겁니다.

일본 어선들은 당장 내년 7월부터 인근 바다나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 고래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이 30년 만에 다시 고래잡이를 하겠다고 나선 배경 짚어보죠.

[기자]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의 명분으로 '문화'를 내세웠습니다.

오랜 기간 고래를 이용하는 문화와 생활을 해왔다고 강조했는데요,

관방장관의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고래 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이라는 입장과 보호 입장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명확해져 이번 결단에 내리게 됐습니다."]

스가 장관은 고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결국, 먹기 위해 고래 사냥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여전히 고래 고기를 찾는 수요가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얼마 전 미야기 현에 한 마을에서도 생태 조사 목적으로 잡은 밍크고래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예전에는) 1년 내내 먹었습니다. 육회가 최고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식량이 부족할 때, 고래 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1960년대엔 학교 급식에 나올 정도로 고래 고기가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1988년 상업 포경을 중단하면서 소비도 급감해 지난해 연간 소비량은 3천 톤 규모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연구'를 목적으로 고래를 계속 잡아왔습니다.

시중에 유통된 고래 고기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잡은걸 식용으로 가공했거나 혼획된 경우입니다.

일본은 올해도 남극해에서 밍크고래 3백여 마리를 포획했는데, 이 가운데는, 새끼 고래 50여 마리와 임신한 암컷 120여 마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도 일부 마을 주민들이 고래를 잡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네, 일본 와카야마 현에 위치한 다이지 마을 얘기입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소개됐을 정도인데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대규모 돌고래 사냥이 이뤄집니다.

어부들이 들쇠고래 수십 마리를 좁은 곳으로 몰아넣습니다.

작살을 던져 고래 등에 꽂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잡힌 고래는 동물원, 수족관에 팔리거나 식용으로 쓰이는데, 매년 천 마리 이상이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사키 메구미/'다이지 마을'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 "(이곳 사람들은)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조상의 가업을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다이지 마을 측은 돌고래 사냥이 생계유지 수단이자 전통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상업 포경 재개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본 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포경 관련 업계와 음식점, 시장 상인들은 위축된 내수 경기가 되살아날 기회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습니다.

[후루우치 가쓰지/가게 주인 : "기쁜 일이죠. 활기가 생길 겁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고래를) 잡지 않았으니까요."]

한편, 마이니치 신문은 과거 상업 포경이 활발했던 야마구치 현과 와카야마 현이 최대 수혜자라고 전했는데요,

이 두 지역은 각각 아베 총리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의 지역구입니다.

[앵커]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뭔가요?

[기자]

야당 측은 일본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시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오사카 거주/75세 :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고래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에는 먹을 것이 많습니다. 국제 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고래 수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 사회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호주는 유감을 표명하며 IWC 탈퇴 결정을 재고할 것을 일본에 촉구했고, 환경·동물 보호 단체들은 고래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클레르 배스/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 : "일본은 어업 국가이기 때문에 민감한 것인데, 지금은 고래가 문제지만 다음은 참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고래잡이에 연연하는 것입니다."]

가디언은 일본의 상업 포경 재개가 판매용 고래 고기의 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때문에, 일본 내 고래 고기 수요가 회복될 지도 불투명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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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日, 내년 7월부터 고래 잡는다
    • 입력 2018-12-31 18:14:37
    • 수정2018-12-31 1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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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한상헌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기자]

먼저 제가 준비한 화면을 함께 보실까요?

이곳은 대서양에 위치한 파로 제도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을 대비해 거두고래를 잡아 식량으로 비축해두는데요,

이렇게 사냥 된 고래가 연간 8백 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수백 년 된 마을 전통이지만, 핏빛 바다가 된 모습, 다소 충격적이죠.

현재 판매를 목적으로 포경을 하는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인데요.

최근 일본도 식용을 위한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일본 정부가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걸 규제하는 기구인데요.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IWC 총회에서 상업 포경 재개를 요청했다 부결되자 결국, 탈퇴하기로 한 겁니다.

일본 어선들은 당장 내년 7월부터 인근 바다나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 고래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이 30년 만에 다시 고래잡이를 하겠다고 나선 배경 짚어보죠.

[기자]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의 명분으로 '문화'를 내세웠습니다.

오랜 기간 고래를 이용하는 문화와 생활을 해왔다고 강조했는데요,

관방장관의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고래 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이라는 입장과 보호 입장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명확해져 이번 결단에 내리게 됐습니다."]

스가 장관은 고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결국, 먹기 위해 고래 사냥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여전히 고래 고기를 찾는 수요가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얼마 전 미야기 현에 한 마을에서도 생태 조사 목적으로 잡은 밍크고래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예전에는) 1년 내내 먹었습니다. 육회가 최고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식량이 부족할 때, 고래 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1960년대엔 학교 급식에 나올 정도로 고래 고기가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1988년 상업 포경을 중단하면서 소비도 급감해 지난해 연간 소비량은 3천 톤 규모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연구'를 목적으로 고래를 계속 잡아왔습니다.

시중에 유통된 고래 고기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잡은걸 식용으로 가공했거나 혼획된 경우입니다.

일본은 올해도 남극해에서 밍크고래 3백여 마리를 포획했는데, 이 가운데는, 새끼 고래 50여 마리와 임신한 암컷 120여 마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도 일부 마을 주민들이 고래를 잡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네, 일본 와카야마 현에 위치한 다이지 마을 얘기입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소개됐을 정도인데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대규모 돌고래 사냥이 이뤄집니다.

어부들이 들쇠고래 수십 마리를 좁은 곳으로 몰아넣습니다.

작살을 던져 고래 등에 꽂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잡힌 고래는 동물원, 수족관에 팔리거나 식용으로 쓰이는데, 매년 천 마리 이상이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사키 메구미/'다이지 마을'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 "(이곳 사람들은)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조상의 가업을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다이지 마을 측은 돌고래 사냥이 생계유지 수단이자 전통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상업 포경 재개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본 내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포경 관련 업계와 음식점, 시장 상인들은 위축된 내수 경기가 되살아날 기회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습니다.

[후루우치 가쓰지/가게 주인 : "기쁜 일이죠. 활기가 생길 겁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고래를) 잡지 않았으니까요."]

한편, 마이니치 신문은 과거 상업 포경이 활발했던 야마구치 현과 와카야마 현이 최대 수혜자라고 전했는데요,

이 두 지역은 각각 아베 총리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의 지역구입니다.

[앵커]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뭔가요?

[기자]

야당 측은 일본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시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오사카 거주/75세 :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고래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에는 먹을 것이 많습니다. 국제 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고래 수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 사회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호주는 유감을 표명하며 IWC 탈퇴 결정을 재고할 것을 일본에 촉구했고, 환경·동물 보호 단체들은 고래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클레르 배스/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 : "일본은 어업 국가이기 때문에 민감한 것인데, 지금은 고래가 문제지만 다음은 참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고래잡이에 연연하는 것입니다."]

가디언은 일본의 상업 포경 재개가 판매용 고래 고기의 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때문에, 일본 내 고래 고기 수요가 회복될 지도 불투명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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