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실내 동물원 ‘인기’…동물에겐 스트레스?

입력 2019.01.25 (12:39) 수정 2019.0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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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쯤이면 다들 주말 계획 고민하시죠?

추위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다보니 실내 동물원, 동물카페 등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직접 가까이서 보고, 먹이도 주고 만져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실내나 갇혀있는 동물들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병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 체험형 실내동물원.

가족단위 손님들로 늘 북적이는 곳입니다.

[백형석/실내 동물원 관람객 : "아무래도 외부에 미세먼지보다는, 여기도 공기 오염이 있을 수 있으나 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심 때문에 오는 거예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춥거나 비 오거나 눈 오거나 할 때 애들이 그냥 그나마 날씨에 상관없이 놀 수 있으니까……."]

공기 나쁜 야외를 피해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서면요,

입구에서부터 직접 만질 수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고요.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기만 해도 귀여운 작은 포유류 등이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쉴새없이 받아 먹고 있습니다.

["귀여워. 제가 줄래! 제가!"]

동물과 사람들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실내 체험 동물원인데요,

자,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한쪽 구석에 엉긴 채 웅크리고 꼼짝않는 라쿤들.

미어캣은 한쪽 벽을 따라 쉴새없이 왕복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어떤 상태인지 전문가의 설명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정형 행동이라 하는데 혼자서 계속 왔다 갔다 한다든지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든지 이런 이상행동을 보이기가 쉽죠. 자기 나름대로 그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인데 그거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하나의 증표가 되죠."]

또다른 실내동물원.

앞서 동물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물이 보였는데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계속 문 열어달라고 긁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스트레스 되게 많이 받는 것 같고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 동물단체가 전국 100여 곳의 실내동물원을 조사했는데, 앞서 보셨던 정형행동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철창을 물어뜯는 행동이라든가 플라스틱에 홈을 계속 긁는 게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서 그런데, 이제 그걸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거거든요."]

좁은 면적의 실내 동물원이 햇빛, 바람 등 자연환경과는 차단되고, 관람객들과의 거리까지 좁은 탓에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요즘은 맹수류까지 실내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맹수류는 야생에서 굉장히 넓은 지역에 살게 되어 있는 동물들이거든요. 그런 좁은 공간에, 더군다나 흙이나 야외 햇볕 같은 것이 들지 않는 실내에만 있다는 것은 일종의 동물 학대죠."]

미국, 스위스 등 해외에서는 맹수류 사육시 야외 방사장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 기준 외에 실내, 실외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너무 불쌍해요 사실. 너무 좁아서 여기 솔직히 그리고 여기 다 인공이잖아요. 시멘트에다가 그냥 발라 놓은 거 같고 사실 많이 보기는 안 좋아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양면성의 마음이 있죠. 아이들이 그런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지만, 사육장이 너무 좁다는 거 그런 게 조금 마음이 쓰여요."]

이것도 한번 생각해보시죠.

실내동물원에서는 야생 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데요.

[실내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만져보실래요? (안 무나요?) 네, 안 물어요."]

어린 아이가 옆을 지나가기도 하고요,

제지없이 먹이주기 체험도 하는데요,

전문가들의 지적 한번 들어보시죠.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보통 이런 시설들은 관람객들하고 동물하고 접촉을 권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동물 털에 묻은 분변이라든지 타액이라든지 비말이라든지 이런 데서 사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질병에 감염 위험이 있어요."]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야생동물은 의학적 지식이 축적되지 않아서 예방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어떤 질병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아이들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한테는 더 큰 위험을 줄 수가 있죠."]

영아들은 파충류를 만지기만 해도 살모넬라균에 감열될 위험도 있습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들을 만지는 건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 눈에 상처가 난 토끼도 볼 수 있었는데요.

[실내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에 좀 다쳐서 저희가 다시 보살펴주고 있거든요. 다른 쪽에서 온 토끼들도 많아서."]

실내 동물원의 동물들만큼이나 놀이를 위해 길러지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좁은 공간에 수없이 많은 물고기를 풀어놓고 끊임없이 잡았다가 놓아주며 낚시를 즐기는 실내낚시터.

겨울이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잡기 축제용 물고기 등은 과밀사육, 스트레스, 산소부족 우려 등으로 건강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동물이 죽어 가는 것을 즐기는 그런 축제는 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살던 곳, 익숙한 야외가 아닌 실내에 갇힌 야생 동물들.

하지만, 정작 동물들은 사람들과의 원치 않는 교감의 대가로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 이번 주말은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자녀들과 함께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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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험형 실내 동물원 ‘인기’…동물에겐 스트레스?
    • 입력 2019-01-25 12:45:15
    • 수정2019-01-25 13:04:15
    뉴스 12
[앵커]

오늘쯤이면 다들 주말 계획 고민하시죠?

추위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다보니 실내 동물원, 동물카페 등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직접 가까이서 보고, 먹이도 주고 만져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실내나 갇혀있는 동물들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병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 체험형 실내동물원.

가족단위 손님들로 늘 북적이는 곳입니다.

[백형석/실내 동물원 관람객 : "아무래도 외부에 미세먼지보다는, 여기도 공기 오염이 있을 수 있으나 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심 때문에 오는 거예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춥거나 비 오거나 눈 오거나 할 때 애들이 그냥 그나마 날씨에 상관없이 놀 수 있으니까……."]

공기 나쁜 야외를 피해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서면요,

입구에서부터 직접 만질 수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고요.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기만 해도 귀여운 작은 포유류 등이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쉴새없이 받아 먹고 있습니다.

["귀여워. 제가 줄래! 제가!"]

동물과 사람들이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실내 체험 동물원인데요,

자,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한쪽 구석에 엉긴 채 웅크리고 꼼짝않는 라쿤들.

미어캣은 한쪽 벽을 따라 쉴새없이 왕복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어떤 상태인지 전문가의 설명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정형 행동이라 하는데 혼자서 계속 왔다 갔다 한다든지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든지 이런 이상행동을 보이기가 쉽죠. 자기 나름대로 그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인데 그거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하나의 증표가 되죠."]

또다른 실내동물원.

앞서 동물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물이 보였는데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계속 문 열어달라고 긁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스트레스 되게 많이 받는 것 같고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 동물단체가 전국 100여 곳의 실내동물원을 조사했는데, 앞서 보셨던 정형행동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철창을 물어뜯는 행동이라든가 플라스틱에 홈을 계속 긁는 게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서 그런데, 이제 그걸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거거든요."]

좁은 면적의 실내 동물원이 햇빛, 바람 등 자연환경과는 차단되고, 관람객들과의 거리까지 좁은 탓에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요즘은 맹수류까지 실내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맹수류는 야생에서 굉장히 넓은 지역에 살게 되어 있는 동물들이거든요. 그런 좁은 공간에, 더군다나 흙이나 야외 햇볕 같은 것이 들지 않는 실내에만 있다는 것은 일종의 동물 학대죠."]

미국, 스위스 등 해외에서는 맹수류 사육시 야외 방사장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 기준 외에 실내, 실외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너무 불쌍해요 사실. 너무 좁아서 여기 솔직히 그리고 여기 다 인공이잖아요. 시멘트에다가 그냥 발라 놓은 거 같고 사실 많이 보기는 안 좋아요."]

[실내동물원 관람객/음성변조 : "양면성의 마음이 있죠. 아이들이 그런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지만, 사육장이 너무 좁다는 거 그런 게 조금 마음이 쓰여요."]

이것도 한번 생각해보시죠.

실내동물원에서는 야생 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데요.

[실내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만져보실래요? (안 무나요?) 네, 안 물어요."]

어린 아이가 옆을 지나가기도 하고요,

제지없이 먹이주기 체험도 하는데요,

전문가들의 지적 한번 들어보시죠.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보통 이런 시설들은 관람객들하고 동물하고 접촉을 권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동물 털에 묻은 분변이라든지 타액이라든지 비말이라든지 이런 데서 사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질병에 감염 위험이 있어요."]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야생동물은 의학적 지식이 축적되지 않아서 예방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어떤 질병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아이들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한테는 더 큰 위험을 줄 수가 있죠."]

영아들은 파충류를 만지기만 해도 살모넬라균에 감열될 위험도 있습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들을 만지는 건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 눈에 상처가 난 토끼도 볼 수 있었는데요.

[실내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에 좀 다쳐서 저희가 다시 보살펴주고 있거든요. 다른 쪽에서 온 토끼들도 많아서."]

실내 동물원의 동물들만큼이나 놀이를 위해 길러지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좁은 공간에 수없이 많은 물고기를 풀어놓고 끊임없이 잡았다가 놓아주며 낚시를 즐기는 실내낚시터.

겨울이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잡기 축제용 물고기 등은 과밀사육, 스트레스, 산소부족 우려 등으로 건강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항/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동물이 죽어 가는 것을 즐기는 그런 축제는 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살던 곳, 익숙한 야외가 아닌 실내에 갇힌 야생 동물들.

하지만, 정작 동물들은 사람들과의 원치 않는 교감의 대가로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 이번 주말은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자녀들과 함께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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