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로힝야 난민촌을 가다…“귀향 희망도 포기”

입력 2019.01.27 (21:21) 수정 2019.01.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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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년 초,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된 16개월 짜리 로힝야족 아기의 모습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미얀마 로힝야족의 비극은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 내부의 차별과 학살,극심한 박해에서 비롯됐습니다.

2017년 8월부터 한달간 9천명 넘는 로힝야 족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피해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이어지면서 이웃 국가 방글라데시에는 국경을 넘어 온 백만 여명의 로힝야 족이 난민촌을 꾸렸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조차 포기한채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한국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KBS 취재진이 만났습니다.

유석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방글라데시 최고 휴양지 콕스 바자르.

이 해변에서 차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로힝야 난민촌이 있습니다.

여의도 1.7배 정도인 14 ㎢ 면적에, 거주하는 난민 수는 백만명이 넘습니다.

벌집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움막집 안은 비좁고 어두컴컴합니다.

미얀마 군이 마을을 불태워 남편을 잃고 만삭의 몸으로 탈출해 이곳에 온 카뜬씨.

[아스마 카뜬/로힝야 난민 : "군인들이 쫓아와서 마을 남자들을 붙잡아 갔어요. 저는 도망가느라 남편이 붙잡히는 것도 못봤어요."]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지만 점점 희망을 접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누르 바노/로힝야 난민 : "그들이 내 부모와 형제자매를 죽였어요. 가족 중 3명만 살아남았습니다. 내 딸도 그들이 죽였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가요?"]

구호단체들의 지원 속에 겨우 기아는 면했지만, 영양 상태나 주거시설 모두 열악합니다.

난민촌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이렇게 대나무로 뼈대를 세운 뒤 구호단체에서 지급된 두꺼운 비닐로 지붕을 덮거나 벽을 만든 것들입니다.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전염성 질병도 끊이지 않습니다.

[무아마드 압둘마짓/적십자사 의사 : "난민들이 매우 비좁은 공간에서 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염성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어요."]

하루 평균 60명씩 새 생명이 태어나다보니 어딜 가나 어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떼를 지어 멱을 감고 빈 공간만 있으면 축구를 하며 뛰놉니다.

[로힝야족 어린이 : "학교 갔다 오면 매일 여기서 축구해요."]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만 40만명.

이들에 대한 교육도 큰 걱정거리입니다.

난민촌 내 교육시설이 2천 곳이나 되지만 모두 수용하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니카 탄진/유니세프 교육 담당 : "아이들은 많고 공간은 부족해요. 모든 아이들을 수용하려면 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데 역시 공간이 문제입니다."]

방글라데시 당국이 무인도에 새로운 수용소 건설을 검토할 정도로 포화상태.

산림 등 환경 파괴도 심각합니다.

이곳은 캠프가 생겨나기전 모두 나무로 뒤덮인 숲이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지금은 집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난민촌으로 바뀌었습니다.

구호 식량을 받아도 연료가 없어 나무로 땔감을 삼다보니 주변 산림은 갈수록 황폐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코이카 등 한국구호단체가 가스 버너 10만대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미경/코이카 이사장 : "숲에 멀리 가다가 폭행을 당하거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런 것들을 많이 방지할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고..."]

로힝야 난민 문제가 발생한지 1년 6개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이들의 귀환을 협의중이나, 신변 안전과 시민권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로힝야 난민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콕스바자르에서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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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로힝야 난민촌을 가다…“귀향 희망도 포기”
    • 입력 2019-01-27 21:25:20
    • 수정2019-01-27 21: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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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년 초,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된 16개월 짜리 로힝야족 아기의 모습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미얀마 로힝야족의 비극은 불교도가 대다수인 미얀마 내부의 차별과 학살,극심한 박해에서 비롯됐습니다.

2017년 8월부터 한달간 9천명 넘는 로힝야 족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피해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이어지면서 이웃 국가 방글라데시에는 국경을 넘어 온 백만 여명의 로힝야 족이 난민촌을 꾸렸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조차 포기한채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한국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KBS 취재진이 만났습니다.

유석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방글라데시 최고 휴양지 콕스 바자르.

이 해변에서 차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로힝야 난민촌이 있습니다.

여의도 1.7배 정도인 14 ㎢ 면적에, 거주하는 난민 수는 백만명이 넘습니다.

벌집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움막집 안은 비좁고 어두컴컴합니다.

미얀마 군이 마을을 불태워 남편을 잃고 만삭의 몸으로 탈출해 이곳에 온 카뜬씨.

[아스마 카뜬/로힝야 난민 : "군인들이 쫓아와서 마을 남자들을 붙잡아 갔어요. 저는 도망가느라 남편이 붙잡히는 것도 못봤어요."]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지만 점점 희망을 접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누르 바노/로힝야 난민 : "그들이 내 부모와 형제자매를 죽였어요. 가족 중 3명만 살아남았습니다. 내 딸도 그들이 죽였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가요?"]

구호단체들의 지원 속에 겨우 기아는 면했지만, 영양 상태나 주거시설 모두 열악합니다.

난민촌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이렇게 대나무로 뼈대를 세운 뒤 구호단체에서 지급된 두꺼운 비닐로 지붕을 덮거나 벽을 만든 것들입니다.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전염성 질병도 끊이지 않습니다.

[무아마드 압둘마짓/적십자사 의사 : "난민들이 매우 비좁은 공간에서 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염성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어요."]

하루 평균 60명씩 새 생명이 태어나다보니 어딜 가나 어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떼를 지어 멱을 감고 빈 공간만 있으면 축구를 하며 뛰놉니다.

[로힝야족 어린이 : "학교 갔다 오면 매일 여기서 축구해요."]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만 40만명.

이들에 대한 교육도 큰 걱정거리입니다.

난민촌 내 교육시설이 2천 곳이나 되지만 모두 수용하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니카 탄진/유니세프 교육 담당 : "아이들은 많고 공간은 부족해요. 모든 아이들을 수용하려면 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데 역시 공간이 문제입니다."]

방글라데시 당국이 무인도에 새로운 수용소 건설을 검토할 정도로 포화상태.

산림 등 환경 파괴도 심각합니다.

이곳은 캠프가 생겨나기전 모두 나무로 뒤덮인 숲이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지금은 집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난민촌으로 바뀌었습니다.

구호 식량을 받아도 연료가 없어 나무로 땔감을 삼다보니 주변 산림은 갈수록 황폐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코이카 등 한국구호단체가 가스 버너 10만대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미경/코이카 이사장 : "숲에 멀리 가다가 폭행을 당하거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이런 것들을 많이 방지할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고..."]

로힝야 난민 문제가 발생한지 1년 6개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이들의 귀환을 협의중이나, 신변 안전과 시민권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로힝야 난민들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콕스바자르에서 KBS 뉴스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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