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에 뒤집힌 판결…법원 “번복된 진술 못 믿겠다”

입력 2019.02.02 (21:14) 수정 2019.02.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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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희정 전 지사의 어제 유죄 판결 뒤,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이 많이 나왔죠.

​1,2심 판결이 뒤바뀐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성인지 감수성'이 이번 판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정성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직후,

당시 안희정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발표합니다.

용서를 구한다면서, 김 씨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비서실이 밝힌 건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주일 뒤 말이 바뀝니다.

[안희정/전 충남지사/지난해 3월19일 :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십니다. 사과드립니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서도 애정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단호했습니다.

안 전 지사가 직접 작성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며, 성관계에 이른 경위 등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어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피해자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을 1심과 달리 대폭 수용했습니다.

김 씨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불리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런 판단의 배경엔 '성인지 감수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성폭력 판단 기준을 처음 거론했습니다.

제자를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해임은 정당하다면서, 피해자의 특수한 입장에서 증거와 증언을 판단하라고 한 겁니다.

2차 피해의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와 종전 관계를 유지하고, 뒤늦게 신고하기도 한다는 건데, 이는 김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폭행 등 9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최종 결론은 스스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의 몫이 됐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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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지 감수성’에 뒤집힌 판결…법원 “번복된 진술 못 믿겠다”
    • 입력 2019-02-02 21:17:23
    • 수정2019-02-02 22: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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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희정 전 지사의 어제 유죄 판결 뒤,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이 많이 나왔죠.

​1,2심 판결이 뒤바뀐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성인지 감수성'이 이번 판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정성호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직후,

당시 안희정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발표합니다.

용서를 구한다면서, 김 씨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비서실이 밝힌 건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주일 뒤 말이 바뀝니다.

[안희정/전 충남지사/지난해 3월19일 :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십니다. 사과드립니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서도 애정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단호했습니다.

안 전 지사가 직접 작성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며, 성관계에 이른 경위 등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어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피해자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을 1심과 달리 대폭 수용했습니다.

김 씨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불리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런 판단의 배경엔 '성인지 감수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성폭력 판단 기준을 처음 거론했습니다.

제자를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해임은 정당하다면서, 피해자의 특수한 입장에서 증거와 증언을 판단하라고 한 겁니다.

2차 피해의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와 종전 관계를 유지하고, 뒤늦게 신고하기도 한다는 건데, 이는 김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폭행 등 9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최종 결론은 스스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의 몫이 됐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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