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튜버’, 아이들은 수익원일 뿐?

입력 2019.02.09 (08:17) 수정 2019.0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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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보다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키즈 크리에이터 '라이언(Ryan)'키즈 크리에이터 '라이언(Ryan)'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새로운 세대들. 이들에게 유튜브는 하나의 언어이자 삶의 공간이 됐습니다. 이들은 글을 적기보다는 영상을 올려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글자보다는 영상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습니다.초등생 희망 직업 ‘유튜버’ 5위…1위는 ‘운동선수’는 단지 "대세"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새로운 세대를 노린 '키즈 콘텐츠'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키즈 카테고리에는 오늘 하루에만 100만여 개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5억 회 이상의 조회 수가 기록됩니다. 반복 시청 성향이 높은 키즈 콘텐츠 특성상 영상 하나당 광고 수익도 높은 편입니다. 국내 콘텐츠 네트워크 다이아티비(DIA TV)에 따르면, 소속된 채널 1,100여 개 중 '키즈 콘텐츠' 채널 수는 182개로 세 번째지만 누적조회 수는 34.5%를 차지해 다른 콘텐츠를 압도했습니다.

또래 눈높이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키즈 크리에이터'들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8살인 미국 유튜버 '라이언'은 신상 장난감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지난 1년 동안 무려 244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5년 차 국내 유튜버 '마이린'은 구독자 수만 74만 명에 달해, 누구보다도 높은 영향력을 가진 초등학교 6학년이 됐습니다.

N 포털사이트 방송 리포트에 달린 댓글N 포털사이트 방송 리포트에 달린 댓글

# 아이들은 부모들의 수익원일 뿐?

국내 키즈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한 지난 리포트(‘나도 방송인!’ 어린이 유튜버 전성시대…제대로 키우려면?)가 방송되고, 포털사이트 댓글의 대부분은 "아이를 팔아먹는 부모"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방송에 참여한 부모나 아이들이 봤다면 마음이 아플 만한 내용도 더러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거둔다는 측면은 시청자들에게 비판의 지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수익"에 매몰돼 아이들을 내세워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부모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튜브 채널 ‘Toy Freaks’는 아이들로 하여금 장난감을 부수고, 비정상적인 화장이나 먹방을 하는 영상 등으로 78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가 현재는 영상을 모두 삭제한 상태입니다. 국내의 일부 채널들 역시 아이가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상황을 연출하거나, 부모가 강도분장을 하고 아이를 겁주는 영상을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취재과정에서 접한 부모들은 "나쁜 부모"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칭찬에 목마른 행동이나, 시켜서 억지로 하는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자발적이었고,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방송이 도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일하기 바빴던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말해줬습니다.

부모들이 "조회 수의 유혹"을 담담하게 토로한 점도 믿음이 갔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조회 수가 빠르게 반응한다며, 때론 수익의 유혹도 받았지만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 똘똘한 우리 아이들, 나도 한번 해볼까?

아롱다롱TV 크리에이터 아롱이, 다롱이아롱다롱TV 크리에이터 아롱이, 다롱이

일반적으로 유튜브의 수익은 ‘조회 수 1회당 1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이 정확한 수익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광고 수익에는 구독자 수보다 조회 수와 평균 시청시간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구독자 수가 높으면 시청자가 해당 채널을 반복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회 수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국내에선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으면 해당 채널이 일정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선 모두 3122만 명이 317억 분 동안 '유튜브'를 시청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렇게 유튜브의 파이가 커질수록, 수익을 차지하려는 채널들의 경쟁 역시 치열한 상황입니다.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 역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 수익만을 노린다면 차별화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루루체체TV 크리에이터 루피나, 체라루루체체TV 크리에이터 루피나, 체라

하지만 수익에 대한 큰 욕심을 갖지 않는다면, 유튜브는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육아 공간이자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키즈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 대신, 아이들의 모방심리를 활용해 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만들고 감상하는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평소 시간을 함께 보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일에 매달리는 아빠와 친밀함을 쌓고 신체발달도 노릴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의 자발적인 자세입니다. 억지로 참여하게 한다면 성장기 자아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큽니다. 또 아이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만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를 어떻게 촬영할지를 논의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영상은 부모가 자제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상이 언어가 된 시대, 부모가 수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유튜브를 하나의 '성장 미디어'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어린이 유튜버'들이 각 분야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로 성장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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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유튜버’, 아이들은 수익원일 뿐?
    • 입력 2019-02-09 08:17:31
    • 수정2019-02-09 11:00:36
    취재K
# "판사보다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키즈 크리에이터 '라이언(Ryan)'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새로운 세대들. 이들에게 유튜브는 하나의 언어이자 삶의 공간이 됐습니다. 이들은 글을 적기보다는 영상을 올려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글자보다는 영상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습니다.초등생 희망 직업 ‘유튜버’ 5위…1위는 ‘운동선수’는 단지 "대세"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새로운 세대를 노린 '키즈 콘텐츠'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키즈 카테고리에는 오늘 하루에만 100만여 개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5억 회 이상의 조회 수가 기록됩니다. 반복 시청 성향이 높은 키즈 콘텐츠 특성상 영상 하나당 광고 수익도 높은 편입니다. 국내 콘텐츠 네트워크 다이아티비(DIA TV)에 따르면, 소속된 채널 1,100여 개 중 '키즈 콘텐츠' 채널 수는 182개로 세 번째지만 누적조회 수는 34.5%를 차지해 다른 콘텐츠를 압도했습니다.

또래 눈높이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키즈 크리에이터'들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8살인 미국 유튜버 '라이언'은 신상 장난감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지난 1년 동안 무려 244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5년 차 국내 유튜버 '마이린'은 구독자 수만 74만 명에 달해, 누구보다도 높은 영향력을 가진 초등학교 6학년이 됐습니다.

N 포털사이트 방송 리포트에 달린 댓글
# 아이들은 부모들의 수익원일 뿐?

국내 키즈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한 지난 리포트(‘나도 방송인!’ 어린이 유튜버 전성시대…제대로 키우려면?)가 방송되고, 포털사이트 댓글의 대부분은 "아이를 팔아먹는 부모"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방송에 참여한 부모나 아이들이 봤다면 마음이 아플 만한 내용도 더러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거둔다는 측면은 시청자들에게 비판의 지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수익"에 매몰돼 아이들을 내세워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부모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튜브 채널 ‘Toy Freaks’는 아이들로 하여금 장난감을 부수고, 비정상적인 화장이나 먹방을 하는 영상 등으로 78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가 현재는 영상을 모두 삭제한 상태입니다. 국내의 일부 채널들 역시 아이가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상황을 연출하거나, 부모가 강도분장을 하고 아이를 겁주는 영상을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취재과정에서 접한 부모들은 "나쁜 부모"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칭찬에 목마른 행동이나, 시켜서 억지로 하는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자발적이었고,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방송이 도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일하기 바빴던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말해줬습니다.

부모들이 "조회 수의 유혹"을 담담하게 토로한 점도 믿음이 갔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조회 수가 빠르게 반응한다며, 때론 수익의 유혹도 받았지만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 똘똘한 우리 아이들, 나도 한번 해볼까?

아롱다롱TV 크리에이터 아롱이, 다롱이
일반적으로 유튜브의 수익은 ‘조회 수 1회당 1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이 정확한 수익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광고 수익에는 구독자 수보다 조회 수와 평균 시청시간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구독자 수가 높으면 시청자가 해당 채널을 반복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회 수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국내에선 구독자 수가 10만 명을 넘으면 해당 채널이 일정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선 모두 3122만 명이 317억 분 동안 '유튜브'를 시청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렇게 유튜브의 파이가 커질수록, 수익을 차지하려는 채널들의 경쟁 역시 치열한 상황입니다.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 역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 수익만을 노린다면 차별화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루루체체TV 크리에이터 루피나, 체라
하지만 수익에 대한 큰 욕심을 갖지 않는다면, 유튜브는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육아 공간이자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키즈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 대신, 아이들의 모방심리를 활용해 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만들고 감상하는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평소 시간을 함께 보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일에 매달리는 아빠와 친밀함을 쌓고 신체발달도 노릴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의 자발적인 자세입니다. 억지로 참여하게 한다면 성장기 자아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큽니다. 또 아이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만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를 어떻게 촬영할지를 논의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영상은 부모가 자제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상이 언어가 된 시대, 부모가 수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유튜브를 하나의 '성장 미디어'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어린이 유튜버'들이 각 분야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로 성장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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