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반사회주의’ 전사 트럼프, 중국 때리고 북한엔 손 내미는 이유는?

입력 2019.02.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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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던진 화두 중 사회주의 관련 발언이 조명받고 있다. 현지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주의 비판을 차기 대선용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정책을 돌아보면 그가 확고한 '반(反)사회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면서, 북한 지도자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북한 지도자와 만남을 예고하면서 ... 변화하는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는 안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국정연설에서까지 '반사회주의'를 설파한 트럼프 대통령. '미국 우선주의'라는 현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패권국가로서 지켜온 가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때로는 예측이 어려워 보였던 '트럼프 외치 노선'의 윤곽이 확실히 잡혀가는 듯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반사회주의자임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북한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손을 내미는 걸까?

■ 선명해진 트럼프의 ‘반(反) 사회주의’ 노선…재선 슬로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주 신년 국정연설에서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대목 중 하나가 사회주의 관련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연결고리는 베네수엘라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정권을 겨냥해 "그들의 사회주의 정책은 베네수엘라를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극도의 가난과 절망의 나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 미국에서도 사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들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미국이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결의를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WSJ은 이런 발언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처럼 민주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민주당원들에게 잽을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해온 샌더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힐러리 전 장관을 위협했던 인물로 소액후원자가 2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차기 잠룡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사회주의' 프레임을 내걸어 이미 2020년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사회주의의 위협'이 재선 캠페인에서 일종의 수사적 시금석(rhetorical touchstone)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UN’에서도, ‘한국’에서도 “반사회주의”…신념인가?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의 지도자가 이념적으로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정치를 넘어 국제 정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얘기로 신년 연설의 막을 올렸다. 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까지 초청해 그 자리에서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우리는 자유롭게 있을 것이다" 미국이 전후 수십 년 동안 주도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국정연설에서 소개된 2차 대전 참전 용사들 (출처: USA 투데이)국정연설에서 소개된 2차 대전 참전 용사들 (출처: USA 투데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사회주의' 발언이 그의 신념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가 사회주의 비판 발언을 꾸준히 일관되게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모든 시민이 사회주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이 하나같이 부패와 탄압, 경제 쇠퇴를 겪었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2017년 11월 한국 국회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때는 비판 대상이 북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미국 군인들은 나치즘과 제국주의, 공산주의, 테러와 싸우면서 생명을 걸어왔다. 세계는 악당 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북한 독재 체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어 한반도에 왔다. 당신의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 북한은 당신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비장한 메시지다.

■ “주적(主敵)은 중국”…전방위 압박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전 세계 시장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의 '주적'이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표적으로 삼고 지적 재산을 훔치고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부를 훔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휴전 시한(다음 달 1일) 내 마지막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른바 '기술굴기(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정책)'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계속 버티는 형국이다. 무역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양국이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쪽이 항복해야 끝나는 '패권 전쟁'이기 때문에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냉전’의 산물 INF조약, ‘신(新)냉전’으로 사라지나?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중국을 바짝 조이고 있다. 과거 '소련의 군사력'을 펴냈던 미 국방정보국(DIA, Defense Intelligence Agency)은 올해 '중국의 군사력'을 펴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냉전 시대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INF 조약' 탈퇴를 공식화했다. 러시아가 조약을 어겼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진짜 목적은 중국 견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약 탈퇴를 공식화한 직후 "나는 모든 사람이 모여 훨씬 더 좋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DIA가 펴낸 ‘2019 중국 군사력’ 표지DIA가 펴낸 ‘2019 중국 군사력’ 표지

미국과 러시아에만 채워진 '단거리 지상 미사일 배치 금지' 족쇄를 없애든가, 중국까지 족쇄를 채우든가 결판을 내겠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도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함정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 트럼프식 세계경찰 미국, 중국-북한 문제 ‘동시 해결’?

방법론에 있어,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점이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적과 친구는 명확히 구분해왔다. 그의 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미국은 여전히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만 주적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미국의 부담은 덜면서 동맹국들도 돈을 더 내는 쪽으로 바꾸는 중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자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괴롭힌다'는 식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1,000억 달러 증액을 이끌어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의 발표로는 2016년 영국의 전체 국방비는 525억 달러다. 영국 국방비의 2배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마련한 셈이다. 덕분에 나토의 방위력은 탄탄해졌고, 반면 러시아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CNN 국정연설 여론조사 보도 화면CNN 국정연설 여론조사 보도 화면

지난달 22일에는 미 해군 '도널드 쿡' 구축함이 '러시아의 호수'로 불리는 흑해를 가로질러 조지아 항구에 정박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하면서 긴장을 조성하자 러시아 코앞까지 군사력을 동원해 패권국으로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의 힘은 지금도 세계 어디든 뻗치고 있다. 전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짊어져 온 부담을 덜되, 패권도전에는 단호히 맞서고 이념적으로는 반사회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노선을 미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반 트럼프 성향의 CNN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국정연설에 미 국민 76%(59%:매우 긍정, 17%:다소 긍정)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시리아 철군’으로 명확해진 트럼프의 세계전략…한반도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부터 김 위원장과 북한을 향해 좋은 말만 해왔다. 말 폭탄 재료였던 '로켓'도 '경제 로켓'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북한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보장한다'는 멋진 제안 앞에는 한 번도 빠짐 없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단서를 붙여왔다. 반대로 하면 '핵을 갖고 있는 한 잘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지켜온 또 하나의 원칙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주변 지도를 보면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사실상 미국 편이다. 영국도 최신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태평양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행보다. 군사 전략적으로도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을 포위해가는 모양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고 북한을 향해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과 북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그만의 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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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던진 화두 중 사회주의 관련 발언이 조명받고 있다. 현지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주의 비판을 차기 대선용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정책을 돌아보면 그가 확고한 '반(反)사회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면서, 북한 지도자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북한 지도자와 만남을 예고하면서 ... 변화하는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는 안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국정연설에서까지 '반사회주의'를 설파한 트럼프 대통령. '미국 우선주의'라는 현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패권국가로서 지켜온 가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때로는 예측이 어려워 보였던 '트럼프 외치 노선'의 윤곽이 확실히 잡혀가는 듯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반사회주의자임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북한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손을 내미는 걸까?

■ 선명해진 트럼프의 ‘반(反) 사회주의’ 노선…재선 슬로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주 신년 국정연설에서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대목 중 하나가 사회주의 관련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연결고리는 베네수엘라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정권을 겨냥해 "그들의 사회주의 정책은 베네수엘라를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극도의 가난과 절망의 나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 미국에서도 사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들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미국이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결의를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WSJ은 이런 발언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처럼 민주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민주당원들에게 잽을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해온 샌더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힐러리 전 장관을 위협했던 인물로 소액후원자가 2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차기 잠룡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사회주의' 프레임을 내걸어 이미 2020년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사회주의의 위협'이 재선 캠페인에서 일종의 수사적 시금석(rhetorical touchstone)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UN’에서도, ‘한국’에서도 “반사회주의”…신념인가?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의 지도자가 이념적으로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정치를 넘어 국제 정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얘기로 신년 연설의 막을 올렸다. 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까지 초청해 그 자리에서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났고 우리는 자유롭게 있을 것이다" 미국이 전후 수십 년 동안 주도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국정연설에서 소개된 2차 대전 참전 용사들 (출처: USA 투데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사회주의' 발언이 그의 신념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가 사회주의 비판 발언을 꾸준히 일관되게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모든 시민이 사회주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이 하나같이 부패와 탄압, 경제 쇠퇴를 겪었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2017년 11월 한국 국회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때는 비판 대상이 북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미국 군인들은 나치즘과 제국주의, 공산주의, 테러와 싸우면서 생명을 걸어왔다. 세계는 악당 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북한 독재 체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어 한반도에 왔다. 당신의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 북한은 당신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비장한 메시지다.

■ “주적(主敵)은 중국”…전방위 압박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전 세계 시장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의 '주적'이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표적으로 삼고 지적 재산을 훔치고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부를 훔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휴전 시한(다음 달 1일) 내 마지막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른바 '기술굴기(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정책)'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계속 버티는 형국이다. 무역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양국이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쪽이 항복해야 끝나는 '패권 전쟁'이기 때문에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냉전’의 산물 INF조약, ‘신(新)냉전’으로 사라지나?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중국을 바짝 조이고 있다. 과거 '소련의 군사력'을 펴냈던 미 국방정보국(DIA, Defense Intelligence Agency)은 올해 '중국의 군사력'을 펴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냉전 시대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INF 조약' 탈퇴를 공식화했다. 러시아가 조약을 어겼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진짜 목적은 중국 견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약 탈퇴를 공식화한 직후 "나는 모든 사람이 모여 훨씬 더 좋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DIA가 펴낸 ‘2019 중국 군사력’ 표지
미국과 러시아에만 채워진 '단거리 지상 미사일 배치 금지' 족쇄를 없애든가, 중국까지 족쇄를 채우든가 결판을 내겠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도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함정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 트럼프식 세계경찰 미국, 중국-북한 문제 ‘동시 해결’?

방법론에 있어,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점이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적과 친구는 명확히 구분해왔다. 그의 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그만두겠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미국은 여전히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만 주적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미국의 부담은 덜면서 동맹국들도 돈을 더 내는 쪽으로 바꾸는 중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자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괴롭힌다'는 식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1,000억 달러 증액을 이끌어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의 발표로는 2016년 영국의 전체 국방비는 525억 달러다. 영국 국방비의 2배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마련한 셈이다. 덕분에 나토의 방위력은 탄탄해졌고, 반면 러시아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CNN 국정연설 여론조사 보도 화면
지난달 22일에는 미 해군 '도널드 쿡' 구축함이 '러시아의 호수'로 불리는 흑해를 가로질러 조지아 항구에 정박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하면서 긴장을 조성하자 러시아 코앞까지 군사력을 동원해 패권국으로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의 힘은 지금도 세계 어디든 뻗치고 있다. 전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짊어져 온 부담을 덜되, 패권도전에는 단호히 맞서고 이념적으로는 반사회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노선을 미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반 트럼프 성향의 CNN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국정연설에 미 국민 76%(59%:매우 긍정, 17%:다소 긍정)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시리아 철군’으로 명확해진 트럼프의 세계전략…한반도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부터 김 위원장과 북한을 향해 좋은 말만 해왔다. 말 폭탄 재료였던 '로켓'도 '경제 로켓'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북한도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보장한다'는 멋진 제안 앞에는 한 번도 빠짐 없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단서를 붙여왔다. 반대로 하면 '핵을 갖고 있는 한 잘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지켜온 또 하나의 원칙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주변 지도를 보면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사실상 미국 편이다. 영국도 최신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태평양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행보다. 군사 전략적으로도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을 포위해가는 모양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고 북한을 향해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과 북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그만의 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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