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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K] 위안부 피해자에게 성실히 사과했다는 일본…사실일까?
입력 2019.02.13 (11:01) 수정 2019.02.13 (11:03) 팩트체크K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성실한 사과와 회한을 전달했다."
"(2016년) 생존한 위안부 47명 중 34명이 지원금을 받아가며 환영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말 위안부 피해의 산 증인으로 불린 故 김복동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싣자, 일본이 외무성 보도관 명의의 반론문을 보내 주장한 내용이다.
(☞ 관련 기사: [뉴스9] “위안부 피해자에 성실히 사죄”…일본 억지 반론)

일본 정부는 반론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보상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 해결이 끝났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미 전 위안부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줄에는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This is an undeniable fact.)"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에서 "김 할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캠페인이 자신과 같은 수천 명의 여성들이 인내해야 했던 고통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며 김 할머니가 평생을 싸운 이유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 정부의 반론 내용만 보면 우리 정부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느낄 소지가 있다. 일본의 주장은 정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까?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 정부의 반론문.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 정부의 반론문.

[검증.1] 일본은 정말 여러 차례 성실히 사과했나?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문제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본 정부는 여러 상황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성실한 사죄와 회한의 뜻을 전달해 왔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문제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본 정부는 여러 상황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성실한 사죄와 회한의 뜻을 전달해 왔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사실이다.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고노 관방장관은 당시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부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위안소에서 비참하게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는 군의 개입으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행위였다. 일본 정부는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입은 위안부 여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일명 '고노 담화'로 불리는 이 내용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인정되고 있다. (☞ 일본 외무성 담화문 원문 보기)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과거사 사죄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는 것이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고이즈미 담화'(2005년)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담화에서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 일본 외무성 담화문 원문 보기)

2005년 고이즈미 총리도 아시아·아프리카회의에 참석해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했다. 하지만 모두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연설문 원문 보기)

고이즈미 총리는 앞선 2001년 아시아여성기금의 배상을 받아들인 일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 서한도 발송했다. 그는 편지에서 "과거 일본군이 수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일본의 총리로서 진심어린 사과와 사죄의 뜻을 전한다."며 고노 담화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 일본 외무성 편지 원문 보기)

하지만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 기금으로 조성돼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반발을 샀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한국 피해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2007년 4월 현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극도의 고난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가슴 깊이 애도를 느낀다."며 "일본의 총리로서 그들이 그러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종결을 약속한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에도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1:1 전화통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진 못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강제동원 부인하는 일본…피해자들 "진짜 사과 원해"

일본 입장에선 '도돌이표' 처럼 거의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성실히 사과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의 `강제 동원' 여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발적 참여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범죄는 국제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와 일본 정부가 계속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정부와 군이 강압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전시 여성 성폭력, 다시 말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일본이 수차례 사과를 표명하긴 했지만 전쟁범죄를 인정한다는 내용은 없다.

전시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은 여러 피해자 증언과 연합국 문서, 네덜란드 정부조사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면서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수차례 반복된 담화 메시지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언뜻 보면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를 하는 내용이지만, 잘 뜯어보면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요소가 빠져있다.

일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고노 담화 내용을 보면 "당시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는 애매한 표현이 담겼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했다."고 밝혀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정부나 군이 나서서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2018 일본 개황’ 자료 내 고노담화 내용 중 발췌.외교부 ‘2018 일본 개황’ 자료 내 고노담화 내용 중 발췌.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베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당연시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고노 담화마저 수정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인 건데,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종합해보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성실한 사과와 회한을 전달해 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여러 차례 사과한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고,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부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특히 성 범죄의 경우는 더 그렇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검증.2] 위안부 피해자 34명이 일본 지원금을 받으며 환영했다?

“일본과 한국은 2015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책에 합의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에 9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생존 피해자 여성 47명 중 34명이 기금 지원을 받았고 이런 노력에 대해 환영했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일본과 한국은 2015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책에 합의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에 9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생존 피해자 여성 47명 중 34명이 기금 지원을 받았고 이런 노력에 대해 환영했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

2016년 당시 34명의 피해자가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 건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수령자들이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보긴 힘들다.

일본의 지원금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기금이다. 재단은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100억 여원)을 출연해 여성가족부 등록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유족 68명이 '치유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자금으로 채워진 과거 아시아여성기금과 달리 일본 정부의 예산을 재원으로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는 돈을 받아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합의 직후부터 재단에 출연하는 돈의 성격이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배상 차원의 돈이 아니어서 수령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재단 측이 피해자 면담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외교부와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을 부실하게 진행했고, 더러는 현금 수령을 강요하거나 적극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당시 면담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치유금을 최대한 빨리 줘서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고 당시 한국 정부도 부응한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재단 측 관계자의 설득과 회유 작업 등을 통해 치유금 수령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여가부가 법무감사 담당관을 중심으로 재단의 설립과정과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다. 당시 여가부는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 과정에서 "받을 건 받아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라며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한·일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하는 내용 등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지만 "왜곡된 수준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가부는 "피해자 할머니의 뜻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가부는 재단설립과 운영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했다.

2017년 7월 31일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출범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는 5개월간의 조사 끝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위안부 TF는 "외교부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피해자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아닌 정부 간 `현안 주고받기 협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빠진 합의에 기반했다"며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촉구했고 정부는 지난해 말 재단 해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기금은 현재 50억 원 넘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 기금과 일본의 출연금을 반환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 정부가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예비비 103억원의 처리방안을 법인 청산인이 선정되면 피해자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법인 청산 절차에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34명이 일본의 치유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유금 수령자들이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당시 정황과 정부 보고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진퇴양난 빠진 정부..."합의 깰 수는 없어 애매한 입장"

일본의 보도 반론문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은 복잡하다.

외교부는 팩트체크K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면서 "다만,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점을 감안해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일본이 진정성을 가지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하며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위안부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건데, 사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위안부 합의로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국가 간 합의를 함부러 깰 수도 없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면서 "지금으로선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고,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도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협정을 통해 법적 책임을 다했다고 보는 일본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한국 정부는 특별한 묘수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자료 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 [팩트체크K] 위안부 피해자에게 성실히 사과했다는 일본…사실일까?
    • 입력 2019-02-13 11:01:37
    • 수정2019-02-13 11:03:03
    팩트체크K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성실한 사과와 회한을 전달했다."
"(2016년) 생존한 위안부 47명 중 34명이 지원금을 받아가며 환영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말 위안부 피해의 산 증인으로 불린 故 김복동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싣자, 일본이 외무성 보도관 명의의 반론문을 보내 주장한 내용이다.
(☞ 관련 기사: [뉴스9] “위안부 피해자에 성실히 사죄”…일본 억지 반론)

일본 정부는 반론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보상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 해결이 끝났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미 전 위안부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줄에는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This is an undeniable fact.)"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에서 "김 할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캠페인이 자신과 같은 수천 명의 여성들이 인내해야 했던 고통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며 김 할머니가 평생을 싸운 이유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 정부의 반론 내용만 보면 우리 정부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느낄 소지가 있다. 일본의 주장은 정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까?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 정부의 반론문.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 정부의 반론문.

[검증.1] 일본은 정말 여러 차례 성실히 사과했나?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문제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본 정부는 여러 상황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성실한 사죄와 회한의 뜻을 전달해 왔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문제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본 정부는 여러 상황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성실한 사죄와 회한의 뜻을 전달해 왔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사실이다.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고노 관방장관은 당시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부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위안소에서 비참하게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는 군의 개입으로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행위였다. 일본 정부는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입은 위안부 여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일명 '고노 담화'로 불리는 이 내용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인정되고 있다. (☞ 일본 외무성 담화문 원문 보기)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과거사 사죄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는 것이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고이즈미 담화'(2005년)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담화에서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 일본 외무성 담화문 원문 보기)

2005년 고이즈미 총리도 아시아·아프리카회의에 참석해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했다. 하지만 모두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연설문 원문 보기)

고이즈미 총리는 앞선 2001년 아시아여성기금의 배상을 받아들인 일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 서한도 발송했다. 그는 편지에서 "과거 일본군이 수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일본의 총리로서 진심어린 사과와 사죄의 뜻을 전한다."며 고노 담화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 일본 외무성 편지 원문 보기)

하지만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 기금으로 조성돼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반발을 샀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한국 피해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2007년 4월 현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극도의 고난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가슴 깊이 애도를 느낀다."며 "일본의 총리로서 그들이 그러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종결을 약속한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에도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1:1 전화통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진 못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강제동원 부인하는 일본…피해자들 "진짜 사과 원해"

일본 입장에선 '도돌이표' 처럼 거의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성실히 사과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의 `강제 동원' 여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발적 참여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범죄는 국제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와 일본 정부가 계속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정부와 군이 강압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전시 여성 성폭력, 다시 말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일본이 수차례 사과를 표명하긴 했지만 전쟁범죄를 인정한다는 내용은 없다.

전시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은 여러 피해자 증언과 연합국 문서, 네덜란드 정부조사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면서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수차례 반복된 담화 메시지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언뜻 보면 진심어린 사과와 참회를 하는 내용이지만, 잘 뜯어보면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요소가 빠져있다.

일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고노 담화 내용을 보면 "당시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는 애매한 표현이 담겼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했다."고 밝혀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정부나 군이 나서서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2018 일본 개황’ 자료 내 고노담화 내용 중 발췌.외교부 ‘2018 일본 개황’ 자료 내 고노담화 내용 중 발췌.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베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당연시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고노 담화마저 수정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인 건데,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종합해보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성실한 사과와 회한을 전달해 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여러 차례 사과한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고,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부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특히 성 범죄의 경우는 더 그렇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검증.2] 위안부 피해자 34명이 일본 지원금을 받으며 환영했다?

“일본과 한국은 2015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책에 합의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에 9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생존 피해자 여성 47명 중 34명이 기금 지원을 받았고 이런 노력에 대해 환영했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일본과 한국은 2015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책에 합의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에 970만 달러를 지원했다. 생존 피해자 여성 47명 중 34명이 기금 지원을 받았고 이런 노력에 대해 환영했다.” - 일본의 NYT 반론문 내용 중 발췌.

2016년 당시 34명의 피해자가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 건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수령자들이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보긴 힘들다.

일본의 지원금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기금이다. 재단은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100억 여원)을 출연해 여성가족부 등록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유족 68명이 '치유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자금으로 채워진 과거 아시아여성기금과 달리 일본 정부의 예산을 재원으로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는 돈을 받아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합의 직후부터 재단에 출연하는 돈의 성격이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배상 차원의 돈이 아니어서 수령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재단 측이 피해자 면담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외교부와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을 부실하게 진행했고, 더러는 현금 수령을 강요하거나 적극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당시 면담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치유금을 최대한 빨리 줘서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고 당시 한국 정부도 부응한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재단 측 관계자의 설득과 회유 작업 등을 통해 치유금 수령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여가부가 법무감사 담당관을 중심으로 재단의 설립과정과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다. 당시 여가부는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 과정에서 "받을 건 받아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라며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한·일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하는 내용 등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지만 "왜곡된 수준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가부는 "피해자 할머니의 뜻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가부는 재단설립과 운영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했다.

2017년 7월 31일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출범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는 5개월간의 조사 끝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위안부 TF는 "외교부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피해자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아닌 정부 간 `현안 주고받기 협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빠진 합의에 기반했다"며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촉구했고 정부는 지난해 말 재단 해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기금은 현재 50억 원 넘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 기금과 일본의 출연금을 반환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 정부가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예비비 103억원의 처리방안을 법인 청산인이 선정되면 피해자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법인 청산 절차에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34명이 일본의 치유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유금 수령자들이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당시 정황과 정부 보고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진퇴양난 빠진 정부..."합의 깰 수는 없어 애매한 입장"

일본의 보도 반론문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은 복잡하다.

외교부는 팩트체크K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면서 "다만,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점을 감안해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일본이 진정성을 가지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하며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위안부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건데, 사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위안부 합의로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국가 간 합의를 함부러 깰 수도 없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면서 "지금으로선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고,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도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협정을 통해 법적 책임을 다했다고 보는 일본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한국 정부는 특별한 묘수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자료 조사 :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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