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고용 못 늘렸지만 행복감 높여”

입력 2019.02.13 (18:06) 수정 2019.02.13 (18: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전 세계적 관심이 쏠렸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지난해 말 종료됐습니다.

국민 2천 명에게 매달 560유로, 약 70만 원가량을 2년 동안 지급했죠.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은 과연 성공했을까요?

아니면 실패했을까요?

올해 32살인 이 여성은 현재 텔레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 실험 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생활비 걱정도 덜면서 새로운 직장도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타냐/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혼자서 직접 돈도 벌면서 살아갈 수 있어 좋아요. 기본소득은 제 인생을 달라지게 했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정부로부터 매달 받는 70여만 원이 삶의 안정감을 줬다고 말합니다.

[시니 마르티넨/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기본소득 실험은 '자유'를 가져다줬는데, 정신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앵커]

인터뷰를 보니 두 여성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네요.

그럼 핀란드 정부의 이번 실험은 성공했다고 봐도 될까요?

[답변]

안타깝지만 이번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 장밋빛은 아니었습니다.

핀란드 정부가 2017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예비 보고서를 보면요.

기본소득이 지급된 2천 명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49.64일,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대조군은 49.25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득 역시 두 그룹 간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질 못했군요?

[답변]

맞습니다.

외신들은 기본 수입을 보장해 준 것이 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실험을 한 배경부터 다시 짚어보죠.

[답변]

가장 큰 이유는 실업률 때문입니다.

2016년 말 기준 핀란드의 실업률은 8.7%로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4.3%)보다 높습니다.

높은 실업률에는 핀란드 복지 정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큽니다.

핀란드에선 실업보험과 주거수당 등 사회보장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죠.

문제는, 취업할 경우 이러한 혜택을 잃을까 두려워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앵커]

하지만 단순히 복지 혜택을 놓치기 싫어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답변]

맞습니다.

실제로 이번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한 한 남성의 경우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80통 넘게 넣었지만, 그나마 면접 기회라도 잡은 건 단 한 번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투오마스/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제 나이가 너무 많다고들 할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경력이 지나치게 많은 탓인 걸까요."]

[앵커]

그런데 핀란드 사회보험청 연구진들은 이번 실험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면서요? 이유가 뭔가요?

[답변]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에 대해서도 기본소득 수급자의 경우 '없다'와 '약간 있다'가 55%로 조사된 데 반해, 대조군은 46%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조군의 스트레스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나 율리카노/핀란드 사회보험청 선임 연구원 : "기본소득 수급자들은 더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스트레스는 덜 받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더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기본소득 수급자가 받은 질병 치료 관련 복지비는 평균 15만 원 정도였지만, 대조 집단은 평균 27만 원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핀란드 당국은 이번 기본소득 실험이 기존 사회보장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핀란드보다 앞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나라들도 많잖아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답변]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극빈층 천 명에게 매달 만 6천 원 정도를 지급했는데요.

이들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본소득 실험 이후 빈곤선 아래에 있던 주민 수가 76%에서 37%까지 내려갔고, 체중 미달 어린이 비율은 42%에서 17%로 줄었습니다.

생계형 범죄율 또한 20% 넘게 떨어졌습니다.

[오치베로 주민 : "성인이 된 아이 셋 모두 빈트후크에 있는 대학에 다녀요.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미비아 정부는 그 이후에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입니다.

실제 1982년부터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한 미국 알래스카주는 매년 지급하는 돈을 계속 줄여가고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시행 1년 만에 시범 사업을 접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세계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을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스톡턴시는 이번 달을 시작으로 빈곤층 백 명에게 매달 56만 원씩 18개월간 지급할 계획이고요.

이탈리아도 오는 4월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월 백만 원의 기본소득을 줄 예정입니다.

[앵커]

기본소득 실험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국가 재정 부담만 키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경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고용 못 늘렸지만 행복감 높여”
    • 입력 2019-02-13 18:13:15
    • 수정2019-02-13 18:20:00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주제는요?

[답변]

전 세계적 관심이 쏠렸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지난해 말 종료됐습니다.

국민 2천 명에게 매달 560유로, 약 70만 원가량을 2년 동안 지급했죠.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은 과연 성공했을까요?

아니면 실패했을까요?

올해 32살인 이 여성은 현재 텔레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 실험 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생활비 걱정도 덜면서 새로운 직장도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타냐/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혼자서 직접 돈도 벌면서 살아갈 수 있어 좋아요. 기본소득은 제 인생을 달라지게 했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정부로부터 매달 받는 70여만 원이 삶의 안정감을 줬다고 말합니다.

[시니 마르티넨/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기본소득 실험은 '자유'를 가져다줬는데, 정신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앵커]

인터뷰를 보니 두 여성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네요.

그럼 핀란드 정부의 이번 실험은 성공했다고 봐도 될까요?

[답변]

안타깝지만 이번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 장밋빛은 아니었습니다.

핀란드 정부가 2017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예비 보고서를 보면요.

기본소득이 지급된 2천 명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49.64일,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대조군은 49.25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득 역시 두 그룹 간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질 못했군요?

[답변]

맞습니다.

외신들은 기본 수입을 보장해 준 것이 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실험을 한 배경부터 다시 짚어보죠.

[답변]

가장 큰 이유는 실업률 때문입니다.

2016년 말 기준 핀란드의 실업률은 8.7%로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4.3%)보다 높습니다.

높은 실업률에는 핀란드 복지 정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큽니다.

핀란드에선 실업보험과 주거수당 등 사회보장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죠.

문제는, 취업할 경우 이러한 혜택을 잃을까 두려워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앵커]

하지만 단순히 복지 혜택을 놓치기 싫어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답변]

맞습니다.

실제로 이번 기본소득 실험에 참여한 한 남성의 경우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80통 넘게 넣었지만, 그나마 면접 기회라도 잡은 건 단 한 번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투오마스/기본소득 실험 대상자 : "제 나이가 너무 많다고들 할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경력이 지나치게 많은 탓인 걸까요."]

[앵커]

그런데 핀란드 사회보험청 연구진들은 이번 실험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면서요? 이유가 뭔가요?

[답변]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에 대해서도 기본소득 수급자의 경우 '없다'와 '약간 있다'가 55%로 조사된 데 반해, 대조군은 46%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조군의 스트레스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나 율리카노/핀란드 사회보험청 선임 연구원 : "기본소득 수급자들은 더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스트레스는 덜 받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더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기본소득 수급자가 받은 질병 치료 관련 복지비는 평균 15만 원 정도였지만, 대조 집단은 평균 27만 원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핀란드 당국은 이번 기본소득 실험이 기존 사회보장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핀란드보다 앞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나라들도 많잖아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답변]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극빈층 천 명에게 매달 만 6천 원 정도를 지급했는데요.

이들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본소득 실험 이후 빈곤선 아래에 있던 주민 수가 76%에서 37%까지 내려갔고, 체중 미달 어린이 비율은 42%에서 17%로 줄었습니다.

생계형 범죄율 또한 20% 넘게 떨어졌습니다.

[오치베로 주민 : "성인이 된 아이 셋 모두 빈트후크에 있는 대학에 다녀요.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미비아 정부는 그 이후에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입니다.

실제 1982년부터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한 미국 알래스카주는 매년 지급하는 돈을 계속 줄여가고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시행 1년 만에 시범 사업을 접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세계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을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스톡턴시는 이번 달을 시작으로 빈곤층 백 명에게 매달 56만 원씩 18개월간 지급할 계획이고요.

이탈리아도 오는 4월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월 백만 원의 기본소득을 줄 예정입니다.

[앵커]

기본소득 실험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국가 재정 부담만 키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