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말레이 스캔들’

입력 2019.02.13 (20:37) 수정 2019.02.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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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의 키워드 '말레이 스캔들'입니다.

처음엔 말레이시아 총리 부부의 초호화 이중 생활 문제인가 했는데 알고봤더니 천문학적 규모의 돈 세탁에 세계적인 금융사와 할리우드 배우, 피카소 그림까지 등장하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관련국만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 12개에 달하는데요.

세계 주요 언론에서도 '세계적인 금융 스캔들',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세계 최대 규모의 도둑정치 사건'이라며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집과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압류한 재산이 3천억 원에 달하는데 공개된 목록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여러나라 화폐 뭉치가 나왔는데, 돈 세는 기계까지 동원해 세봤더니 350억 원 정도 됐고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고가브랜드 핸드백 560여개를 비롯해 각종 보석이 5천점에 달했고, 시계도 400개가 넘었습니다.

[아말 싱/말레이시아 경찰 : "말레이시아 역사상 가장 큰 압수 규모입니다."]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말레이판 이멜다'로 불리는데 명품구두만 3천켤레에 5000만원짜리 핸드백을 색깔별로 수집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생활로 유명하죠.

남편이 총리로 있는 동안 뉴욕과 런던 유명 백화점에서 64억 원 넘게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나잡 전 총리는 1억원 정도의 연봉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번 스캔들 수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총리 주변 인물도 초호화 생활로 유명했잖아요,

아시아의 개츠비라고도 불렸을 정도라면서요.

[기자]

네, 나집 전 총리의 집사 역할을 하던 38살의 라우텍조인데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등을 도맡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입니다.

수사에서 포착된 화려한 생활을 한 번 볼까요.

뉴욕 맨해튼의 3천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와 2억5000만 달러짜리 요트를 사고 프랑스 칸에서 파티도 열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유명인사들과의 친분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힐튼 호텔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 연인이었던 모델 미란다 커 린제이 로한 등에게 선물도 건넸는데 보석과 슈퍼카, 투명 피아노, 5만 달러짜리 샴페인처럼 일반적인 선물 수준을 뛰어넘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는 피카소 그림을 선물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에도 투자했는데요.

미국 검찰은 라우텍조 재산 대부분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회사에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우텍조는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앵커]

돈 씀씀이를 보나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나,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돈은 어디서 난 건가요?

[기자]

앞서 세계 최대 규모의 도둑 정치라는 평가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2009년 나집이 최고 통수권자인 총리에 취임하면서부터 사건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취임 첫해 경제개발을 하겠다며 국영투자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석유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증을 서고 자금유치를 돕는 채권 발행 주간사는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감사는 역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맡았습니다.

또 이 회사와 관련해 할리우드 스타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패리스 힐튼도 초기에 투자를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외국 자본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말 부실채권액이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걸까요?

[기자]

현재 12개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법무장관 이었던 로레타 린치는 많은 부패한 관료들이 공적자금을 개인 은행계좌처럼 다뤘다고 밝혔는데요,

유치된 자금 가운데 5조원 가량은 여러나라를 거치며 돈세탁을 통해 빼돌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사치행각에도 쓰였을 거라는 의혹이 있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반부패법 위반 등 42개 혐의, 부인은 자금세탁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나집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딜로이트도 이번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자회사와 전 임직원도 기소된 상태입니다.

[여킴렝/경제학자/말레이 선웨이대 교수 :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공적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 걸쳐 복잡한 거래(돈세탁)이 이뤄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신용사기인 것입니다."]

재판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은데요,

이번 스캔들의 전모가 얼마나 드러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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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말레이 스캔들’
    • 입력 2019-02-13 20:31:46
    • 수정2019-02-13 20:48:43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조빛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오늘의 키워드 '말레이 스캔들'입니다.

처음엔 말레이시아 총리 부부의 초호화 이중 생활 문제인가 했는데 알고봤더니 천문학적 규모의 돈 세탁에 세계적인 금융사와 할리우드 배우, 피카소 그림까지 등장하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관련국만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 12개에 달하는데요.

세계 주요 언론에서도 '세계적인 금융 스캔들',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세계 최대 규모의 도둑정치 사건'이라며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집과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압류한 재산이 3천억 원에 달하는데 공개된 목록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여러나라 화폐 뭉치가 나왔는데, 돈 세는 기계까지 동원해 세봤더니 350억 원 정도 됐고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고가브랜드 핸드백 560여개를 비롯해 각종 보석이 5천점에 달했고, 시계도 400개가 넘었습니다.

[아말 싱/말레이시아 경찰 : "말레이시아 역사상 가장 큰 압수 규모입니다."]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말레이판 이멜다'로 불리는데 명품구두만 3천켤레에 5000만원짜리 핸드백을 색깔별로 수집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생활로 유명하죠.

남편이 총리로 있는 동안 뉴욕과 런던 유명 백화점에서 64억 원 넘게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나잡 전 총리는 1억원 정도의 연봉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번 스캔들 수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총리 주변 인물도 초호화 생활로 유명했잖아요,

아시아의 개츠비라고도 불렸을 정도라면서요.

[기자]

네, 나집 전 총리의 집사 역할을 하던 38살의 라우텍조인데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등을 도맡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입니다.

수사에서 포착된 화려한 생활을 한 번 볼까요.

뉴욕 맨해튼의 3천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와 2억5000만 달러짜리 요트를 사고 프랑스 칸에서 파티도 열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유명인사들과의 친분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힐튼 호텔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 연인이었던 모델 미란다 커 린제이 로한 등에게 선물도 건넸는데 보석과 슈퍼카, 투명 피아노, 5만 달러짜리 샴페인처럼 일반적인 선물 수준을 뛰어넘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는 피카소 그림을 선물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에도 투자했는데요.

미국 검찰은 라우텍조 재산 대부분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회사에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우텍조는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앵커]

돈 씀씀이를 보나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나, 영화같은 이야기네요.

돈은 어디서 난 건가요?

[기자]

앞서 세계 최대 규모의 도둑 정치라는 평가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2009년 나집이 최고 통수권자인 총리에 취임하면서부터 사건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취임 첫해 경제개발을 하겠다며 국영투자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석유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증을 서고 자금유치를 돕는 채권 발행 주간사는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감사는 역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맡았습니다.

또 이 회사와 관련해 할리우드 스타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패리스 힐튼도 초기에 투자를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외국 자본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말 부실채권액이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걸까요?

[기자]

현재 12개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법무장관 이었던 로레타 린치는 많은 부패한 관료들이 공적자금을 개인 은행계좌처럼 다뤘다고 밝혔는데요,

유치된 자금 가운데 5조원 가량은 여러나라를 거치며 돈세탁을 통해 빼돌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사치행각에도 쓰였을 거라는 의혹이 있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반부패법 위반 등 42개 혐의, 부인은 자금세탁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나집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딜로이트도 이번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자회사와 전 임직원도 기소된 상태입니다.

[여킴렝/경제학자/말레이 선웨이대 교수 :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공적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 걸쳐 복잡한 거래(돈세탁)이 이뤄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신용사기인 것입니다."]

재판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은데요,

이번 스캔들의 전모가 얼마나 드러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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