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파리의 잔인한 4월…거리의 노숙자들

입력 2019.04.16 (10:49) 수정 2019.04.16 (11: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프랑스 파리엔 여러 모로 잔인한 4월입니다.

노숙자 문제 또한 심각한데요.

해마다 4월이면, 파리는 낭만의 거리가 아닌 노숙자들로 넘쳐나는 거리가 된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오늘도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파리지앵 사이,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해 51살이 된 워너씨는 집이 없는 노숙자입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우리는 부모가 없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하죠. 먹을 것, 마실 것, 잠잘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신문을 모으는 것 까지요."]

그의 하루는 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거나, 버려진 신문을 주워 읽는 것이 다입니다.

["스포츠도 있고 뉴스도 있어요."]

최근엔 노숙자 친구를 위해 약국에서 약을 구걸하러 다니는데, 사실 워너씨 자신도 C형 간염 환자입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 제 약을 받으러 오후에 다시 와야 해요. 일단 갑시다."]

온종일 구걸을 하러 다니느라 허기가 지면 공원 한편에서 허겁지겁 끼니를 해결합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받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입니다.

워너 씨도 한때는 가정을 이루고, 6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19년 전 도난 죄로 징역을 살고 난 후부터 노숙자로 살고 있습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 잘못입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망가지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길 바라고 있을 거예요."]

해 질 녘이 되면 그의 발걸음 지하철로 향합니다.

철로 옆에 구석진 공간에 버려진 포스터와 얇은 담요를 깔고 눕는데요.

[워너/파리 노숙자 : "우리는 몇 년 동안 단체를 통해 길거리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길에 있습니다."]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파리에서는 잔인한 4월이란 말이 있습니다.

겨울철 동안 노숙인들이 머물던 일부 시설들이 문을 닫는 시기이자, 집세를 오래 밀린 세입자일지라도 겨울철엔 내쫓을 수 없게 하는 관습 법 역시 3월 마지막 날 밤까지만 작동합니다.

즉, 4월에 되면 많은 사람이 갈곳 없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 건데요.

프랑스 통계청의 발표로는 현재 프랑스 노숙인 수는 3천6백 명으로, 이중 지난 한 해 동안만 566명의 노숙자가 사망했고, 140명은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지난주, 프랑스 주거 권리 조사에 나선 UN 특별조사위원은 프랑스 정부에 국제법에 따른 적정한 주거권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레이라니 파르하/UN 주거권리 특별조사위원 :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퇴거는 국제인권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는 노숙인 긴급쉼터는 시한부 이용제이고, 노숙인 도움 요청 전화는 매일 2∼3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통화가 됩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몸을 눕힐 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체육관을 점거해 주거 권리를 위한 시위 중인 노숙인 엄마는 아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안정적인 거처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네스 자나흐/DAL : "어느 순간에는 친구와 친척들 집을 전전하는 것도 불가능해지죠. 숙소를 불법 점유할 수밖에 없어진 거예요. 길에서 잠들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 곳곳에 풍경처럼 자리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고된 삶.

해묵은 노숙자 문제는 여전히 프랑스의 어두운 단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파리의 잔인한 4월…거리의 노숙자들
    • 입력 2019-04-16 10:54:46
    • 수정2019-04-16 11:19:06
    지구촌뉴스
[앵커]

프랑스 파리엔 여러 모로 잔인한 4월입니다.

노숙자 문제 또한 심각한데요.

해마다 4월이면, 파리는 낭만의 거리가 아닌 노숙자들로 넘쳐나는 거리가 된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오늘도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파리지앵 사이,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해 51살이 된 워너씨는 집이 없는 노숙자입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우리는 부모가 없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하죠. 먹을 것, 마실 것, 잠잘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신문을 모으는 것 까지요."]

그의 하루는 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구걸하거나, 버려진 신문을 주워 읽는 것이 다입니다.

["스포츠도 있고 뉴스도 있어요."]

최근엔 노숙자 친구를 위해 약국에서 약을 구걸하러 다니는데, 사실 워너씨 자신도 C형 간염 환자입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 제 약을 받으러 오후에 다시 와야 해요. 일단 갑시다."]

온종일 구걸을 하러 다니느라 허기가 지면 공원 한편에서 허겁지겁 끼니를 해결합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받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입니다.

워너 씨도 한때는 가정을 이루고, 6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19년 전 도난 죄로 징역을 살고 난 후부터 노숙자로 살고 있습니다.

[워너/파리 노숙자 :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 잘못입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망가지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길 바라고 있을 거예요."]

해 질 녘이 되면 그의 발걸음 지하철로 향합니다.

철로 옆에 구석진 공간에 버려진 포스터와 얇은 담요를 깔고 눕는데요.

[워너/파리 노숙자 : "우리는 몇 년 동안 단체를 통해 길거리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길에 있습니다."]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파리에서는 잔인한 4월이란 말이 있습니다.

겨울철 동안 노숙인들이 머물던 일부 시설들이 문을 닫는 시기이자, 집세를 오래 밀린 세입자일지라도 겨울철엔 내쫓을 수 없게 하는 관습 법 역시 3월 마지막 날 밤까지만 작동합니다.

즉, 4월에 되면 많은 사람이 갈곳 없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 건데요.

프랑스 통계청의 발표로는 현재 프랑스 노숙인 수는 3천6백 명으로, 이중 지난 한 해 동안만 566명의 노숙자가 사망했고, 140명은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지난주, 프랑스 주거 권리 조사에 나선 UN 특별조사위원은 프랑스 정부에 국제법에 따른 적정한 주거권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레이라니 파르하/UN 주거권리 특별조사위원 :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퇴거는 국제인권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는 노숙인 긴급쉼터는 시한부 이용제이고, 노숙인 도움 요청 전화는 매일 2∼3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통화가 됩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몸을 눕힐 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체육관을 점거해 주거 권리를 위한 시위 중인 노숙인 엄마는 아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안정적인 거처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네스 자나흐/DAL : "어느 순간에는 친구와 친척들 집을 전전하는 것도 불가능해지죠. 숙소를 불법 점유할 수밖에 없어진 거예요. 길에서 잠들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 곳곳에 풍경처럼 자리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고된 삶.

해묵은 노숙자 문제는 여전히 프랑스의 어두운 단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