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레이와’ 시대의 한일 관계

입력 2019.04.30 (20:38) 수정 2019.04.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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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내일 새 일왕이 즉위하는데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지금 보시는 이 사람, 일본의 제125대 아키히토 일왕입니다.

1933년생, 30년 3개월 동안 재임해왔는데, 2016년 건강 문제로 생전 퇴위하겠다는 약속대로 오늘 큰아들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식을 가졌습니다.

내일부터 일본은 '레이와'(한자)라는 새 연호를 사용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키워드는 '레이와' 시대의 한일 관계로 정해봤습니다.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절차는 오늘 오전과 오후 2개로 나눠져 진행됐습니다.

오전 10시 행사는 일왕이 거주하는 궁 내부 신전에서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하는 의식이었고요.

오후 5시 퇴위식은 정부 주관으로 궁 내부 접견실에서 치러졌습니다.

퇴위식에는 후계자인 나루히토 왕세자를 비롯해 아베 신조 총리와 왕족, 정부, 국회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1817년 고카쿠 일왕 이후 202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 온 아키히토 일왕인지라 퇴위 전 마지막 발언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들어보시죠.

[아키히토/일왕 :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 시대가 평화롭게 결실을 맺기를 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며..."]

[앵커]

아키히토 일왕의 마지막 발언도 평화 관련 내용이군요.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그동안 호의적인 발언을 많이 했었죠?

[기자]

네, 일본 헌법에 따르면 일왕은 국정 개입이 금지됐습니다.

때문에 드러내놓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그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 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아키히토/일왕 : "전쟁 후 여러 해 동안 연장된 평화로운 시절을 생각하며,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고 깊은 회한의 마음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5년 팔라우를 비롯해, 2016년에는 필리핀, 2017년에는 베트남 등 전쟁 피해국들의 전몰자 위령지를 방문했습니다.

[아키히토/일왕 : "우리의 방문이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재임시절 한국 방문이 성사되진 못했지만, 사이판 방문 때 한국인 위령탑에 헌화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7년에는 '고마 신사'를 참배했는데, '고마'는 일본어로 고구려라는 뜻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한국과 인연을 강조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아키히토/일왕 : "간무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말이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나 자신도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하지 않는 아키히토 일왕의 행보는 일본 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부친 급격한 우경화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아베 총리와 일왕이 서로 결이 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럼 새 일왕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기자]

네, 사진 속 인물이 내일부터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입니다.

환갑을 코 앞에 두고 있고요.

그가 아베 총리의 우경화를 견제할까, 눈감을까, 일본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관심사인데요.

우선 과거 전쟁에 대해서는 2015년 기자회견 발언이 있습니다.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의 비참한 체험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아버지 아키히토 일왕의 역사관을 이어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헌법에 대한 입장입니다.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렸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되돌리려는 아베 총리의 움직임을 에둘러 반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와 나루히토 왕세자가 지난 2월22일 궁궐에서 1대1로 30분 간 비밀리에 만났다는 보도도 나와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주목됩니다.

[앵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층은 군사 대국화를 여전히 추진하려고 할 것 같은데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일본은 서기 몇 년 이런 게 아니라 일왕에 따라 연호를 쓰는데요.

내일 오전 0시를 기해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로 연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연호에 대한 해석 들어보시죠.

[아베/일본 총리/지난 1일 : "새 연호는 '레이와'입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명령(令)과 일본(和)을 뜻하는 글자의 조합으로, 극우 보수층의 염원이 깃들었다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 개헌을 하나의 논리로 연결 지으려고 시도했는데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와 각을 세우면서 한편으로는 개헌을 통해 우경화를 가속화시키려는 아베 총리.

새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일왕이 내일 즉위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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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레이와’ 시대의 한일 관계
    • 입력 2019-04-30 20:40:53
    • 수정2019-04-30 20:54:39
    글로벌24
[앵커]

세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내일 새 일왕이 즉위하는데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지금 보시는 이 사람, 일본의 제125대 아키히토 일왕입니다.

1933년생, 30년 3개월 동안 재임해왔는데, 2016년 건강 문제로 생전 퇴위하겠다는 약속대로 오늘 큰아들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식을 가졌습니다.

내일부터 일본은 '레이와'(한자)라는 새 연호를 사용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키워드는 '레이와' 시대의 한일 관계로 정해봤습니다.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절차는 오늘 오전과 오후 2개로 나눠져 진행됐습니다.

오전 10시 행사는 일왕이 거주하는 궁 내부 신전에서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하는 의식이었고요.

오후 5시 퇴위식은 정부 주관으로 궁 내부 접견실에서 치러졌습니다.

퇴위식에는 후계자인 나루히토 왕세자를 비롯해 아베 신조 총리와 왕족, 정부, 국회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일왕이 생전 퇴위하는 것은 1817년 고카쿠 일왕 이후 202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 온 아키히토 일왕인지라 퇴위 전 마지막 발언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들어보시죠.

[아키히토/일왕 :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 시대가 평화롭게 결실을 맺기를 왕비와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며..."]

[앵커]

아키히토 일왕의 마지막 발언도 평화 관련 내용이군요.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그동안 호의적인 발언을 많이 했었죠?

[기자]

네, 일본 헌법에 따르면 일왕은 국정 개입이 금지됐습니다.

때문에 드러내놓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왔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그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 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아키히토/일왕 : "전쟁 후 여러 해 동안 연장된 평화로운 시절을 생각하며, 우리의 과거를 반성하고 깊은 회한의 마음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5년 팔라우를 비롯해, 2016년에는 필리핀, 2017년에는 베트남 등 전쟁 피해국들의 전몰자 위령지를 방문했습니다.

[아키히토/일왕 : "우리의 방문이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우호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재임시절 한국 방문이 성사되진 못했지만, 사이판 방문 때 한국인 위령탑에 헌화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7년에는 '고마 신사'를 참배했는데, '고마'는 일본어로 고구려라는 뜻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한국과 인연을 강조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아키히토/일왕 : "간무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말이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나 자신도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하지 않는 아키히토 일왕의 행보는 일본 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부친 급격한 우경화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아베 총리와 일왕이 서로 결이 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럼 새 일왕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기자]

네, 사진 속 인물이 내일부터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입니다.

환갑을 코 앞에 두고 있고요.

그가 아베 총리의 우경화를 견제할까, 눈감을까, 일본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관심사인데요.

우선 과거 전쟁에 대해서는 2015년 기자회견 발언이 있습니다.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의 비참한 체험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아버지 아키히토 일왕의 역사관을 이어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헌법에 대한 입장입니다.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렸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되돌리려는 아베 총리의 움직임을 에둘러 반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와 나루히토 왕세자가 지난 2월22일 궁궐에서 1대1로 30분 간 비밀리에 만났다는 보도도 나와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주목됩니다.

[앵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층은 군사 대국화를 여전히 추진하려고 할 것 같은데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일본은 서기 몇 년 이런 게 아니라 일왕에 따라 연호를 쓰는데요.

내일 오전 0시를 기해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로 연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연호에 대한 해석 들어보시죠.

[아베/일본 총리/지난 1일 : "새 연호는 '레이와'입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명령(令)과 일본(和)을 뜻하는 글자의 조합으로, 극우 보수층의 염원이 깃들었다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 개헌을 하나의 논리로 연결 지으려고 시도했는데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와 각을 세우면서 한편으로는 개헌을 통해 우경화를 가속화시키려는 아베 총리.

새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일왕이 내일 즉위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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