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대 사기 보험설계사…고객 정보로 대출까지?

입력 2019.05.08 (12:49) 수정 2019.05.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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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험 가입이나 투자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권유한다면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자, 여기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 사기를 벌인 보험설계사가 붙잡혔는데, 피해액이 70억대에 이릅니다.

내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는데, 정작 가입자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주부 A씨는 두달 전부터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3월) 25일 날. 아침에 잠깐 받고 전화를 계속 안 받아서 밤 11시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했는데……."]

15년지기 친구이자 보험설계사, 안 모 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그날은 투자금 2억5천만 원을 돌려받기로 한 날이었는데 곧이어 더 큰 일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카드 정지 문자가 팍팍 들어오는 거예요. 카드 정지가 될 일이 없는데 전화했더니 미납이 있대요. 그래서 그때 알았어요."]

신용카드 대출에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까지 알 수 없는 빚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나 모르게 된 남편 (대출)까지 해서 1억5천만 원이란 대출은 너무 억울하다 싶었어요."]

불길한 마음에 안 씨를 통해 든 보험을 확인했는데요.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보험이라는 보험은 싹 다 약관대출부터 신용대출이 다 돼 있는 거죠. 다 찾아갔더라고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납부한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이 된 상태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사라진 안 씨의 집. 안 씨의 수첩 안에 해답이 있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주민등록번호, 통장, 카드 종류별로 싹 다 있었어요."]

안 씨의 수첩 안에는 A씨의 정보가 가득했습니다.

15년간 보험설계사와 고객으로 만난 A씨의 개인 정보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도 있었는데요.

안 씨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B씨도 지난해 초 투자 제의를 받았습니다.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보험 설계 서류를 갖다주면서 (투자) 계획을 다 짜서 왔어요. 제 정보를 (안 씨가) 다 조회를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대출을 해서 투자를 해라."]

여유 돈이 없었는데, 대출 방법까지 알려줬다는 건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1년만 한 번 해보고 자기 회사가 믿음이 가면 계속해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고수익을 보장한다던 채권 투자, 하지만 곧 배당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에 (배당금이) 1억 원에 50만 원. 2018년 10월부터 안 들어왔어요. 지금 배당이 제대로 안 나오는데 이 회사하고 법적 문제가 끝이 나면 그때는 다 해결이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투자 원금을 돌려주기로 한 날, 안 씨가 사라졌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에 고소하고 나서 이런 서류 자체가 아예 그 회사에서는 발행을 안 한다는 것을 알았죠."]

투자 상품도 허위에다 계약서는 위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역시 자신도 모르는 대출이 있었는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 신용으로 (대출이) 1억 6천만 원이 나올 거라고 혹시 생각하십니까? 저도 처음 알았어요."]

가짜 투자를 권하고 고객 정보를 이용해 대출까지 한 안 씨.

그런데, 피해 규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민성희/부산 금정경찰서 경제1팀장 : "현재까지 (피해자가) 36명에 (피해액은) 일단 75억 원 정도로 잡고 있어요."]

대출금 대부분은 은행이 아닌 보험과 신용카드,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 매달 이자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큰 거는 29% 이렇더라고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원금이랑 이자가 보험회사 세 군데만 거의 300만 원이거든요. 그다음에 캐피탈 (대출이) 이자만 100만원, 총 400만 원이잖아요."]

피해자들은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 원씩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타인의 개인정보 만으로 어떻게 대출까지 가능했을까요?

[C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한테 들어올 돈인데 저한테 잘못 들어왔기 때문에 자기한테 돈을 보내줘야 한대요. 내가 다시 그 보험회사에 돈 보내줄게 하니까 안 된대요. 그럼 일이 꼬여서……."]

피해자 통장에 대출받은 돈이 입금되자 잘못 입금된 거라고 돌려달라고 속이는가 하면, 피해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통장으로 대출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안 씨가) 쓸데없는 통장은 버리자 그러면서 찾아오라고 해서 내가 찾아다 줬어요. 보여준 게 다예요. 근데 뭘 찍어갔나 봐."]

여기에다 대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주소지와 전화번호도 바꿨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대출 상담원/음성변조 : "대출 관련 우편물의 수령지는 등록된 자택으로 해드릴까요?"]

[안 씨/피의자/음성변조 : "주소는 다른 곳으로 해도 상관없죠? 전화번호 변경 좀 할게요. 자택 번호는 삭제 좀 해주세요."]

전화 한통으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안 씨 자신의 것으로 바꾼 건데요.

문제의 대출 대부분은 인터넷과 전화, 팩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 씨/사기 피해자 : "카드 (대출이) 4,900만 원, 캐피탈 (대출)이 4,000만 원. 근데 그 큰 금액을 비대면으로 서명 하나없이 해 준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윤민섭/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사전에 본인 확인 절차가 아직도 금융기관 편의 중심 형태로 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다각적인 여러 경로 인증이나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할 수 있는 화상 통화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라든지 그런 것들이 필요한 부분이죠."]

사라졌던 안 씨는 25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는데, 어떤 입장일까요?

[민성희/부산금정경찰서 경제 1팀장 : "돈이 필요해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들한테 받은 돈으로 돌려 막기를 했기 때문에 변제능력은 없다고 이야기는 한 상태입니다."]

특히, 비대면 대출에 대해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편의를 위해 쉽게 빌릴 수 있게 문턱만 낮춰놓은 비대면 대출의 허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보험드신 분들은 현재 내 보험이 어떤 상태인지 한번쯤 점검해보시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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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억대 사기 보험설계사…고객 정보로 대출까지?
    • 입력 2019-05-08 13:07:21
    • 수정2019-05-08 13:23:35
    뉴스 12
[앵커]

보험 가입이나 투자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권유한다면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자, 여기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 사기를 벌인 보험설계사가 붙잡혔는데, 피해액이 70억대에 이릅니다.

내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는데, 정작 가입자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부산에 사는 주부 A씨는 두달 전부터 애타게 찾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3월) 25일 날. 아침에 잠깐 받고 전화를 계속 안 받아서 밤 11시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했는데……."]

15년지기 친구이자 보험설계사, 안 모 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그날은 투자금 2억5천만 원을 돌려받기로 한 날이었는데 곧이어 더 큰 일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카드 정지 문자가 팍팍 들어오는 거예요. 카드 정지가 될 일이 없는데 전화했더니 미납이 있대요. 그래서 그때 알았어요."]

신용카드 대출에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까지 알 수 없는 빚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나 모르게 된 남편 (대출)까지 해서 1억5천만 원이란 대출은 너무 억울하다 싶었어요."]

불길한 마음에 안 씨를 통해 든 보험을 확인했는데요.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보험이라는 보험은 싹 다 약관대출부터 신용대출이 다 돼 있는 거죠. 다 찾아갔더라고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납부한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이 된 상태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사라진 안 씨의 집. 안 씨의 수첩 안에 해답이 있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주민등록번호, 통장, 카드 종류별로 싹 다 있었어요."]

안 씨의 수첩 안에는 A씨의 정보가 가득했습니다.

15년간 보험설계사와 고객으로 만난 A씨의 개인 정보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도 있었는데요.

안 씨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B씨도 지난해 초 투자 제의를 받았습니다.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보험 설계 서류를 갖다주면서 (투자) 계획을 다 짜서 왔어요. 제 정보를 (안 씨가) 다 조회를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대출을 해서 투자를 해라."]

여유 돈이 없었는데, 대출 방법까지 알려줬다는 건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1년만 한 번 해보고 자기 회사가 믿음이 가면 계속해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고수익을 보장한다던 채권 투자, 하지만 곧 배당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한 달에 (배당금이) 1억 원에 50만 원. 2018년 10월부터 안 들어왔어요. 지금 배당이 제대로 안 나오는데 이 회사하고 법적 문제가 끝이 나면 그때는 다 해결이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투자 원금을 돌려주기로 한 날, 안 씨가 사라졌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에 고소하고 나서 이런 서류 자체가 아예 그 회사에서는 발행을 안 한다는 것을 알았죠."]

투자 상품도 허위에다 계약서는 위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역시 자신도 모르는 대출이 있었는데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 신용으로 (대출이) 1억 6천만 원이 나올 거라고 혹시 생각하십니까? 저도 처음 알았어요."]

가짜 투자를 권하고 고객 정보를 이용해 대출까지 한 안 씨.

그런데, 피해 규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민성희/부산 금정경찰서 경제1팀장 : "현재까지 (피해자가) 36명에 (피해액은) 일단 75억 원 정도로 잡고 있어요."]

대출금 대부분은 은행이 아닌 보험과 신용카드,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 매달 이자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큰 거는 29% 이렇더라고요."]

[B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원금이랑 이자가 보험회사 세 군데만 거의 300만 원이거든요. 그다음에 캐피탈 (대출이) 이자만 100만원, 총 400만 원이잖아요."]

피해자들은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 원씩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타인의 개인정보 만으로 어떻게 대출까지 가능했을까요?

[C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다른 사람한테 들어올 돈인데 저한테 잘못 들어왔기 때문에 자기한테 돈을 보내줘야 한대요. 내가 다시 그 보험회사에 돈 보내줄게 하니까 안 된대요. 그럼 일이 꼬여서……."]

피해자 통장에 대출받은 돈이 입금되자 잘못 입금된 거라고 돌려달라고 속이는가 하면, 피해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통장으로 대출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A 씨/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안 씨가) 쓸데없는 통장은 버리자 그러면서 찾아오라고 해서 내가 찾아다 줬어요. 보여준 게 다예요. 근데 뭘 찍어갔나 봐."]

여기에다 대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주소지와 전화번호도 바꿨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대출 상담원/음성변조 : "대출 관련 우편물의 수령지는 등록된 자택으로 해드릴까요?"]

[안 씨/피의자/음성변조 : "주소는 다른 곳으로 해도 상관없죠? 전화번호 변경 좀 할게요. 자택 번호는 삭제 좀 해주세요."]

전화 한통으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안 씨 자신의 것으로 바꾼 건데요.

문제의 대출 대부분은 인터넷과 전화, 팩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 씨/사기 피해자 : "카드 (대출이) 4,900만 원, 캐피탈 (대출)이 4,000만 원. 근데 그 큰 금액을 비대면으로 서명 하나없이 해 준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윤민섭/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사전에 본인 확인 절차가 아직도 금융기관 편의 중심 형태로 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다각적인 여러 경로 인증이나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할 수 있는 화상 통화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라든지 그런 것들이 필요한 부분이죠."]

사라졌던 안 씨는 25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는데, 어떤 입장일까요?

[민성희/부산금정경찰서 경제 1팀장 : "돈이 필요해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들한테 받은 돈으로 돌려 막기를 했기 때문에 변제능력은 없다고 이야기는 한 상태입니다."]

특히, 비대면 대출에 대해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편의를 위해 쉽게 빌릴 수 있게 문턱만 낮춰놓은 비대면 대출의 허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보험드신 분들은 현재 내 보험이 어떤 상태인지 한번쯤 점검해보시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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