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아이돌 시켜준다더니…돈만 ‘꿀꺽’

입력 2019.05.09 (12:48) 수정 2019.05.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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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 네 바로 연예인입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오디션에는 수천 명이 몰리고 적극 지원에 나서는 부모들도 많은데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아역배우 시켜주겠다.", "아이돌 그룹에 넣어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연예기획사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1살 A양의 부모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무작위로 전화를 건 것 같아요. 오디션 있는데 한 번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고요. 자기네가 원하는 캐릭터랑 맞으면 아이를 키워본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마치 딸을 잘 아는 듯 얘기했다는 연예기획사.

호기심에 한 번 찾아갔는데, 이 기획사, 만나자마자 A양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자기가 키우려고 하는 키즈 그룹이 있는데 그 키즈 그룹에 우리 아이가 딱 이라는 거예요. 제가 무슨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박수를 치면서 잔치 분위기로 이끌더라고요. 그러더니 지금 당장 사인을 하래요."]

연기수업료 3백만 원을 내고 이 연예기획사에 다니게 된 A양, 화보도 찍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화보 사진을)회사 정면에 딱 붙여놓더라고요. 그러니까 '아 뭔가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구나.'하고 믿게 된 거죠."]

그런데, 얼마 뒤 기획사는 A양을 키즈 그룹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2천만 원이라는 돈은 너희 아이가 1년 안에 뽑을 수 있다. 아이가 빨리 성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비법이 있대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요구했는데 해외 진출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중국으로 진출하고 중국 방송국에 나가고 너희 아이는 대스타가 되는 거다. 웹드라마에 너희 아이를 주인공 아역으로 출연시키고 싶다."]

[○○연예기획사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어머님이 앞으로 ○○이한테 돈을 써야한다? 쓸 것도 없어. 반대로 돈도 벌어줄 수 있을 걸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한테 광고도 들어올 수 있고…."]

하지만, A양은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활동을 시작한 키즈 그룹은 행사를 다니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라디오 방송인가? 그때 새벽 1시에 들어갔거든요. 방송국 갔다가. 아동 (노동) 착취의 개념도 있어요. 왜냐면 저희가 출연료를 전혀 받지 못했어요. (기획사 측은) 홍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돈이 더 많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6살 B양의 어머니도 이 연예기획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B양(6세) 어머니/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예뻐서 베이비그룹에 센터 자리를 해 줄 수 있다. 카메라테스트를 하고 난 다음에 한다는 말이 애가 아무것도 모른다. 당연히 모르죠. 만 4세가 뭘 알겠어요. 수업을 들어야 될 것 같다라고 해서 200만 원을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다음에도 역시 돈을 요구했는데요.

"출연을 하려면 감독에게 로비를 해야한다.", "연습비가 필요하다." 등 시도 때도 없었다고 합니다.

[B양(6세) 어머니/음성변조 :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에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접대비필요하다고 최대한 빨리 얼마 정도 되시냐고.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 번꼴로 저를…."]

하지만, 정작 교습은 단 한 번 받았고, 드라마 주인공은 다른 아이에게 돌아갔다는데요.

유명 아역 배우의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시켜주겠다고 해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건넸는데, 약속과 달랐습니다.

이 연예기획사가 이렇게 부모들을 상대로 뜯어낸 금액은 5억 원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5명, 적게는 3백만 원에서 많게는 7천 만 원까지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피해가 커진 이유는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려 한다며 몰아붙였다는 겁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한마디로 찍히면 우리한테 피해가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그런 느낌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거든요. 어머니 왜 저 안 믿고 이렇게 하시냐고."]

부모들이 중간에 환불을 요청하면, 폐업을 하고 도주한 뒤 새로운 기획사를 다시 차리는 식으로 계속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김현수/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그 법인에서 다시 문제가 생기면 그 법인을 폐업하고 다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2년 사이에) 세 번 정도 법인을 바꿨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들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연습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우리 아이가 저렇게까지 힘든 시간 동안 자기 꿈을 위해서 노력을 하네. 되게 힘들었거든요. 다리 아프고요. 7시간 8시간씩 연습을 해서. 근데 (아이가) '엄마 괜찮아.나 안 힘들어. 다른 애들 다 잘하니까 나도 더 잘하고 싶어.'"]

결국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울고 자면서도 '엄마 나 다시 가면 안돼? 나 TV에도 나오고 싶고 그리고 거기서 주요 방송국에도 갈 수 있다고 그랬어.'라고 이야기하고…. 되게 그거를 믿었던 것 같아요. 거기 선생님들을."]

연예인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비용은 기획사에서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김현수/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정상적인 합법적인 업계에는 없는 가전속비 2천, 3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연예인 관련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트레이닝 비용은 전부 연예기획사에서 지급을 하고 나중에 아역 배우가 성장해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 서로 배분하는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거든요."]

아울러 연기학원의 강습비는 시간당 1만5천 원 정도를 넘을 수 없다며, 고액의 강습비나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할 경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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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역배우·아이돌 시켜준다더니…돈만 ‘꿀꺽’
    • 입력 2019-05-09 12:53:28
    • 수정2019-05-09 13:04:15
    뉴스 12
[앵커]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업, 네 바로 연예인입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오디션에는 수천 명이 몰리고 적극 지원에 나서는 부모들도 많은데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아역배우 시켜주겠다.", "아이돌 그룹에 넣어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연예기획사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1살 A양의 부모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무작위로 전화를 건 것 같아요. 오디션 있는데 한 번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고요. 자기네가 원하는 캐릭터랑 맞으면 아이를 키워본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마치 딸을 잘 아는 듯 얘기했다는 연예기획사.

호기심에 한 번 찾아갔는데, 이 기획사, 만나자마자 A양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자기가 키우려고 하는 키즈 그룹이 있는데 그 키즈 그룹에 우리 아이가 딱 이라는 거예요. 제가 무슨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박수를 치면서 잔치 분위기로 이끌더라고요. 그러더니 지금 당장 사인을 하래요."]

연기수업료 3백만 원을 내고 이 연예기획사에 다니게 된 A양, 화보도 찍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화보 사진을)회사 정면에 딱 붙여놓더라고요. 그러니까 '아 뭔가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구나.'하고 믿게 된 거죠."]

그런데, 얼마 뒤 기획사는 A양을 키즈 그룹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2천만 원이라는 돈은 너희 아이가 1년 안에 뽑을 수 있다. 아이가 빨리 성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비법이 있대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요구했는데 해외 진출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중국으로 진출하고 중국 방송국에 나가고 너희 아이는 대스타가 되는 거다. 웹드라마에 너희 아이를 주인공 아역으로 출연시키고 싶다."]

[○○연예기획사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어머님이 앞으로 ○○이한테 돈을 써야한다? 쓸 것도 없어. 반대로 돈도 벌어줄 수 있을 걸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한테 광고도 들어올 수 있고…."]

하지만, A양은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활동을 시작한 키즈 그룹은 행사를 다니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라디오 방송인가? 그때 새벽 1시에 들어갔거든요. 방송국 갔다가. 아동 (노동) 착취의 개념도 있어요. 왜냐면 저희가 출연료를 전혀 받지 못했어요. (기획사 측은) 홍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돈이 더 많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6살 B양의 어머니도 이 연예기획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B양(6세) 어머니/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예뻐서 베이비그룹에 센터 자리를 해 줄 수 있다. 카메라테스트를 하고 난 다음에 한다는 말이 애가 아무것도 모른다. 당연히 모르죠. 만 4세가 뭘 알겠어요. 수업을 들어야 될 것 같다라고 해서 200만 원을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다음에도 역시 돈을 요구했는데요.

"출연을 하려면 감독에게 로비를 해야한다.", "연습비가 필요하다." 등 시도 때도 없었다고 합니다.

[B양(6세) 어머니/음성변조 :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에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접대비필요하다고 최대한 빨리 얼마 정도 되시냐고.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 번꼴로 저를…."]

하지만, 정작 교습은 단 한 번 받았고, 드라마 주인공은 다른 아이에게 돌아갔다는데요.

유명 아역 배우의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시켜주겠다고 해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건넸는데, 약속과 달랐습니다.

이 연예기획사가 이렇게 부모들을 상대로 뜯어낸 금액은 5억 원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만 15명, 적게는 3백만 원에서 많게는 7천 만 원까지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피해가 커진 이유는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려 한다며 몰아붙였다는 겁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한마디로 찍히면 우리한테 피해가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그런 느낌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거든요. 어머니 왜 저 안 믿고 이렇게 하시냐고."]

부모들이 중간에 환불을 요청하면, 폐업을 하고 도주한 뒤 새로운 기획사를 다시 차리는 식으로 계속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김현수/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그 법인에서 다시 문제가 생기면 그 법인을 폐업하고 다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2년 사이에) 세 번 정도 법인을 바꿨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들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연습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우리 아이가 저렇게까지 힘든 시간 동안 자기 꿈을 위해서 노력을 하네. 되게 힘들었거든요. 다리 아프고요. 7시간 8시간씩 연습을 해서. 근데 (아이가) '엄마 괜찮아.나 안 힘들어. 다른 애들 다 잘하니까 나도 더 잘하고 싶어.'"]

결국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A양(11세) 어머니/음성변조 : "울고 자면서도 '엄마 나 다시 가면 안돼? 나 TV에도 나오고 싶고 그리고 거기서 주요 방송국에도 갈 수 있다고 그랬어.'라고 이야기하고…. 되게 그거를 믿었던 것 같아요. 거기 선생님들을."]

연예인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비용은 기획사에서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김현수/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 : "정상적인 합법적인 업계에는 없는 가전속비 2천, 3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연예인 관련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트레이닝 비용은 전부 연예기획사에서 지급을 하고 나중에 아역 배우가 성장해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 서로 배분하는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거든요."]

아울러 연기학원의 강습비는 시간당 1만5천 원 정도를 넘을 수 없다며, 고액의 강습비나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할 경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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