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암 치료 믿고 독일 갔더니…검증 안 된 치료에 ‘봉변’

입력 2019.05.22 (06:34) 수정 2019.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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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일부 말기 암 환자들이 첨단 치료를 받기 위해 거액을 내고 독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시술을 받고 효과를 못 본 채 숨지거나, 문제가 생겨도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 모 씨는 2년 전 5살 딸의 말기 뇌종양 치료를 위해 한 중개업체를 찾았습니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중입자 치료를 독일에서 받게 해준다는 업체였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만 집중 파괴하는 첨단 방사선 요법입니다.

그러나 업체는 서 씨가 선금을 내자마자 말을 바꿨습니다.

[서○○/음성변조 : "'면역치료랑 PDT(광역학) 치료가 중입자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고, 14명 중에 13명이 거의 95% 이상이 살아 있고, 3년 이상 살아있는 사람은 그중 몇 명이 되고.' (라고 했어요)."]

약속과 달리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국내에서도 가능한 다른 치료법을 권한 겁니다.

[김태현/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 : "(면역치료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치료할 수 있는 것하고 효과가 있는 건 다르거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억 원 넘게 내고 독일에 다녀왔지만, 서 씨의 아이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모 씨의 아버지 역시 같은 업체를 믿고 독일에 갔다가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급히 귀국한 뒤 일주일 만에 숨졌습니다.

[이○○/음성변조 : "그(독일) 병원에서도 얘기하더라고요. '이 환자는 독일에 올 필요가 없다. 도저히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왜 왔냐' 약간 이런 식으로…."]

5천만 원을 돌려주라는 법원의 조정 결정에도, 업체는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체는 독일 병원의 판단을 전달했을 뿐이며, 최종 결정은 환자 측이 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해외 환자 이송 서비스업체 대표/음성변조 :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본인들이) 결정했는데, 좋은 결과를 100%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의사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독일도 마찬가지죠. 치료에 대해서 결과가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해 말기 암 치료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가 현지에서 숨진 환자만 10명에 이릅니다.

돌아와 악화하거나 숨진 경우는 파악조차 되지 않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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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 암 치료 믿고 독일 갔더니…검증 안 된 치료에 ‘봉변’
    • 입력 2019-05-22 06:35:03
    • 수정2019-05-22 06:38:59
    뉴스광장 1부
[앵커]

국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일부 말기 암 환자들이 첨단 치료를 받기 위해 거액을 내고 독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시술을 받고 효과를 못 본 채 숨지거나, 문제가 생겨도 환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 모 씨는 2년 전 5살 딸의 말기 뇌종양 치료를 위해 한 중개업체를 찾았습니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중입자 치료를 독일에서 받게 해준다는 업체였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만 집중 파괴하는 첨단 방사선 요법입니다.

그러나 업체는 서 씨가 선금을 내자마자 말을 바꿨습니다.

[서○○/음성변조 : "'면역치료랑 PDT(광역학) 치료가 중입자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고, 14명 중에 13명이 거의 95% 이상이 살아 있고, 3년 이상 살아있는 사람은 그중 몇 명이 되고.' (라고 했어요)."]

약속과 달리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국내에서도 가능한 다른 치료법을 권한 겁니다.

[김태현/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 : "(면역치료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치료할 수 있는 것하고 효과가 있는 건 다르거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억 원 넘게 내고 독일에 다녀왔지만, 서 씨의 아이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모 씨의 아버지 역시 같은 업체를 믿고 독일에 갔다가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급히 귀국한 뒤 일주일 만에 숨졌습니다.

[이○○/음성변조 : "그(독일) 병원에서도 얘기하더라고요. '이 환자는 독일에 올 필요가 없다. 도저히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왜 왔냐' 약간 이런 식으로…."]

5천만 원을 돌려주라는 법원의 조정 결정에도, 업체는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체는 독일 병원의 판단을 전달했을 뿐이며, 최종 결정은 환자 측이 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해외 환자 이송 서비스업체 대표/음성변조 :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본인들이) 결정했는데, 좋은 결과를 100%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의사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독일도 마찬가지죠. 치료에 대해서 결과가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지난해 말기 암 치료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가 현지에서 숨진 환자만 10명에 이릅니다.

돌아와 악화하거나 숨진 경우는 파악조차 되지 않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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