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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봉준호 감독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영화 ‘기생충’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도
입력 2019.05.28 (15:20) 취재K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대체 어떤 영화길래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심지어 재미도 있다는 걸까요. '기생충'의 세계를 여행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3개의 코스를 잡아 안내해드립니다.


이 영화를 완벽하게 누리길 원하신다면 지금 인터넷 창을 닫고 극장으로 향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스포일러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결말까지 모두 알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많지만, '기생충'은 그 반대편 끝쪽 어딘가에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봉준호 감독이 '스포일러 금지 보도자료'를 배포한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겁니다. 예고편조차 보지 않으셨다면 더욱 좋습니다. 영화를 보는 일이 여행이라면, '기생충' 관람은 뜻밖의 놀라움으로 가득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안전한 길 안내를 원하신다면 이 글을 들여다보는 정도는 도움이 될 것으로 여깁니다.


⇒ 원인과 결과가 모호해진 현대사회

극 초반 기택(송강호)은 학벌을 위조해 과외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집니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에는 "계획"이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극중 기택의 가족이 돈벌이를 위해 도모하는 일들은 얼핏 용의주도한 듯 보입니다. 알고보면 갑자기 닥친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응한 결과입니다. 이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는 건 이들이 잘했거나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누구 하나 악하지 않은 이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의 연쇄작용이 이 영화의 전개 과정입니다. 현대사회의 특수성을 꿰뚫는 지점입니다. 농경시대엔 씨 뿌리고 땅 일궜을 때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후 근대에는 기계를 이루는 부속품 하나하나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때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2013년작 '설국열차'는 기차로 상징되는 근대적 인식체계를 모티프 삼은 것이기도 합니다. 열차의 지도층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며 꼬리칸 하층민들을 억압합니다. '설국열차'는 20세기 구조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그 속에서 함께 괴물이 되어간 자들의 성찰을 다룹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초고도화한 문명에서 세계의 작동방식은 다른 차원으로 나아갑니다. 내가 모르는 곳의 알 수 없는 힘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중입니다. 자본주의는 줄곧 고장신호를 내고 있고 디지털 세상은 초연결을 넘어 과잉연결로 혼돈을 겪고 있습니다(극중 이선균 배우가 연기한 부잣집 주인은 IT업체 대표입니다). 어떤 사태의 결과는 한두가지 원인만으로 파악할 수 없으며, 끝내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우리들이라고 말한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6년작 '바벨'은 그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기생충'이 탁월하게 시대를 읽고 있는 대목 역시 이 지점입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의 여정이 의외성으로 빠져드는 과정 자체가 이번 여행의 핵심코스가 될 것입니다. 영화 속 내용과 영화 밖 당신의 관람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뛰어난 예술은 이토록 힘이 셉니다.



'기생충'은 생각할 시간을 두고 계획 없이 떠나는 편이 좋은 여행지입니다. '빈부격차'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있지만 영화를 설명하기엔 한없이 부족한 표현입니다. 서울을 여행하는 어떤 외국인이 경복궁 한 번 보고 떠나버린다면 겉핥기한 셈이죠. 골목길로 들어가 천천히 걸을 때 서울의 삶이 보일 겁니다. '빈부격차'라는 영화의 랜드마크는 이 영화의 껍질에 가깝습니다. 껍질은 선입견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수박껍질도 수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요. 알맹이를 탄탄히 지켜주니까요. 다만 '기생충'을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탐스러운 과육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 재소환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말씀 못드리지만, 이 영화의 중심에는 약자들끼리의 투쟁이 있습니다. '괴물'은 약자들끼리 서로를 먹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며칠 동안 굶은 거야"라는 대사가 '괴물'에도 있고 '기생충'에도 있습니다. '설국열차'의 경우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는 이야기인 척하다 그 개념 자체를 깨부수는 결말로 나아가 충격을 줬지요. 봉감독의 문제의식은 이어져 확장됩니다. 통제되지 않는 21세기 자본주의는 토마스 홉스가 17세기에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다시 불러왔습니다. 약자들은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자들 간의 다툼이 이 영화의 요체 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겐 잘못이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환경, 이들의 처지와 조건이 강제한 것이라고, '기생충'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 처지가 영화 속에서 '냄새'로 상징됩니다.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몸과 옷가지에서 풍기는 냄새. 부자들에게서는 나지 않는 냄새가 영화 속 핵심 개념이니 이 대목을 눈여겨보세요.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부자와 가난한 자는 평소 냄새를 맡을 만한 거리에 있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부잣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 중요한 모티프"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전제하는 영화의 첫 장면, 반지하의 삶을 소개하는 앞부분을 특히 집중해보시면 감독의 뜻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커다란 화면과 최적의 사운드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을 찾으시길 권합니다. 세상에는 노트북으로 봐도 놓칠 게 없는 영화도 많습니다. '기생충'의 경우 화면이 작을수록, 모르는 사이에 떠나보낼 요소들이 많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 ENM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내부 시사회를 통해 여러차례 영화를 봤어요. 3번 봤을 때까지 결말부에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4번째 봤을 때 그간 놓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차 싶었죠. 제가 놓친 게 송강호 배우가 종반부에 짓는 어떤 표정이었는데요, 그걸 포착하고 나니까 결말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큰 스크린으로 보셔야 합니다." '기생충'은 여러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변화는 물론 작은 주름 하나가 말을 건네는 영화입니다. 극중 공간에서 나오는 음향은 각 위치마다 세밀한 차이를 두고 설계된 뒤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으로 녹음돼 있습니다. 엉성한 시스템으로는 제 위치에서 소리를 내주지 못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뜻을 제대로 누리려면 최적의 환경을 갖춘 상영관, 즉 큰 스크린과 함께 돌비 애트모스 또는 7.1채널 사운드를 갖춘 상영관을 찾으시길 권장합니다.


⇒ 얼굴이 복선이다, 동선이 코미디다

이 영화에서 배우의 얼굴은 암시 또는 복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나 스토리 전개만 따라가다간 설명되지 않는, 표정으로 전하는 뉘앙스가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영상예술만이 해낼 수 있는 어떤 경지입니다. 영화를 보시다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거나 카메라가 누군가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본다는 느낌을 받으신다면, 그 장면을 기억해두세요. 뒷부분에서 무릎을 치는 순간과 만날 것입니다. 겉에 보이는 이야기와는 다른 사연을 품은 이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은, 이래서 연기를 예술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해줍니다. '기생충'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고루 그렇습니다. 인물들이 극 종반 어떤 일을 겪은 뒤 얼굴을 전과 후로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에게서 어떻게 저리도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는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앙상블 무대', 즉 배우들이 한 화면 안에서 멍석 깔고 노는 동선 또한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목이 많습니다.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 자체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봉준호 감독이 익히 보여준 바지만, 이번엔 인물들의 화면 속 궤적이 코미디이기도 하고 때로 눈물이기도 한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집니다. 물론, 작은 화면일수록 놓치기 쉽습니다.

이상은 '기생충' 여행을 위한 3개의 코스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를 여행하는 경로는 수도 없이 많아서 어쩌면 관객 수만큼의 여행길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칸영화제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는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마련한 불안전하고 불편한 이번 여행을 부디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 영화 ‘기생충’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도
    • 입력 2019-05-28 15:20:46
    취재K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대체 어떤 영화길래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심지어 재미도 있다는 걸까요. '기생충'의 세계를 여행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3개의 코스를 잡아 안내해드립니다.


이 영화를 완벽하게 누리길 원하신다면 지금 인터넷 창을 닫고 극장으로 향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스포일러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결말까지 모두 알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많지만, '기생충'은 그 반대편 끝쪽 어딘가에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봉준호 감독이 '스포일러 금지 보도자료'를 배포한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겁니다. 예고편조차 보지 않으셨다면 더욱 좋습니다. 영화를 보는 일이 여행이라면, '기생충' 관람은 뜻밖의 놀라움으로 가득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안전한 길 안내를 원하신다면 이 글을 들여다보는 정도는 도움이 될 것으로 여깁니다.


⇒ 원인과 결과가 모호해진 현대사회

극 초반 기택(송강호)은 학벌을 위조해 과외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집니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에는 "계획"이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극중 기택의 가족이 돈벌이를 위해 도모하는 일들은 얼핏 용의주도한 듯 보입니다. 알고보면 갑자기 닥친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응한 결과입니다. 이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는 건 이들이 잘했거나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누구 하나 악하지 않은 이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의 연쇄작용이 이 영화의 전개 과정입니다. 현대사회의 특수성을 꿰뚫는 지점입니다. 농경시대엔 씨 뿌리고 땅 일궜을 때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후 근대에는 기계를 이루는 부속품 하나하나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때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2013년작 '설국열차'는 기차로 상징되는 근대적 인식체계를 모티프 삼은 것이기도 합니다. 열차의 지도층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며 꼬리칸 하층민들을 억압합니다. '설국열차'는 20세기 구조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그 속에서 함께 괴물이 되어간 자들의 성찰을 다룹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초고도화한 문명에서 세계의 작동방식은 다른 차원으로 나아갑니다. 내가 모르는 곳의 알 수 없는 힘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중입니다. 자본주의는 줄곧 고장신호를 내고 있고 디지털 세상은 초연결을 넘어 과잉연결로 혼돈을 겪고 있습니다(극중 이선균 배우가 연기한 부잣집 주인은 IT업체 대표입니다). 어떤 사태의 결과는 한두가지 원인만으로 파악할 수 없으며, 끝내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우리들이라고 말한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6년작 '바벨'은 그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기생충'이 탁월하게 시대를 읽고 있는 대목 역시 이 지점입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의 여정이 의외성으로 빠져드는 과정 자체가 이번 여행의 핵심코스가 될 것입니다. 영화 속 내용과 영화 밖 당신의 관람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뛰어난 예술은 이토록 힘이 셉니다.



'기생충'은 생각할 시간을 두고 계획 없이 떠나는 편이 좋은 여행지입니다. '빈부격차'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있지만 영화를 설명하기엔 한없이 부족한 표현입니다. 서울을 여행하는 어떤 외국인이 경복궁 한 번 보고 떠나버린다면 겉핥기한 셈이죠. 골목길로 들어가 천천히 걸을 때 서울의 삶이 보일 겁니다. '빈부격차'라는 영화의 랜드마크는 이 영화의 껍질에 가깝습니다. 껍질은 선입견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수박껍질도 수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요. 알맹이를 탄탄히 지켜주니까요. 다만 '기생충'을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탐스러운 과육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 재소환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말씀 못드리지만, 이 영화의 중심에는 약자들끼리의 투쟁이 있습니다. '괴물'은 약자들끼리 서로를 먹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며칠 동안 굶은 거야"라는 대사가 '괴물'에도 있고 '기생충'에도 있습니다. '설국열차'의 경우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는 이야기인 척하다 그 개념 자체를 깨부수는 결말로 나아가 충격을 줬지요. 봉감독의 문제의식은 이어져 확장됩니다. 통제되지 않는 21세기 자본주의는 토마스 홉스가 17세기에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다시 불러왔습니다. 약자들은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자들 간의 다툼이 이 영화의 요체 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겐 잘못이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환경, 이들의 처지와 조건이 강제한 것이라고, '기생충'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 처지가 영화 속에서 '냄새'로 상징됩니다.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몸과 옷가지에서 풍기는 냄새. 부자들에게서는 나지 않는 냄새가 영화 속 핵심 개념이니 이 대목을 눈여겨보세요.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부자와 가난한 자는 평소 냄새를 맡을 만한 거리에 있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부잣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 중요한 모티프"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전제하는 영화의 첫 장면, 반지하의 삶을 소개하는 앞부분을 특히 집중해보시면 감독의 뜻에 좀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커다란 화면과 최적의 사운드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을 찾으시길 권합니다. 세상에는 노트북으로 봐도 놓칠 게 없는 영화도 많습니다. '기생충'의 경우 화면이 작을수록, 모르는 사이에 떠나보낼 요소들이 많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 ENM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내부 시사회를 통해 여러차례 영화를 봤어요. 3번 봤을 때까지 결말부에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4번째 봤을 때 그간 놓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차 싶었죠. 제가 놓친 게 송강호 배우가 종반부에 짓는 어떤 표정이었는데요, 그걸 포착하고 나니까 결말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큰 스크린으로 보셔야 합니다." '기생충'은 여러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변화는 물론 작은 주름 하나가 말을 건네는 영화입니다. 극중 공간에서 나오는 음향은 각 위치마다 세밀한 차이를 두고 설계된 뒤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으로 녹음돼 있습니다. 엉성한 시스템으로는 제 위치에서 소리를 내주지 못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뜻을 제대로 누리려면 최적의 환경을 갖춘 상영관, 즉 큰 스크린과 함께 돌비 애트모스 또는 7.1채널 사운드를 갖춘 상영관을 찾으시길 권장합니다.


⇒ 얼굴이 복선이다, 동선이 코미디다

이 영화에서 배우의 얼굴은 암시 또는 복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나 스토리 전개만 따라가다간 설명되지 않는, 표정으로 전하는 뉘앙스가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영상예술만이 해낼 수 있는 어떤 경지입니다. 영화를 보시다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거나 카메라가 누군가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본다는 느낌을 받으신다면, 그 장면을 기억해두세요. 뒷부분에서 무릎을 치는 순간과 만날 것입니다. 겉에 보이는 이야기와는 다른 사연을 품은 이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은, 이래서 연기를 예술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해줍니다. '기생충'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고루 그렇습니다. 인물들이 극 종반 어떤 일을 겪은 뒤 얼굴을 전과 후로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에게서 어떻게 저리도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는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앙상블 무대', 즉 배우들이 한 화면 안에서 멍석 깔고 노는 동선 또한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목이 많습니다.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 자체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봉준호 감독이 익히 보여준 바지만, 이번엔 인물들의 화면 속 궤적이 코미디이기도 하고 때로 눈물이기도 한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집니다. 물론, 작은 화면일수록 놓치기 쉽습니다.

이상은 '기생충' 여행을 위한 3개의 코스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를 여행하는 경로는 수도 없이 많아서 어쩌면 관객 수만큼의 여행길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칸영화제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는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마련한 불안전하고 불편한 이번 여행을 부디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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