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하녀 신세”…승무원도 ‘집단 따돌림’ 심각

입력 2019.06.04 (08:49) 수정 2019.06.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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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 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외 항공사의 승무원 조직에도 이에 못지않은 괴롭힘과 갑질 문화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KBS의 취재 결과 선배 승무원들이 식사와 술자리 강요는 물론 심지어 자신의 진급 시험을 위해 외국어 번역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는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대해 오늘부터 연속 보도를 하고자 합니다.

박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밥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술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선배님 쇼핑할 때 따라 나가서 짐 들어 주고. 거의 비서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국내 항공사 승무원 A씨는 자신의 신세가 '비서', '하녀'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배들의 요구를 몇 번 거부했더니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갈 때마다 사무실에 불려가서 너는 애들이 다 너 싫어한다. 선배들도 너 싫어한다. 그걸 저한테 되게 각인을 시켰거든요."]

결국 A 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정신과를 가봐라 해서 갔는데, 가니까 공황장애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에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그때 그냥 생각한 게 '아 저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저희들끼리는 삼식이라고 하거든요. (선배들의) 삼시 세끼 다 챙겨줘야 한다고 해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하는 거예요. 저 신입 땐 픽업시간 되면 호텔에서 솔직히 모닝콜 해주거든요. 막내가 (전화를) 다 돌리는 거예요."]

심지어 자신의 진급을 위해 후배에게 번역일을 시키거나 벌을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어떤 선배가 본인의 진급 시험을 위해서 제 동기한테 그걸(외국어 책을) 다 번역하라고 시킨 거예요. 200페이지를... 또, 저를 한 시간 동안 신발장에 세워 놓고 일대일로 인신공격을 하셨고요."]

이같은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면 인사 고과나 업무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일쑵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자기가 마음에 드는 후배한테는 좋은 점수를 주고 마음에 안 드는 후배는 온갖 트집을 다 잡으면서 점수를 낮게 주고 그게 결국 인사평가에 반영이 돼서..."]

이러다보니 비행 전날은 불안과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B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비행 전날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비행 가기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건 정상은 아니잖아요."]

승무원 사회의 괴롭힘 문화는 오래된 관행, 하지만 관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회사 측도 묵인하고 있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입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그냥 선배님을 이기느니, 내가 회사를 신고하느니,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진짜 많은 분들이 그만두셨어요."]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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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서·하녀 신세”…승무원도 ‘집단 따돌림’ 심각
    • 입력 2019-06-04 08:54:02
    • 수정2019-06-04 08: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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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 이른바 '태움'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외 항공사의 승무원 조직에도 이에 못지않은 괴롭힘과 갑질 문화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KBS의 취재 결과 선배 승무원들이 식사와 술자리 강요는 물론 심지어 자신의 진급 시험을 위해 외국어 번역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는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대해 오늘부터 연속 보도를 하고자 합니다.

박진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밥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술 먹을 때 따라 나가고, 선배님 쇼핑할 때 따라 나가서 짐 들어 주고. 거의 비서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국내 항공사 승무원 A씨는 자신의 신세가 '비서', '하녀'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배들의 요구를 몇 번 거부했더니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갈 때마다 사무실에 불려가서 너는 애들이 다 너 싫어한다. 선배들도 너 싫어한다. 그걸 저한테 되게 각인을 시켰거든요."]

결국 A 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정신과를 가봐라 해서 갔는데, 가니까 공황장애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에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그때 그냥 생각한 게 '아 저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B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저희들끼리는 삼식이라고 하거든요. (선배들의) 삼시 세끼 다 챙겨줘야 한다고 해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하는 거예요. 저 신입 땐 픽업시간 되면 호텔에서 솔직히 모닝콜 해주거든요. 막내가 (전화를) 다 돌리는 거예요."]

심지어 자신의 진급을 위해 후배에게 번역일을 시키거나 벌을 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어떤 선배가 본인의 진급 시험을 위해서 제 동기한테 그걸(외국어 책을) 다 번역하라고 시킨 거예요. 200페이지를... 또, 저를 한 시간 동안 신발장에 세워 놓고 일대일로 인신공격을 하셨고요."]

이같은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면 인사 고과나 업무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일쑵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자기가 마음에 드는 후배한테는 좋은 점수를 주고 마음에 안 드는 후배는 온갖 트집을 다 잡으면서 점수를 낮게 주고 그게 결국 인사평가에 반영이 돼서..."]

이러다보니 비행 전날은 불안과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B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비행 전날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비행 가기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건 정상은 아니잖아요."]

승무원 사회의 괴롭힘 문화는 오래된 관행, 하지만 관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회사 측도 묵인하고 있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입니다.

[C 씨/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그냥 선배님을 이기느니, 내가 회사를 신고하느니,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진짜 많은 분들이 그만두셨어요."]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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