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양극화 다룬 ‘기생충’이 상영관 독과점하는 아이러니

입력 2019.06.05 (10:35) 수정 2019.06.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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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종려상 수상은 대단하지만, 한국 언론의 호들갑은 선을 넘었어
- 빈부격차는 세계영화계의 화두. 부자를 악당으로 그리지 않은 게 이 영화의 미덕
- “가난의 냄새” 언급하며 미묘한 차별 묘사.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핵심
- 15세 관람가하면 안될 영화. 영등위가 ‘봉준호 어드밴티지’준 듯.
- 절반 넘는 개봉관 차지, 배급사에서 “700만 만들어라” 지령 떨어졌다 들어. 목표 채우겠지.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수포일러>
■ 방송시간 : 6월 5일(수) 8:31~8:45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최광희 (영화평론가)



▷ 김경래 : 새로운 코너입니다. 새 코너 이름이 <수포일러>인데요. 이게 어차피 스포가 판 치는 세상, 세상이 스포인 영화들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무슨 뜻이에요, 이게? 어쨌든 <수포일러>, 스포일러를 수요일에 한다, 이런 것들 합친 제목인 것 같습니다. <수포일러>를 앞으로 함께해주실 영화평론가 최광희 평론가님,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 최광희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마음에 드십니까? <수포일러>는?

▶ 최광희 : 마음에 듭니다. 제목 아주 잘 지으셨네요.

▷ 김경래 : 아재시군요. 저는 원래 ‘부귀영화’를 좀 밀었었는데 부담 없이 귀로 듣는 영화 이야기, 역시 조금...

▶ 최광희 : 진부하네요.

▷ 김경래 : 진부하네요. 지금 얘기하니까 새삼 진부하네요. <수포일러>가 나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이기도 하고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이 얘기 빼면 요새는 할 얘기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생충’ 영화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광희 평론가님이 기생충 관련해서 화제가 많이 되셨어요.

▶ 최광희 : 화제...

▷ 김경래 : 논란이라고 해야 되나요, 논란?

▶ 최광희 : 욕을 좀 먹었죠.

▷ 김경래 : 아, 욕을 좀 드셨군요. 이게 일종의 그런 거죠. 그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이건 다른 KBS 프로그램 나와서 뭘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난리들이냐? 이런 취지였나요? 어떻습니까? 지금 해명을 해주신다면요?

▶ 최광희 : 대단한 거죠. 대단해서 난리는 치는 건 맞는데 언론의 호들갑이 좀 도를 지나친. 이 영화에 그런 제목이 나오는데 선을 넘죠.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면 우리 영화가 황금종려상 받은 거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고 그리고 대서특필할 만한 일인데 그게 도를 지나쳐서 맥락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런 보도들을 계속 언론들이 했거든요.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 처음으로 도입한 것처럼 그렇게 얘기를 또 하고 또 만장일치로 상을 탔다. 황금종려상 중에 만장일치 아닌 거 없어요.

▷ 김경래 : 그래요? 저 몰라서.

▶ 최광희 : 아니,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심사위원이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서 주기 때문에 1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황금종려상은 못 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맥락을 잘 모르고 만장일치 온갖 찬사들을 들이대니까 저는 좀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이게 칸영화제에 대한 평소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으면 이런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우리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았으니까 얼마나 기쁩니까라고 하는 그런 차원이라면 제가 이해가 되는데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기생충’이 상을 받으니까 와, 세계적인 권위의 칸영화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제가 KBS뉴스에 나와서 그렇게 권위 있는 영화제라면 작년에 황금종려상 수상작 정도는 아시겠네요라는 차원에서 물어본 거예요.

▷ 김경래 : 그거 아는 사람은 우리 국민의 1%도 안 될걸요, 아마?

▶ 최광희 : 그런데 뉴스 앵커는 알아야죠, 적어도.

▷ 김경래 : 저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압니다.

▶ 최광희 : 그런데 모르잖아요. 모른다고 말씀하시니까 “그것 보세요,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만 권위가 생기는 영화제죠.”라고 비꼬아서 말씀을 드렸던 거예요.

▷ 김경래 : 원래 농반 진반인데요. 원래 최광희 평론가께서는 좀 삐딱하시죠.

▶ 최광희 : 아니요. 저는 똑바로 서 있고 세상이 삐딱한 거죠.

▷ 김경래 : 그런가요? 어찌됐든 그런 부분이 문제라고 보셨군요. 사실 봉준호 감독도 내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표준근로계약 같은 경우 원래 자기가 한국에서 오랜만에 작업을 하니까 그런 게 지금 시스템이 되어 있더라, 그래서 되게 좋더라 이렇게 얘기한 거였거든요.

▶ 최광희 : 그렇죠. 그런데 언론의 관성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뭐든지 뭐가 하나 상을 타면 온갖 찬사를 다 거기다 쏟아부어야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맥락적으로 오해가 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오보죠.

▷ 김경래 : 그렇죠. 좀 과장된 보도.

▶ 최광희 : 그런 것을 아직까지도 소위 말하는 촛불혁명 이후에 방송 안에서, 방송국 내에서의 언론들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이 지점에서 적폐청산한다, 적폐청산한다, 말들 많았고 파업도 하고 이랬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적폐 있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그건 굉장히 오래된 관성이거든요.

▶ 최광희 : 그러니까 그건 정말 기자들이 엄청나게 반성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저희가 반성... 저도 좀 하고요. 영화 얘기로 들어가면 이번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정리하면요?

▶ 최광희 : 일단 영화의 만듦새가 대단히 훌륭하죠.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 소위 말하는 빈부격차 또는 양극화 이게 세계 영화계의 화두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작년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제,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도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일구는 어떤 대안가족을 사회의 시스템이 용인을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고요. 그다음에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게 201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데 그거는 복지 사각지대, 그러니까 영국 내에서 제대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 노인의 얘기를 보여주면서 허점을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 거거든요. 그런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 그런 것들을 사회가 보호하지 못한 사회 안전망의 미비, 이런 것들이 요즘 세계 영화계에서 많은 감독들이 천착하는 이슈고 또 그런 연장선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그런 주제 의식을 담아내는데 대중적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 김경래 :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영화가 던지는 화두, 주제 같은 것들이 사실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런 말이네요.

▶ 최광희 : 그렇죠. 이게 어느 나라 영화든 다 그 나라의 특수한 환경 안에서 만들어지거든요. 그걸 시대 구속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감독은 논평하는 거죠. 그런데 그 논평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로 인한 부작용, 양극화 이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다 공통된 고민거리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 김경래 : 그런데 저는 이건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평론가님 나오시면. 저도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줄거리라든가 이런 게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구나, 보면서 의외로 봉준호 감독 영화는 재미있잖아요, 사실.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편하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니구나. 그래서 이게 상을 받고 엄청난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흥행이 됐을까, 과연? 이런 생각이 언뜻 들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만약에 수상하지 않았다면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가 조금 낯설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칸영화제 후광 효과가 엄청나게 작용을 하고 있어서 어제 400만 명을 돌파했죠.

▷ 김경래 : 아, 400만 명 넘었나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 만한 영화였군요.

▶ 최광희 : 네, 그러니까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영화를 만들면 상을 못 타죠. 영화제에서는 항상 실험성,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새로운 시도를 했는가. 그런데 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양극화의 문제, 이런 것들을 블랙코미디적인 호흡으로 그려나가면서 이 영화가 처음에는 그렇게 블랙코미미디적으로 가볍게 시작하다가 점점점 무거워지거든요. 그런 호흡이 다양한 장르, 호러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장르의 요소들이 굉장히 차지게 믹스가 되어 있어요, 잘 합쳐져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기존에 봤던 어떤 한 장르의 영화들을 소비하던 패턴의 관성에서 본다면 영화가 조금 복잡하거나 이상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소지가 있는데 오히려 저는 그 지점이 더 큰 점수를 받은 요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양극화라든가 쉽게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 영화에서 한두 번 다루는 게 아니라 계속 나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깊이라고 할까요? 어떤 부분이에요?

▶ 최광희 : 여기서 이선균, 조여정 씨가 부자죠. 송강호 씨 가족이 그 집에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 기생하다가 결국은 자기들의 정체가 탄로나는 위기를 맞이하면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그런데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의 미덕은 부자들을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주 나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화 속에 보면 송강호 씨 가족이 그런 대화를 나눕니다. “사람들이 참 착한 것 같아. 너무 잘 속아.”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돈이 많으면 사람들이 착해지는 거야.”

▷ 김경래 : 그런 얘기 실제로 많이 해요, 사람들이.

▶ 최광희 :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는데 뭐냐 하면 일종의 노예 효과죠. 그러니까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을 선량하게 바라보는. 그런데 사실은 또 영화의 태도도 이 이선균, 조여정 씨 부부를 굉장히 악당처럼 소위 말하는 요즘 흔히 말하는 갑질 대마왕으로 그렸다면 그런 식으로 그렸다면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선과 악의 어떤 이분법으로 송강호 씨 가족은 선 그다음에 조여정 씨, 이선균 씨 가족은 악 이런 식으로 딱 잘라서 보여줬다면 도대체 저 웃지 못할 상황들이 왜 벌어지는가에 대한 이면의 사회 구조에 대해서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거죠. 그냥 편리하게 악당을 물리치면 되는 거니까.

▷ 김경래 : 그렇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대한항공 집에 운전기사로 일하는 사람의 얘기였다면 너무 선명하잖아요. 맨날 욕먹고 두드려 맞고 이러다가 뭔가 사건이 벌어지고 이건 되게 단순한 얘기인데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영화는.

▶ 최광희 : 그런데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그 차이 그리고 그들을 갈라놓는 일종의 라인, 선, 그래서 사실은 이선균 씨가 선을 넘지 않아서 좋아라는 말을 하잖아요.

▷ 김경래 : 이 사람들은, 이 가난한 사람들은.

▶ 최광희 : 아슬아슬하게 선을 안 넘는다고. 그러니까 딱 자신들의 처지 안에 머물러 있어야 이 부자들은 편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선을 넘지 않는다고 하는 차원에서 미묘한 대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양극화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해서 보여주는 거고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의미심장한 대사가 “냄새가 나, 냄새.” 그게 영화 속에서 이선균 씨가 “다 좋은데 냄새가 좀 나는 것 같다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또 그 꼬마애가 “어? 우리 과외 선생님한테도 똑같은 냄새가 나는데 저 아저씨한테도 냄새가 나네?”

▷ 김경래 : 아, 이건 ‘수포일러’ 아닙니까?

▶ 최광희 : 코너가 <수포일러>니까요. 그런데 이거는 사실 영화의 주제의식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니까 이 대목을 제가 설명을 드리고 싶어요. 결국은 그래서 그런 거죠. “우리가 세제를 똑같은 걸 써서 냄새가 난다는 것, 똑같은 냄새가 난다, 그런 건가?”라고 합니다. 걸릴까봐 자기들이 서로 가족관계라는 게 들통이 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그 딸이 그러잖아요, 딸이 “이거 반지하 냄새야.”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가난의 냄새라는 거죠.

▷ 김경래 : 가슴 아픈 얘기예요.

▶ 최광희 : 그러니까 그 가난의 냄새, 사람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지금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게 가시적으로 차별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아주 작은 것, 그냥 가난한 애들한테 나는 냄새, 부자들한테 나는 냄새 이런 디테일한 것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라든가 양극화 문제를 보여주는 거고 조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건 두루뭉술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 김경래 : 귀를 막으실 분은 귀를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 최광희 : 이건 두루뭉술하게 말씀드릴게요. 결국은 뭐냐 하면 이선균, 조여정 씨 부부와 이들, 송강호 씨 가족의 갈등이 아니라 이 영화의 핵심 갈등은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에요.

▷ 김경래 : 오히려.

▶ 최광희 : 그래서 결국은 저 주인을 서로 모셔야겠다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싸우고 있는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굉장히 탁월한 아이러니죠.

▷ 김경래 : 그게 진짜 현실일 수도 있어요, 그렇죠?

▶ 최광희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아까 냄새 말씀하셨는데 반지하 냄새, 그 대사가 나올 때 저도 저한테 냄새를 맡아봤습니다. 아마 관객들 중에 상당수가 냄새를 한번 “나도 나나?” 맡아보지 않았을까라는 씁쓸한 생각도 드는데 영화 얘기하다 보면 아마 날샐 것 같고요. 한 가지 영화 외적인 얘기 한말씀 여쭤보면... 아, 이것도 영화 얘기이긴 하네요. 청취자 중에 아날로그보이님이 난해함은 둘째 치고 선정성이 있고 좀 잔인하기도 하죠, 사실 영화가 상대적으로 보면. 15세 관람가라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좀 논란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최광희 : 15세 관람가로 하면 안 될 영화였죠.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CJ니까 이렇게 되는 건가요?

▶ 최광희 : 봉준호 효과죠, 봉준호 효과. 봉준호 감독이니까 그냥 어느 정도 어드밴티지를 준 것 같아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이건 자기들끼리 혼자 이를 테면 고등학생들이 친구들끼리 보는 것은 문제가 안 될 소지가 있지만 이를 테면 부모님이 고등학교 자녀를 데리고 가서 같이 본다면 약간 민망한 그런 장면이 있죠.

▷ 김경래 : 그렇죠. 또 한 가지 이것도 영화 외적인 얘기인데 이런 대형 영화가 나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항상 발생하잖아요. 이번에도 좀 비슷한가요?

▶ 최광희 : 아주 심하지는 않은데요.

▷ 김경래 : 어벤져스같이 심하지는 않아요?

▶ 최광희 : 예, 어벤져스 때 워낙 뭇매를 맞았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지금 상당히 민감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배급사가 약간 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700개 정도 스크린을 잡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상당히 많은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 수가 3천여 개 정도 되니까 절반 조금 넘는 그런 스크린을 가지고 갔죠.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아주 엄밀히 따지면 스크린 독과점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30% 이상을 점유를 하면 다른 영화한테 피해가 가거든요. 그런데 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양극화에 대한 얘기잖아요. 그런데 흥행 양극화를 부추기는 스크린 독과점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거죠.

▷ 김경래 : 이게 또 현실의 아이러니네요.

▶ 최광희 : 그런데 이건 사실 봉준호 감독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배급사가 거기서 아마 목표 제가 언뜻 듣기로는 700만 만들어라, 이런 지령이 떨어졌다 그래요. 그러면 무조건 만들겠죠.

▷ 김경래 : 지금 말씀드리는 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가서 보시라, 이런 말씀이 아니라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런 말씀을 저희가 드리는 겁니다. 수요일에 영화로 보는 세상, <수포일러> 첫 방송이었습니다. 괜찮았습니까? 오늘?

▶ 최광희 : 예, 괜찮습니다. 제가 출연하는 방송이니까 언제나 괜찮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광희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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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양극화 다룬 ‘기생충’이 상영관 독과점하는 아이러니
    • 입력 2019-06-05 10:35:31
    • 수정2019-06-05 10:36:59
    최강시사
- 황금종려상 수상은 대단하지만, 한국 언론의 호들갑은 선을 넘었어 - 빈부격차는 세계영화계의 화두. 부자를 악당으로 그리지 않은 게 이 영화의 미덕 - “가난의 냄새” 언급하며 미묘한 차별 묘사.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핵심 - 15세 관람가하면 안될 영화. 영등위가 ‘봉준호 어드밴티지’준 듯. - 절반 넘는 개봉관 차지, 배급사에서 “700만 만들어라” 지령 떨어졌다 들어. 목표 채우겠지.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수포일러> ■ 방송시간 : 6월 5일(수) 8:31~8:45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최광희 (영화평론가)
▷ 김경래 : 새로운 코너입니다. 새 코너 이름이 <수포일러>인데요. 이게 어차피 스포가 판 치는 세상, 세상이 스포인 영화들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무슨 뜻이에요, 이게? 어쨌든 <수포일러>, 스포일러를 수요일에 한다, 이런 것들 합친 제목인 것 같습니다. <수포일러>를 앞으로 함께해주실 영화평론가 최광희 평론가님,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 최광희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마음에 드십니까? <수포일러>는? ▶ 최광희 : 마음에 듭니다. 제목 아주 잘 지으셨네요. ▷ 김경래 : 아재시군요. 저는 원래 ‘부귀영화’를 좀 밀었었는데 부담 없이 귀로 듣는 영화 이야기, 역시 조금... ▶ 최광희 : 진부하네요. ▷ 김경래 : 진부하네요. 지금 얘기하니까 새삼 진부하네요. <수포일러>가 나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이기도 하고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계에서는 이 얘기 빼면 요새는 할 얘기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생충’ 영화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광희 평론가님이 기생충 관련해서 화제가 많이 되셨어요. ▶ 최광희 : 화제... ▷ 김경래 : 논란이라고 해야 되나요, 논란? ▶ 최광희 : 욕을 좀 먹었죠. ▷ 김경래 : 아, 욕을 좀 드셨군요. 이게 일종의 그런 거죠. 그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이건 다른 KBS 프로그램 나와서 뭘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난리들이냐? 이런 취지였나요? 어떻습니까? 지금 해명을 해주신다면요? ▶ 최광희 : 대단한 거죠. 대단해서 난리는 치는 건 맞는데 언론의 호들갑이 좀 도를 지나친. 이 영화에 그런 제목이 나오는데 선을 넘죠.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면 우리 영화가 황금종려상 받은 거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고 그리고 대서특필할 만한 일인데 그게 도를 지나쳐서 맥락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런 보도들을 계속 언론들이 했거든요.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 처음으로 도입한 것처럼 그렇게 얘기를 또 하고 또 만장일치로 상을 탔다. 황금종려상 중에 만장일치 아닌 거 없어요. ▷ 김경래 : 그래요? 저 몰라서. ▶ 최광희 : 아니,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심사위원이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서 주기 때문에 1명이라도 반대를 하면 황금종려상은 못 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맥락을 잘 모르고 만장일치 온갖 찬사들을 들이대니까 저는 좀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이게 칸영화제에 대한 평소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으면 이런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우리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았으니까 얼마나 기쁩니까라고 하는 그런 차원이라면 제가 이해가 되는데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기생충’이 상을 받으니까 와, 세계적인 권위의 칸영화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제가 KBS뉴스에 나와서 그렇게 권위 있는 영화제라면 작년에 황금종려상 수상작 정도는 아시겠네요라는 차원에서 물어본 거예요. ▷ 김경래 : 그거 아는 사람은 우리 국민의 1%도 안 될걸요, 아마? ▶ 최광희 : 그런데 뉴스 앵커는 알아야죠, 적어도. ▷ 김경래 : 저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압니다. ▶ 최광희 : 그런데 모르잖아요. 모른다고 말씀하시니까 “그것 보세요, 우리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만 권위가 생기는 영화제죠.”라고 비꼬아서 말씀을 드렸던 거예요. ▷ 김경래 : 원래 농반 진반인데요. 원래 최광희 평론가께서는 좀 삐딱하시죠. ▶ 최광희 : 아니요. 저는 똑바로 서 있고 세상이 삐딱한 거죠. ▷ 김경래 : 그런가요? 어찌됐든 그런 부분이 문제라고 보셨군요. 사실 봉준호 감독도 내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표준근로계약 같은 경우 원래 자기가 한국에서 오랜만에 작업을 하니까 그런 게 지금 시스템이 되어 있더라, 그래서 되게 좋더라 이렇게 얘기한 거였거든요. ▶ 최광희 : 그렇죠. 그런데 언론의 관성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뭐든지 뭐가 하나 상을 타면 온갖 찬사를 다 거기다 쏟아부어야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맥락적으로 오해가 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오보죠. ▷ 김경래 : 그렇죠. 좀 과장된 보도. ▶ 최광희 : 그런 것을 아직까지도 소위 말하는 촛불혁명 이후에 방송 안에서, 방송국 내에서의 언론들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이 지점에서 적폐청산한다, 적폐청산한다, 말들 많았고 파업도 하고 이랬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적폐 있는 것 같아요. ▷ 김경래 : 그건 굉장히 오래된 관성이거든요. ▶ 최광희 : 그러니까 그건 정말 기자들이 엄청나게 반성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저희가 반성... 저도 좀 하고요. 영화 얘기로 들어가면 이번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정리하면요? ▶ 최광희 : 일단 영화의 만듦새가 대단히 훌륭하죠.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 소위 말하는 빈부격차 또는 양극화 이게 세계 영화계의 화두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작년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제,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도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일구는 어떤 대안가족을 사회의 시스템이 용인을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고요. 그다음에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게 201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데 그거는 복지 사각지대, 그러니까 영국 내에서 제대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 노인의 얘기를 보여주면서 허점을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 거거든요. 그런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 그런 것들을 사회가 보호하지 못한 사회 안전망의 미비, 이런 것들이 요즘 세계 영화계에서 많은 감독들이 천착하는 이슈고 또 그런 연장선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그런 주제 의식을 담아내는데 대중적 호흡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 김경래 :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영화가 던지는 화두, 주제 같은 것들이 사실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런 말이네요. ▶ 최광희 : 그렇죠. 이게 어느 나라 영화든 다 그 나라의 특수한 환경 안에서 만들어지거든요. 그걸 시대 구속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감독은 논평하는 거죠. 그런데 그 논평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로 인한 부작용, 양극화 이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다 공통된 고민거리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겠죠. ▷ 김경래 : 그런데 저는 이건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평론가님 나오시면. 저도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줄거리라든가 이런 게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구나, 보면서 의외로 봉준호 감독 영화는 재미있잖아요, 사실.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편하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니구나. 그래서 이게 상을 받고 엄청난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흥행이 됐을까, 과연? 이런 생각이 언뜻 들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만약에 수상하지 않았다면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가 조금 낯설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칸영화제 후광 효과가 엄청나게 작용을 하고 있어서 어제 400만 명을 돌파했죠. ▷ 김경래 : 아, 400만 명 넘었나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 만한 영화였군요. ▶ 최광희 : 네, 그러니까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영화를 만들면 상을 못 타죠. 영화제에서는 항상 실험성,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새로운 시도를 했는가. 그런데 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양극화의 문제, 이런 것들을 블랙코미디적인 호흡으로 그려나가면서 이 영화가 처음에는 그렇게 블랙코미미디적으로 가볍게 시작하다가 점점점 무거워지거든요. 그런 호흡이 다양한 장르, 호러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장르의 요소들이 굉장히 차지게 믹스가 되어 있어요, 잘 합쳐져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기존에 봤던 어떤 한 장르의 영화들을 소비하던 패턴의 관성에서 본다면 영화가 조금 복잡하거나 이상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소지가 있는데 오히려 저는 그 지점이 더 큰 점수를 받은 요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양극화라든가 쉽게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 영화에서 한두 번 다루는 게 아니라 계속 나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깊이라고 할까요? 어떤 부분이에요? ▶ 최광희 : 여기서 이선균, 조여정 씨가 부자죠. 송강호 씨 가족이 그 집에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 기생하다가 결국은 자기들의 정체가 탄로나는 위기를 맞이하면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그런데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의 미덕은 부자들을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주 나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화 속에 보면 송강호 씨 가족이 그런 대화를 나눕니다. “사람들이 참 착한 것 같아. 너무 잘 속아.”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돈이 많으면 사람들이 착해지는 거야.” ▷ 김경래 : 그런 얘기 실제로 많이 해요, 사람들이. ▶ 최광희 :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는데 뭐냐 하면 일종의 노예 효과죠. 그러니까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을 선량하게 바라보는. 그런데 사실은 또 영화의 태도도 이 이선균, 조여정 씨 부부를 굉장히 악당처럼 소위 말하는 요즘 흔히 말하는 갑질 대마왕으로 그렸다면 그런 식으로 그렸다면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선과 악의 어떤 이분법으로 송강호 씨 가족은 선 그다음에 조여정 씨, 이선균 씨 가족은 악 이런 식으로 딱 잘라서 보여줬다면 도대체 저 웃지 못할 상황들이 왜 벌어지는가에 대한 이면의 사회 구조에 대해서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거죠. 그냥 편리하게 악당을 물리치면 되는 거니까. ▷ 김경래 : 그렇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대한항공 집에 운전기사로 일하는 사람의 얘기였다면 너무 선명하잖아요. 맨날 욕먹고 두드려 맞고 이러다가 뭔가 사건이 벌어지고 이건 되게 단순한 얘기인데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영화는. ▶ 최광희 : 그런데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그 차이 그리고 그들을 갈라놓는 일종의 라인, 선, 그래서 사실은 이선균 씨가 선을 넘지 않아서 좋아라는 말을 하잖아요. ▷ 김경래 : 이 사람들은, 이 가난한 사람들은. ▶ 최광희 : 아슬아슬하게 선을 안 넘는다고. 그러니까 딱 자신들의 처지 안에 머물러 있어야 이 부자들은 편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선을 넘지 않는다고 하는 차원에서 미묘한 대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양극화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해서 보여주는 거고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의미심장한 대사가 “냄새가 나, 냄새.” 그게 영화 속에서 이선균 씨가 “다 좋은데 냄새가 좀 나는 것 같다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또 그 꼬마애가 “어? 우리 과외 선생님한테도 똑같은 냄새가 나는데 저 아저씨한테도 냄새가 나네?” ▷ 김경래 : 아, 이건 ‘수포일러’ 아닙니까? ▶ 최광희 : 코너가 <수포일러>니까요. 그런데 이거는 사실 영화의 주제의식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니까 이 대목을 제가 설명을 드리고 싶어요. 결국은 그래서 그런 거죠. “우리가 세제를 똑같은 걸 써서 냄새가 난다는 것, 똑같은 냄새가 난다, 그런 건가?”라고 합니다. 걸릴까봐 자기들이 서로 가족관계라는 게 들통이 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그 딸이 그러잖아요, 딸이 “이거 반지하 냄새야.”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가난의 냄새라는 거죠. ▷ 김경래 : 가슴 아픈 얘기예요. ▶ 최광희 : 그러니까 그 가난의 냄새, 사람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지금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게 가시적으로 차별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아주 작은 것, 그냥 가난한 애들한테 나는 냄새, 부자들한테 나는 냄새 이런 디테일한 것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라든가 양극화 문제를 보여주는 거고 조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건 두루뭉술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 김경래 : 귀를 막으실 분은 귀를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 최광희 : 이건 두루뭉술하게 말씀드릴게요. 결국은 뭐냐 하면 이선균, 조여정 씨 부부와 이들, 송강호 씨 가족의 갈등이 아니라 이 영화의 핵심 갈등은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에요. ▷ 김경래 : 오히려. ▶ 최광희 : 그래서 결국은 저 주인을 서로 모셔야겠다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싸우고 있는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굉장히 탁월한 아이러니죠. ▷ 김경래 : 그게 진짜 현실일 수도 있어요, 그렇죠? ▶ 최광희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아까 냄새 말씀하셨는데 반지하 냄새, 그 대사가 나올 때 저도 저한테 냄새를 맡아봤습니다. 아마 관객들 중에 상당수가 냄새를 한번 “나도 나나?” 맡아보지 않았을까라는 씁쓸한 생각도 드는데 영화 얘기하다 보면 아마 날샐 것 같고요. 한 가지 영화 외적인 얘기 한말씀 여쭤보면... 아, 이것도 영화 얘기이긴 하네요. 청취자 중에 아날로그보이님이 난해함은 둘째 치고 선정성이 있고 좀 잔인하기도 하죠, 사실 영화가 상대적으로 보면. 15세 관람가라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좀 논란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최광희 : 15세 관람가로 하면 안 될 영화였죠. ▷ 김경래 : 그런데 이게 CJ니까 이렇게 되는 건가요? ▶ 최광희 : 봉준호 효과죠, 봉준호 효과. 봉준호 감독이니까 그냥 어느 정도 어드밴티지를 준 것 같아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이건 자기들끼리 혼자 이를 테면 고등학생들이 친구들끼리 보는 것은 문제가 안 될 소지가 있지만 이를 테면 부모님이 고등학교 자녀를 데리고 가서 같이 본다면 약간 민망한 그런 장면이 있죠. ▷ 김경래 : 그렇죠. 또 한 가지 이것도 영화 외적인 얘기인데 이런 대형 영화가 나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항상 발생하잖아요. 이번에도 좀 비슷한가요? ▶ 최광희 : 아주 심하지는 않은데요. ▷ 김경래 : 어벤져스같이 심하지는 않아요? ▶ 최광희 : 예, 어벤져스 때 워낙 뭇매를 맞았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 지금 상당히 민감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배급사가 약간 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700개 정도 스크린을 잡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상당히 많은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 수가 3천여 개 정도 되니까 절반 조금 넘는 그런 스크린을 가지고 갔죠.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아주 엄밀히 따지면 스크린 독과점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30% 이상을 점유를 하면 다른 영화한테 피해가 가거든요. 그런데 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양극화에 대한 얘기잖아요. 그런데 흥행 양극화를 부추기는 스크린 독과점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거죠. ▷ 김경래 : 이게 또 현실의 아이러니네요. ▶ 최광희 : 그런데 이건 사실 봉준호 감독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배급사가 거기서 아마 목표 제가 언뜻 듣기로는 700만 만들어라, 이런 지령이 떨어졌다 그래요. 그러면 무조건 만들겠죠. ▷ 김경래 : 지금 말씀드리는 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가서 보시라, 이런 말씀이 아니라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런 말씀을 저희가 드리는 겁니다. 수요일에 영화로 보는 세상, <수포일러> 첫 방송이었습니다. 괜찮았습니까? 오늘? ▶ 최광희 : 예, 괜찮습니다. 제가 출연하는 방송이니까 언제나 괜찮죠.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광희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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