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갭투자’ 다주택자 잠적…수백 세대 ‘발 동동’

입력 2019.06.28 (08:30) 수정 2019.06.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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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갭투자'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건데, 집값이 유지되거나 오르면 상관없지만, 떨어지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자, 서울 일대에 빌라 수백 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습니다.

드러난 피해자들만 수백 명인데, 아직 피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들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과 신축빌라들이 많이 들어선 골목인데요.

몇 달 전부터 이 골목에 집주인 강 모 씨의 세입자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여기저기 붙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요?

[주민/음성변조 : "집 근처 전봇대에 몇 군데 붙어있던 거 봤어요. 소문 들었는데 부동산 사기당한... 한꺼번에 많이 사기당했다고."]

전단을 붙인 사람은 강 씨에게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강 씨의 세입자들만 현재 100가구가 넘습니다.

이사온 시기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바로 집주인이 강 씨라는 겁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 채팅방에 그때는 아마 20명 정도였어요. 초반에."]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올해 초였습니다.

강 씨와 도통 연락이 닿지가 않았다는데요.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 착신 금지였어요. 전화 일체 통화 안 되고요. 저 같은 경우는 3월부터 집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사 가려고 아파트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휴대전화는 착신금지에서 결번이 됐고 계약서에 쓰인 주소는 빈집이었습니다.

전세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마저 폐업한 상황.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은 까맣게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대부분 다 첫 집인 거죠. 첫 전세로 들어와서 살고 있는 거고 좀 살다가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터진 거죠."]

급기야 집주인 강 씨 측은 대리인을 내세워 이렇게 나왔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사정이 안 되니 집의 명의를 사가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임대 대리인이 그러더래요. 매매를 빨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니면 더 큰일이 발생된다고…."]

그런데 문제는 이 일대에 이런 피해자가 강 씨 세입자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혼부부인 A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집주인 이 모 씨와 전셋집을 계약했습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우리 집은 2억 5백만 원이고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진짜 대출도 해야 되고 있는돈 다 모아서…."]

그런데 올해 1월부터 하자 보수 문제로 이 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집주인한테 한 번 가보자 집 주소가 있기 때문에 가봤는데 우편함에 메모지 2개가 있었는데 한 개는 '계약 만기된 상태인데 연락이 안 돼서 연락 부탁드립니다', 또 한 개는 저희랑 똑같이 '고장 나서 연락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이 씨가 살던 집엔 이미 다녀간 또 다른 세입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신축빌라입니다. 이 건물의 절반 넘는 집이 이 씨 소유로 알려졌는데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자기가 되게 어렵게 생활해 왔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이 집에 사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고 얘기를 하셨고 그래서 이 집에 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전세금도 올리지 않을 테니 오래오래 살라던 집주인 이 씨.

하지만, 올해 초부터 잠적했습니다.

이 씨와 계약한 세입자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대부분 계약 기간을 보니까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가장 많이 집을 늘렸더라고요. 50채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500채가 넘는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서구 양천구부터 시작해서 구로구 금천구, 부천, 의정부, 인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니까요. 어디까지 얼마나 있는지 저희도 정확하게는…."]

대다수 세입자들은 현재 전세 만료일자가 될 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형사 쪽으로도 지금 계약서 상에 문제도 없었고 이중계약도 아니고 하니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이분이 해외에 계신지 국내 어디 계신지 이것조차 모르고 있으니 저희는 이제 12월에 피해 당할 날만 기다리는 거죠."]

신혼부부와 예비부부가 많은 피해자들은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게 됐다며 막막함을 토로합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고 이 집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희는 임신 계획을 조금 미뤘어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내년에 이사하면서 결혼식이랑 같이 올릴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거 때문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게 돼서."]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잠도 안 오고 저 진짜 눈뜨면 새벽 2,3시거든요. 진짜 힘들게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했는데 나갈 때 돈을 못 받으면 어떨까 진짜 막막하고 말할 수 없어요."]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보통 감정에서. 그러면 그 (전세 보증금) 금액을 못 받을 가능성도 생기지만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니냐. 현재 세입자가 자기 돈을 더 보태서 그 집을 매입하는 방안도 있고요. 손해는 감수해야 될 거예요."]

강 씨와 이 씨 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던 걸까요?

대부분의 전세 계약 만기는 올해 말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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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8 08:41:52
    • 수정2019-06-28 09: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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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갭투자'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건데, 집값이 유지되거나 오르면 상관없지만, 떨어지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자, 서울 일대에 빌라 수백 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습니다.

드러난 피해자들만 수백 명인데, 아직 피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들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과 신축빌라들이 많이 들어선 골목인데요.

몇 달 전부터 이 골목에 집주인 강 모 씨의 세입자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여기저기 붙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요?

[주민/음성변조 : "집 근처 전봇대에 몇 군데 붙어있던 거 봤어요. 소문 들었는데 부동산 사기당한... 한꺼번에 많이 사기당했다고."]

전단을 붙인 사람은 강 씨에게 전세 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강 씨의 세입자들만 현재 100가구가 넘습니다.

이사온 시기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 바로 집주인이 강 씨라는 겁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피해자 채팅방에 그때는 아마 20명 정도였어요. 초반에."]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올해 초였습니다.

강 씨와 도통 연락이 닿지가 않았다는데요.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 착신 금지였어요. 전화 일체 통화 안 되고요. 저 같은 경우는 3월부터 집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사 가려고 아파트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휴대전화는 착신금지에서 결번이 됐고 계약서에 쓰인 주소는 빈집이었습니다.

전세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마저 폐업한 상황.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은 까맣게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대부분 다 첫 집인 거죠. 첫 전세로 들어와서 살고 있는 거고 좀 살다가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터진 거죠."]

급기야 집주인 강 씨 측은 대리인을 내세워 이렇게 나왔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사정이 안 되니 집의 명의를 사가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자/음성변조 : "임대 대리인이 그러더래요. 매매를 빨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니면 더 큰일이 발생된다고…."]

그런데 문제는 이 일대에 이런 피해자가 강 씨 세입자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혼부부인 A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집주인 이 모 씨와 전셋집을 계약했습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우리 집은 2억 5백만 원이고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진짜 대출도 해야 되고 있는돈 다 모아서…."]

그런데 올해 1월부터 하자 보수 문제로 이 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집주인한테 한 번 가보자 집 주소가 있기 때문에 가봤는데 우편함에 메모지 2개가 있었는데 한 개는 '계약 만기된 상태인데 연락이 안 돼서 연락 부탁드립니다', 또 한 개는 저희랑 똑같이 '고장 나서 연락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이 씨가 살던 집엔 이미 다녀간 또 다른 세입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신축빌라입니다. 이 건물의 절반 넘는 집이 이 씨 소유로 알려졌는데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자기가 되게 어렵게 생활해 왔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이 집에 사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고 얘기를 하셨고 그래서 이 집에 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전세금도 올리지 않을 테니 오래오래 살라던 집주인 이 씨.

하지만, 올해 초부터 잠적했습니다.

이 씨와 계약한 세입자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대부분 계약 기간을 보니까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가장 많이 집을 늘렸더라고요. 50채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500채가 넘는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서구 양천구부터 시작해서 구로구 금천구, 부천, 의정부, 인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니까요. 어디까지 얼마나 있는지 저희도 정확하게는…."]

대다수 세입자들은 현재 전세 만료일자가 될 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형사 쪽으로도 지금 계약서 상에 문제도 없었고 이중계약도 아니고 하니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이분이 해외에 계신지 국내 어디 계신지 이것조차 모르고 있으니 저희는 이제 12월에 피해 당할 날만 기다리는 거죠."]

신혼부부와 예비부부가 많은 피해자들은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게 됐다며 막막함을 토로합니다.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고 이 집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희는 임신 계획을 조금 미뤘어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내년에 이사하면서 결혼식이랑 같이 올릴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거 때문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게 돼서."]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잠도 안 오고 저 진짜 눈뜨면 새벽 2,3시거든요. 진짜 힘들게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했는데 나갈 때 돈을 못 받으면 어떨까 진짜 막막하고 말할 수 없어요."]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집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보통 감정에서. 그러면 그 (전세 보증금) 금액을 못 받을 가능성도 생기지만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니냐. 현재 세입자가 자기 돈을 더 보태서 그 집을 매입하는 방안도 있고요. 손해는 감수해야 될 거예요."]

강 씨와 이 씨 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던 걸까요?

대부분의 전세 계약 만기는 올해 말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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