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고기 축제 ‘논란’…식문화 vs 동물 학대

입력 2019.06.29 (22:16) 수정 2019.06.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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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도 복날이면 반복되는 개고기 논쟁이 중국에서는 아주 뜨겁게 진행 중입니다.

중국 남부 광시의 한 마을에서는 매년 하짓날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데요,

중국은 물론, 전 세계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존중받아야 할 전통문화인가?

동물 학대인가?

강민수 특파원이 논란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위린시에서 해마다 열리는 개고기 축젯날입니다.

절기상 하짓날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습니다.

우리와 달리 주로 양념을 해서 졸여 먹는 방식, 이곳에서는 훙샤오로라고 불립니다.

[첸펑주안/개고기 식당 사장 : "위린의 바삭바삭한 개고기는 전통 방식입니다. 홍샤오로 방식으로, 많은 약재를 배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곳의 조리 방식이 워낙 유명해 중국 남부 전역에서 배달 주문이 폭주합니다.

[개고기 식당 종업원 : "광둥성, 션쩐, 중샨 다 배달합니다. 후난, 장가계에서도 주문이 와요. 거의 20박스인데 막 다 나갔어요."]

섭씨 35도의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깁니다.

[리사오핑/손님 : "엄청나게 맛있네요. 제가 친구들을 데리고 왔는데요, 이곳 개고기는 아주 고소하고 맛있어요. 제 아들도 잘 먹어요."]

상 한가득 열대과일 리치가 쌓여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막걸리처럼 보이는 것은 리치로 빚은 술입니다.

위린시 개고기 문화 특징은 바로 이 열대과일 리치입니다.

리치와 함께 개고기를 먹으면 양기가 보충된다고 이곳 시민들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짓날 하루 동안 위린시에서만 이렇게 수만 마리의 개가 소비됩니다.

하지만 개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들에겐 참혹한 동물 학살의 현장일 뿐입니다.

[개고기 반대론자 : "왜 우리 중국을 이런 식으로 욕보이느냐? 왜 중국의 체면에 먹칠하느냐?"]

전 세계 개고기 반대론자, 동물애호가들도 하짓날 위린시로 모여듭니다.

도축 직전의 개와 고양이를 돈을 주고 직접 사는 방식으로 빼내기도 합니다.

[양시아오윈/동물 보호가 : "위린에서 개를 구출하는 방법은 돈 주고 사는 방법 밖에 없어요. 개를 파는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

일부는 벽보를 부치고 반대 시위를 합니다.

심지어 개고기 파는 현장에서 위령제까지 벌이면서 지역 상인들과 갈등이 커졌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둥커우 시장 입구인데요, 개고기 도매 상인들과 지역 경찰이 동물애호가들과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현지 옷차림을 하고 시장 내부에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개고기 파는 가게가 나옵니다.

시장 안쪽에서는 어디선가 도축해온 개 수십 마리가 형체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손님을 가장해 몇 마디 물어보자 이내 기자임을 눈치채고 하소연합니다.

[개고기 도매상인 : "저는 닭보다 일찍 깨고 개보다 늦게 자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처럼 가방 메고 다니며 인터뷰나 하고 싶네요."]

상인들은 생업에 대한 위협으로 느꼈는지 무척 예민해져 있었고, 취재진은 금세 내쫓겼습니다.

[통커우 시장 관리인 : "여기서 촬영하지 마요. 장사 방해하지 마요. 여긴 국가가 아니라 상가입니다. 여기 사람들 화나면 빠져나가기도 힘들 겁니다."]

도대체 어떤 개들이 도축되고 있는지 거래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농민들이 키우던 개를 가져와 파는 곳인데 종류가 다양합니다.

몸집이 작은 애완견들도 많습니다.

[위린시 개장수 : "이건 토종 개고. 이건 애완견... (둘 다 먹을수 있나요?) 그럼 먹지 다 먹을 수 있어."]

상처가 나 있는 등 건강 상태가 나빠 보이는 개들도 있습니다.

목줄이 달린 개도 보입니다.

[피터 리/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 "위린시에서 먹는 개들은 상당수가 외지에서 훔쳐온 것들입니다. 개들 목줄을 보세요.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개들이 어떤 검역도 받지 않은 채 비위생적으로 도축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린시에서는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명목으로 개를 도축할 때 몽둥이를 사용합니다.

살아있는 개를 가져가면 시장 한편에서 이런 방식으로 30위안, 우리 돈으로 5천 원 정도에 도축해 줍니다.

위린 시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 개고기절을 지역 축제로 장려하고 지원했습니다.

그러다가 동물 보호단체를 위시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커지자, 현재는 손을 뗀 상탭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위생 강화에 주력하는 분위깁니다.

하짓날 점심때, 지역 경찰들이 개고기 판매점 위생 단속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위린시 공안 : "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는 겁니까! 평상시에 잘해야지. 밖에 이렇게 두는 건 안돼요! 청소 안 하고…. 여기 얼마나 더러운지 좀 봐요!"]

외신들이 주목하는 있는 축제 기간에 보란 듯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입니다.

개고기 유통 판매 허가증을 발급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전례 없던 단속으로 개고기 간판까지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중국은 등록된 반려동물만 약 1억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 대국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세계 개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넓은 땅만큼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중국! 중국의 개고기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 광시성 위린시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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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개고기 축제 ‘논란’…식문화 vs 동물 학대
    • 입력 2019-06-29 22:35:27
    • 수정2019-06-29 22:40:3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복날이면 반복되는 개고기 논쟁이 중국에서는 아주 뜨겁게 진행 중입니다.

중국 남부 광시의 한 마을에서는 매년 하짓날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데요,

중국은 물론, 전 세계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존중받아야 할 전통문화인가?

동물 학대인가?

강민수 특파원이 논란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위린시에서 해마다 열리는 개고기 축젯날입니다.

절기상 하짓날 개고기를 먹는 관습이 있습니다.

우리와 달리 주로 양념을 해서 졸여 먹는 방식, 이곳에서는 훙샤오로라고 불립니다.

[첸펑주안/개고기 식당 사장 : "위린의 바삭바삭한 개고기는 전통 방식입니다. 홍샤오로 방식으로, 많은 약재를 배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곳의 조리 방식이 워낙 유명해 중국 남부 전역에서 배달 주문이 폭주합니다.

[개고기 식당 종업원 : "광둥성, 션쩐, 중샨 다 배달합니다. 후난, 장가계에서도 주문이 와요. 거의 20박스인데 막 다 나갔어요."]

섭씨 35도의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깁니다.

[리사오핑/손님 : "엄청나게 맛있네요. 제가 친구들을 데리고 왔는데요, 이곳 개고기는 아주 고소하고 맛있어요. 제 아들도 잘 먹어요."]

상 한가득 열대과일 리치가 쌓여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막걸리처럼 보이는 것은 리치로 빚은 술입니다.

위린시 개고기 문화 특징은 바로 이 열대과일 리치입니다.

리치와 함께 개고기를 먹으면 양기가 보충된다고 이곳 시민들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짓날 하루 동안 위린시에서만 이렇게 수만 마리의 개가 소비됩니다.

하지만 개 식용을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들에겐 참혹한 동물 학살의 현장일 뿐입니다.

[개고기 반대론자 : "왜 우리 중국을 이런 식으로 욕보이느냐? 왜 중국의 체면에 먹칠하느냐?"]

전 세계 개고기 반대론자, 동물애호가들도 하짓날 위린시로 모여듭니다.

도축 직전의 개와 고양이를 돈을 주고 직접 사는 방식으로 빼내기도 합니다.

[양시아오윈/동물 보호가 : "위린에서 개를 구출하는 방법은 돈 주고 사는 방법 밖에 없어요. 개를 파는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요."]

일부는 벽보를 부치고 반대 시위를 합니다.

심지어 개고기 파는 현장에서 위령제까지 벌이면서 지역 상인들과 갈등이 커졌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곳이 둥커우 시장 입구인데요, 개고기 도매 상인들과 지역 경찰이 동물애호가들과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현지 옷차림을 하고 시장 내부에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개고기 파는 가게가 나옵니다.

시장 안쪽에서는 어디선가 도축해온 개 수십 마리가 형체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손님을 가장해 몇 마디 물어보자 이내 기자임을 눈치채고 하소연합니다.

[개고기 도매상인 : "저는 닭보다 일찍 깨고 개보다 늦게 자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처럼 가방 메고 다니며 인터뷰나 하고 싶네요."]

상인들은 생업에 대한 위협으로 느꼈는지 무척 예민해져 있었고, 취재진은 금세 내쫓겼습니다.

[통커우 시장 관리인 : "여기서 촬영하지 마요. 장사 방해하지 마요. 여긴 국가가 아니라 상가입니다. 여기 사람들 화나면 빠져나가기도 힘들 겁니다."]

도대체 어떤 개들이 도축되고 있는지 거래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농민들이 키우던 개를 가져와 파는 곳인데 종류가 다양합니다.

몸집이 작은 애완견들도 많습니다.

[위린시 개장수 : "이건 토종 개고. 이건 애완견... (둘 다 먹을수 있나요?) 그럼 먹지 다 먹을 수 있어."]

상처가 나 있는 등 건강 상태가 나빠 보이는 개들도 있습니다.

목줄이 달린 개도 보입니다.

[피터 리/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 "위린시에서 먹는 개들은 상당수가 외지에서 훔쳐온 것들입니다. 개들 목줄을 보세요.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개들이 어떤 검역도 받지 않은 채 비위생적으로 도축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린시에서는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명목으로 개를 도축할 때 몽둥이를 사용합니다.

살아있는 개를 가져가면 시장 한편에서 이런 방식으로 30위안, 우리 돈으로 5천 원 정도에 도축해 줍니다.

위린 시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 개고기절을 지역 축제로 장려하고 지원했습니다.

그러다가 동물 보호단체를 위시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커지자, 현재는 손을 뗀 상탭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위생 강화에 주력하는 분위깁니다.

하짓날 점심때, 지역 경찰들이 개고기 판매점 위생 단속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위린시 공안 : "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는 겁니까! 평상시에 잘해야지. 밖에 이렇게 두는 건 안돼요! 청소 안 하고…. 여기 얼마나 더러운지 좀 봐요!"]

외신들이 주목하는 있는 축제 기간에 보란 듯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입니다.

개고기 유통 판매 허가증을 발급하고, 위반 시에는 벌금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전례 없던 단속으로 개고기 간판까지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중국은 등록된 반려동물만 약 1억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 대국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하이에서 '세계 개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넓은 땅만큼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중국! 중국의 개고기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 광시성 위린시에서 강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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