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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관심 사각지대…탈북민 한부모 가정
입력 2019.08.24 (08:19) 수정 2019.08.24 (11:26)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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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거주 탈북민 10명 중 2명이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탈북민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런 이유가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역사가 만든 이질감이 또 하나의 장벽을 만든 것 같습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탈북민 한부모 가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8월 13일, 탈북민 모자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여성 탈북민 한 모 씨와 6살 난 아들 김 모 군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겁니다.

2009년, 남한으로 넘어왔던 한 씨는 여러 곡절 끝에 서울에 정착했지만, 최근까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정부 보호 기간 5년이 지난 후, 살길이 막막해졌을 거란 관측도 제기됐는데요.

이 같은 빈곤의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청원 글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성호/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 :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언어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이건 마치 ‘아직 이가 안 난 아이에게 옥수수를 먹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과는 전혀 다른 체제인 대한민국의 행정 절차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민의 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역시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서재평/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 "아이도 굉장히 아픈데 아이도 맡길 데가 없고 어디 두 군데를 찾아가 봤는데 서류상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안 된다고 하니까 자기로서는 넘어설 수 있는 벽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혜원/35/탈북민 한부모 가정 : "실제 조사를 안 하고 그냥 법대로 규정대로 주민등록등본 떼면 거기 가족 구성원이 나오고 이 사람은 근로능력이 있으니까 뭐가 안 되고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험난한 탈북과정을 이겨내고 찾아온 희망과 자유의 땅.

하지만 한 씨가 마주한 건, 계속되는 굶주림과 외로움뿐이었습니다.

잘살아 보려는 삶의 의지가 송두리째 꺾여버린 현실 앞에서 그녀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한 씨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울 광화문 한켠에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고인에게는 중국에서 함께 살았던 남편이 유일한 연고자인데,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현실에 주변 탈북민들이 발 벗고 나선 겁니다.

[허광일/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 "탈북자들이 마음과 마음을 합쳐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분을 보내는 것도 있겠지만 이 사각지대에 있는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적 관심, 정부의 관심을 정말 촉구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시민들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유세환/서울 시민 : "이렇게 아사 사건이 일어난 걸 보면 법적인 제도가 미흡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김경희/서울 거주 :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될 부분이고 열심히 그런 탈북민들에 대해서 배려를 해주고 주의 깊게 관찰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까지 파악된 탈북민 수는 총 3만 3천여 명 그 가운데 여성이 72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남성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희망과 자유를 찾아 떠나왔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기엔 녹록치 않았던 그들의 삶 우리 주변엔 우리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또 다른 이름의 한 씨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딸 등교 준비에 한창인 여성...

올해 열세 살, 초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탈북민 안정희 씹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매번 이렇게 등교준비 해주시는 거예요?) 네. 귀(찮을 법도 하신데?) 괜찮아요. 딸 하나 믿고 살아가는데 이런 것쯤이야 뭐."]

학교까지 거리는 걸어서 5분, 가깝기는 해도 예림이 등굣길은 항상 엄마와 함께입니다.

이미 훌쩍 커버린 딸인데도, 정희 씨가 이처럼 냇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살뜰히 챙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학교에서 그 신발을 신고 간 첫날에 그 신발이 화장실 변기 안에 들어갔단 말이에요 저는 이 일이 탈북민이어서 이런 건가 하는 심정에서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2004년에 탈북해, 중국에서 한동안 지냈던 정희 씨는 계속되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결국 딸, 예림이와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요.

어렵게 찾은 행복도 잠시, 예기치 않은 불행이 덮쳤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2017년도에 딸하고 같이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소에 가다가 숨을 갑자기 못 쉬겠는 거예요. 심장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심장에 손가락 하나만큼 혈관이 작아져 있다는 거예요."]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정부의 기초생활 보장을 받게 된 정희 씨...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고 합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일을) 하고 싶어도 마음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모르는 분들은 제가 이렇게 겉으로 보기엔 팔팔해 보이고 몸도 다부진 것 같고 이런데 저만 안타깝고 힘들다뿐이지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들을 때는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사람들 앞에."]

그런 정희 씨에게 유일하게 힘이 돼준 건 하나뿐인 딸 예림이와 노래였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그저 저는 큰 욕심은 없어요. 우리 예림이하고 건강해서 욕심내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 뿐이에요."]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론 공동체가 될 수 없는 우리네 삶.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까운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 [통일로 미래로] 관심 사각지대…탈북민 한부모 가정
    • 입력 2019-08-24 08:35:59
    • 수정2019-08-24 11:26:04
    남북의 창
[앵커]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거주 탈북민 10명 중 2명이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탈북민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런 이유가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역사가 만든 이질감이 또 하나의 장벽을 만든 것 같습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탈북민 한부모 가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8월 13일, 탈북민 모자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여성 탈북민 한 모 씨와 6살 난 아들 김 모 군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겁니다.

2009년, 남한으로 넘어왔던 한 씨는 여러 곡절 끝에 서울에 정착했지만, 최근까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정부 보호 기간 5년이 지난 후, 살길이 막막해졌을 거란 관측도 제기됐는데요.

이 같은 빈곤의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청원 글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성호/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 :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언어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이건 마치 ‘아직 이가 안 난 아이에게 옥수수를 먹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과는 전혀 다른 체제인 대한민국의 행정 절차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민의 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역시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서재평/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 "아이도 굉장히 아픈데 아이도 맡길 데가 없고 어디 두 군데를 찾아가 봤는데 서류상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이) 안 된다고 하니까 자기로서는 넘어설 수 있는 벽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혜원/35/탈북민 한부모 가정 : "실제 조사를 안 하고 그냥 법대로 규정대로 주민등록등본 떼면 거기 가족 구성원이 나오고 이 사람은 근로능력이 있으니까 뭐가 안 되고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험난한 탈북과정을 이겨내고 찾아온 희망과 자유의 땅.

하지만 한 씨가 마주한 건, 계속되는 굶주림과 외로움뿐이었습니다.

잘살아 보려는 삶의 의지가 송두리째 꺾여버린 현실 앞에서 그녀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한 씨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울 광화문 한켠에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고인에게는 중국에서 함께 살았던 남편이 유일한 연고자인데,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현실에 주변 탈북민들이 발 벗고 나선 겁니다.

[허광일/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 "탈북자들이 마음과 마음을 합쳐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분을 보내는 것도 있겠지만 이 사각지대에 있는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적 관심, 정부의 관심을 정말 촉구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시민들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유세환/서울 시민 : "이렇게 아사 사건이 일어난 걸 보면 법적인 제도가 미흡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김경희/서울 거주 :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될 부분이고 열심히 그런 탈북민들에 대해서 배려를 해주고 주의 깊게 관찰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까지 파악된 탈북민 수는 총 3만 3천여 명 그 가운데 여성이 72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남성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희망과 자유를 찾아 떠나왔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기엔 녹록치 않았던 그들의 삶 우리 주변엔 우리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또 다른 이름의 한 씨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딸 등교 준비에 한창인 여성...

올해 열세 살, 초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탈북민 안정희 씹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매번 이렇게 등교준비 해주시는 거예요?) 네. 귀(찮을 법도 하신데?) 괜찮아요. 딸 하나 믿고 살아가는데 이런 것쯤이야 뭐."]

학교까지 거리는 걸어서 5분, 가깝기는 해도 예림이 등굣길은 항상 엄마와 함께입니다.

이미 훌쩍 커버린 딸인데도, 정희 씨가 이처럼 냇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살뜰히 챙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학교에서 그 신발을 신고 간 첫날에 그 신발이 화장실 변기 안에 들어갔단 말이에요 저는 이 일이 탈북민이어서 이런 건가 하는 심정에서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2004년에 탈북해, 중국에서 한동안 지냈던 정희 씨는 계속되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결국 딸, 예림이와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요.

어렵게 찾은 행복도 잠시, 예기치 않은 불행이 덮쳤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2017년도에 딸하고 같이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소에 가다가 숨을 갑자기 못 쉬겠는 거예요. 심장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심장에 손가락 하나만큼 혈관이 작아져 있다는 거예요."]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정부의 기초생활 보장을 받게 된 정희 씨...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고 합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일을) 하고 싶어도 마음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모르는 분들은 제가 이렇게 겉으로 보기엔 팔팔해 보이고 몸도 다부진 것 같고 이런데 저만 안타깝고 힘들다뿐이지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들을 때는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사람들 앞에."]

그런 정희 씨에게 유일하게 힘이 돼준 건 하나뿐인 딸 예림이와 노래였습니다.

[안정희/56/탈북민 한부모 가정 : "그저 저는 큰 욕심은 없어요. 우리 예림이하고 건강해서 욕심내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 뿐이에요."]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론 공동체가 될 수 없는 우리네 삶.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까운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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