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확산일로…서민들 단백질 공급 어쩌나

입력 2019.09.27 (08:10) 수정 2019.09.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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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집 가(家)'를 보면 지붕 아래 돼지가 들어있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돼지가 우리와 가까운 존재란 얘깁니다.

한국인들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만 봐도 그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군대의 급식 메뉴가 제육볶음인 날은 왠지 더 힘이 솟고, 퇴근길 친한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맛도 일품입니다.

물론 소고기라면 더 신났을 테지만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로 치자면 돼지고기만한 음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의 식탁과 밀접한 돼지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프리칸 스와인 피버 (African Swine Fever), ASF가 어느덧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리면 무조건 폐사하는데 진정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확진 판정 농가가 9곳으로 늘었고, 발병 열흘 만에 전국 돼지의 0.6%, 약 6만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돼지가 전멸했다는 전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민기/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 "(북한에서) 돼지 축사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은 추석 때 성묘를 금지했다고 합니다."]

돼지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거란 우려에, 당장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 돼지고기 평균 경매 가격은 kg당 5097원을 기록했습니다.

ASF 발병 전인 16일 경매가 보다 kg당 700원 가까이 올랐고 전달과 비교하면 22%나 올랐습니다.

확진 판정이 늘고 가격이 폭등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린다면 이렇다 삼겹살마저 양껏 먹기 힘들어지는거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꺼림칙해 스스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을 때와 값이 비싸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때는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는 오랜 세월 서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의서인 본초강목은 '돼지고기는 위장을 부드럽게 하고 체내에 필요한 진액을 보태며 근육을 풍만하게 한다’고 소개합니다.

실제 돼지고기에는 단백질과 함께 9가지의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단백질의 위기' (Protein Crisis) 이 말은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투자전략가 저스틴 셰라드가 제기한 용업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올 한해 동안 유럽 전체의 연간 돼지고기 생산량만큼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만큼의 단백질은 소고기나 닭고기, 물고기로도 벌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양돈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2016년부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식품 산업입니다.

규모는 무려 8조에 육박합니다.

여기서 생겨나는 도미노 효과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양돈업이 무너지면 사료 산업도 무너지고, 이렇게 되면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삼겹살 돈가스 등 외식 산업까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단지 농가의 문제가 아닌 서민경제 나아가 국가경제 현안으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확산세를 멈추는 게 중요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일단 확진 판정 농가는 경기도 북부와 남부 까집니다

그런데 경기 남부를 지나서 돼지농가가 가장 밀집한 충청 지역까지 내려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구제역도 겪지않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제역은 백신이 있어서 예방이 가능하고, 방역에 성공하면 몇 달 안에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ASF는 일단 예방이 안 되고, 문제가 된 농장에서 언제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합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방역이 완전치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 내부 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가을 행락철이 이어질 다음 달 초가 ASF 전국 확산 여부를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걸로 보입니다.

정부의 방역과 국민들 협조가 얼마만큼 성과를 낼 지, 2019년 황금돼지 기해년이 기로에 서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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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F 확산일로…서민들 단백질 공급 어쩌나
    • 입력 2019-09-27 08:14:01
    • 수정2019-09-27 09: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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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집 가(家)'를 보면 지붕 아래 돼지가 들어있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돼지가 우리와 가까운 존재란 얘깁니다.

한국인들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만 봐도 그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군대의 급식 메뉴가 제육볶음인 날은 왠지 더 힘이 솟고, 퇴근길 친한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맛도 일품입니다.

물론 소고기라면 더 신났을 테지만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로 치자면 돼지고기만한 음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의 식탁과 밀접한 돼지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프리칸 스와인 피버 (African Swine Fever), ASF가 어느덧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리면 무조건 폐사하는데 진정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확진 판정 농가가 9곳으로 늘었고, 발병 열흘 만에 전국 돼지의 0.6%, 약 6만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돼지가 전멸했다는 전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민기/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 "(북한에서) 돼지 축사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은 추석 때 성묘를 금지했다고 합니다."]

돼지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거란 우려에, 당장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 돼지고기 평균 경매 가격은 kg당 5097원을 기록했습니다.

ASF 발병 전인 16일 경매가 보다 kg당 700원 가까이 올랐고 전달과 비교하면 22%나 올랐습니다.

확진 판정이 늘고 가격이 폭등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린다면 이렇다 삼겹살마저 양껏 먹기 힘들어지는거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꺼림칙해 스스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을 때와 값이 비싸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때는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는 오랜 세월 서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의서인 본초강목은 '돼지고기는 위장을 부드럽게 하고 체내에 필요한 진액을 보태며 근육을 풍만하게 한다’고 소개합니다.

실제 돼지고기에는 단백질과 함께 9가지의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단백질의 위기' (Protein Crisis) 이 말은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투자전략가 저스틴 셰라드가 제기한 용업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올 한해 동안 유럽 전체의 연간 돼지고기 생산량만큼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만큼의 단백질은 소고기나 닭고기, 물고기로도 벌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양돈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2016년부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식품 산업입니다.

규모는 무려 8조에 육박합니다.

여기서 생겨나는 도미노 효과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양돈업이 무너지면 사료 산업도 무너지고, 이렇게 되면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삼겹살 돈가스 등 외식 산업까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단지 농가의 문제가 아닌 서민경제 나아가 국가경제 현안으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확산세를 멈추는 게 중요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일단 확진 판정 농가는 경기도 북부와 남부 까집니다

그런데 경기 남부를 지나서 돼지농가가 가장 밀집한 충청 지역까지 내려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구제역도 겪지않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제역은 백신이 있어서 예방이 가능하고, 방역에 성공하면 몇 달 안에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ASF는 일단 예방이 안 되고, 문제가 된 농장에서 언제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합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방역이 완전치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 내부 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가을 행락철이 이어질 다음 달 초가 ASF 전국 확산 여부를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걸로 보입니다.

정부의 방역과 국민들 협조가 얼마만큼 성과를 낼 지, 2019년 황금돼지 기해년이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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