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까지 냈지만…“011·019 역사 속으로”

입력 2019.10.31 (08:20) 수정 2019.10.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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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 예약을 할 때나 휴대전화번호를 상대방에게 알려줘야할 때, 어떻게 불러주시나요?

"제 번호는 1234-4567입니다."

이렇게 하시죠?

앞자리는 빼고 말입니다.

상대방도 내 휴대전화 앞자리를 '010'으로 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부가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통합하기 시작한 게 15년 전인 2004년입니다.

그래서 이젠 010뿐이구나,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아직도 011이나 019를 고수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것도 지난 8월 기준으로 011 사용자가 30만 여명, 019 사용자가 27만 여명이나 됩니다.

잘 아시는대로 011은 SKT의 옛 번호, 019는 LG유플러스의 옛 번호입니다.

016 번호를 관리하던 KT는 7년 전인 2012년에 이 번호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요즘 사용하는 휴대전화, 그러니까 스마트폰은 대부분 5G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011, 019번호는 2G 기술을 사용합니다.

2G,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데 당연히 최신 기술인 5G보다 느리고 사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말기도 구형이 대부분입니다.

지금이야 휴대전화가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지만, 당시 2G는 일단 어디서든 휴대전화가 이른바 '잘 터지도록'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광고에서도 연인과 함께 있는 중요한 순간에도 휴대전화가 울릴만큼 전화가 잘 터진다는 걸 부각시킬 정도였으니까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2G 기술로 언제 어디서든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광고도 큰 인기를 얻었죠.

["아빠빠빠빠빠."]

["어 그래그래. 아빠야, 아빠."]

지난 1996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2G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출범한 이 번호들.

그래서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이 번호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시점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초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운영을 내년부터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죠.

서비스는 중단하지만 당장 011 번호를 없애는 건 아닌데, 정부 정책에 맞춰 2021년 6월 30일까지만 011 번호를 쓰고, 이후엔 010으로 자동 변경한다는 겁니다.

변경 대상자들인 2G 가입자가 3G나 4G, 또 최신의 5G로 서비스를 바꾸면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고, 요금도 할인해주기로 했습니다.

통신사들이 이런 선택을 한 건 한마디로 갖가지 부담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이 2G의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임대해 오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여기에 2G기술의 관련 장비는 이미 노후화됐는데, 고장이 나면 갈아 끼울 부품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2G 서비스는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정리하는 게 낫다는 것이죠.

아무튼 통신사 지원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앞자리 번호를 바꿨지만, 아직도 옛 번호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 왜 수십 만 명이나 되는 걸까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가치 또는 가족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번호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의 모임인 '010통합반대 운동본부'에는 여러 사연이 있는데요,

"019를 쓰는 영업사원이다. 019를 쓰면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해온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고객들에게 그만큼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런 사연도 있고요.

"돌아가신 아버님이 쓰던 011 번호를 이어서 쓰고 있다. 아버님과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번호를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급기야 통신사에 010 강제 전환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제 서울중앙지법은 2G서비스 이용자 630여 명이 S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2G서비스는 2G주파수라는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통신사에도 손해라는 겁니다.

판결에 따라 SKT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2G 종료를 위한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여, 011과 019의 퇴장은 잰걸음에 들어갔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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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31 08:21:23
    • 수정2019-10-31 08:59:53
    아침뉴스타임
요즘 식당 예약을 할 때나 휴대전화번호를 상대방에게 알려줘야할 때, 어떻게 불러주시나요?

"제 번호는 1234-4567입니다."

이렇게 하시죠?

앞자리는 빼고 말입니다.

상대방도 내 휴대전화 앞자리를 '010'으로 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부가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통합하기 시작한 게 15년 전인 2004년입니다.

그래서 이젠 010뿐이구나,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아직도 011이나 019를 고수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것도 지난 8월 기준으로 011 사용자가 30만 여명, 019 사용자가 27만 여명이나 됩니다.

잘 아시는대로 011은 SKT의 옛 번호, 019는 LG유플러스의 옛 번호입니다.

016 번호를 관리하던 KT는 7년 전인 2012년에 이 번호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요즘 사용하는 휴대전화, 그러니까 스마트폰은 대부분 5G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011, 019번호는 2G 기술을 사용합니다.

2G,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데 당연히 최신 기술인 5G보다 느리고 사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말기도 구형이 대부분입니다.

지금이야 휴대전화가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지만, 당시 2G는 일단 어디서든 휴대전화가 이른바 '잘 터지도록'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광고에서도 연인과 함께 있는 중요한 순간에도 휴대전화가 울릴만큼 전화가 잘 터진다는 걸 부각시킬 정도였으니까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2G 기술로 언제 어디서든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광고도 큰 인기를 얻었죠.

["아빠빠빠빠빠."]

["어 그래그래. 아빠야, 아빠."]

지난 1996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2G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출범한 이 번호들.

그래서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이 번호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시점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초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운영을 내년부터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죠.

서비스는 중단하지만 당장 011 번호를 없애는 건 아닌데, 정부 정책에 맞춰 2021년 6월 30일까지만 011 번호를 쓰고, 이후엔 010으로 자동 변경한다는 겁니다.

변경 대상자들인 2G 가입자가 3G나 4G, 또 최신의 5G로 서비스를 바꾸면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고, 요금도 할인해주기로 했습니다.

통신사들이 이런 선택을 한 건 한마디로 갖가지 부담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이 2G의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임대해 오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여기에 2G기술의 관련 장비는 이미 노후화됐는데, 고장이 나면 갈아 끼울 부품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2G 서비스는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정리하는 게 낫다는 것이죠.

아무튼 통신사 지원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앞자리 번호를 바꿨지만, 아직도 옛 번호를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 왜 수십 만 명이나 되는 걸까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가치 또는 가족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번호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의 모임인 '010통합반대 운동본부'에는 여러 사연이 있는데요,

"019를 쓰는 영업사원이다. 019를 쓰면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해온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고객들에게 그만큼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런 사연도 있고요.

"돌아가신 아버님이 쓰던 011 번호를 이어서 쓰고 있다. 아버님과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번호를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급기야 통신사에 010 강제 전환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통신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어제 서울중앙지법은 2G서비스 이용자 630여 명이 S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2G서비스는 2G주파수라는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통신사에도 손해라는 겁니다.

판결에 따라 SKT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2G 종료를 위한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여, 011과 019의 퇴장은 잰걸음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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