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이탈리아 축구장 인종차별…그 이유는?

입력 2019.12.20 (10:49) 수정 2019.12.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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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축구 경기장에서 일부 관객들이 선수들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서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특히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 A는 자주 논란이 되곤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촌 인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리그 본부에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포스터가 걸렸습니다.

차례로 서양 원숭이, 아시아 원숭이, 검은 원숭이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공개되자마자 포스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흑인과 동양인 선수들을 비하할 때 종종 원숭이에 빗대기 때문인데요.

[루치아노/로마 시민 : "A.S. 로마(세리에A 프로축구팀)뿐 아니라 모든 축구 클럽들이 훌륭한 흑인 선수들을 이 그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 덕분에 게임을 이기고 욕설을 퍼붓는 부조리함이죠."]

유럽축구 인종차별반대 단체는 "세리에A가 역겨운 농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비판했고, 뉴욕타임스는 "경악할 만한 판단 착오"라고 꼬집었습니다.

세리에A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걸어둘 것이라고 답했으나 결국, 태도를 바꿔 사과했습니다.

포스터를 그린 예술가 푸가초토도 "인간을 원숭이에 비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시모네 푸가초토/이탈리아 예술가 : "원래 우리는 모두 원숭이입니다. 모든 똑같고 동등하며, 사람과 원숭이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는 인종차별 논란이 잦은 편입니다.

지난달 초,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흑인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가 경기중 관중을 향해 공을 차올렸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그를 말리려 달려들었고,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는데요.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낸 관중들의 인종차별적인 구호 때문이었습니다.

["우우 우우 우우 우우."]

올해 이탈리아로 이적한 흑인 선수 로멜루 루카쿠는 축구 해설가로부터 "그를 이기기 위해선 바나나 10개를 줘야 한다"는 차별 섞인 발언을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는 이달 초 루카쿠와 크리스 스몰리의 사진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습니다.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한 두 선수의 피부색에 빗댄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는데요.

왜 유독 이탈리아에선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걸까.

[마르코 안톤시치/영국 러프버러대 인문지리학 부교수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가르키며 “선탠이 잘 됐다.”고 말한 사례를 떠 올려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선 인종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습니다."]

지난달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업체의 설문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10%가 '인종차별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는데요.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이 같은 현상은 파시즘 이후 금기시된 인종 문제를 다룰 기관이 없고 반 난민 정서가 확산되는 등 이탈리아 정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르코 안톤시치/영국 러프버러대 인문지리학 부교수 : "정치가 인종차별을 악화시킵니다. 지금도 정당들이 이탈리아인을 우선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탈리안을 우선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누가 이탈리안입니까?"]

인종차별을 근절하려다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된 세리에A의 인종차별 반대 포스터는 내년 2월 말 최종판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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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0 10:53:25
    • 수정2019-12-20 11: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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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축구 경기장에서 일부 관객들이 선수들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서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특히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 A는 자주 논란이 되곤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촌 인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리그 본부에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포스터가 걸렸습니다.

차례로 서양 원숭이, 아시아 원숭이, 검은 원숭이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공개되자마자 포스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흑인과 동양인 선수들을 비하할 때 종종 원숭이에 빗대기 때문인데요.

[루치아노/로마 시민 : "A.S. 로마(세리에A 프로축구팀)뿐 아니라 모든 축구 클럽들이 훌륭한 흑인 선수들을 이 그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 덕분에 게임을 이기고 욕설을 퍼붓는 부조리함이죠."]

유럽축구 인종차별반대 단체는 "세리에A가 역겨운 농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비판했고, 뉴욕타임스는 "경악할 만한 판단 착오"라고 꼬집었습니다.

세리에A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걸어둘 것이라고 답했으나 결국, 태도를 바꿔 사과했습니다.

포스터를 그린 예술가 푸가초토도 "인간을 원숭이에 비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시모네 푸가초토/이탈리아 예술가 : "원래 우리는 모두 원숭이입니다. 모든 똑같고 동등하며, 사람과 원숭이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는 인종차별 논란이 잦은 편입니다.

지난달 초, 세리에A에서 활약 중인 흑인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가 경기중 관중을 향해 공을 차올렸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그를 말리려 달려들었고,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는데요.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낸 관중들의 인종차별적인 구호 때문이었습니다.

["우우 우우 우우 우우."]

올해 이탈리아로 이적한 흑인 선수 로멜루 루카쿠는 축구 해설가로부터 "그를 이기기 위해선 바나나 10개를 줘야 한다"는 차별 섞인 발언을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는 이달 초 루카쿠와 크리스 스몰리의 사진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습니다.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한 두 선수의 피부색에 빗댄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는데요.

왜 유독 이탈리아에선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걸까.

[마르코 안톤시치/영국 러프버러대 인문지리학 부교수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가르키며 “선탠이 잘 됐다.”고 말한 사례를 떠 올려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 사회에선 인종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습니다."]

지난달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업체의 설문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10%가 '인종차별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는데요.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이 같은 현상은 파시즘 이후 금기시된 인종 문제를 다룰 기관이 없고 반 난민 정서가 확산되는 등 이탈리아 정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르코 안톤시치/영국 러프버러대 인문지리학 부교수 : "정치가 인종차별을 악화시킵니다. 지금도 정당들이 이탈리아인을 우선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탈리안을 우선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누가 이탈리안입니까?"]

인종차별을 근절하려다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된 세리에A의 인종차별 반대 포스터는 내년 2월 말 최종판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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