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 추락사…왜 안전장비 챙길 틈도 없었나?

입력 2019.12.24 (21:33) 수정 2019.12.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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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강원도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못했는데, 취재해보니,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동해의 한 시멘트공장.

지난 16일, 하청업체 노동자 63살 김 모 씨가 20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건물 위에서 크레인에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하다, 운반 중이던 체인에 부딪힌 겁니다.

당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줄 때 필요한 무전기도 없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사고가 발생한 그날 사망한 노동자가 사실상 안전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른 작업을 하던 중, 원청업체가 예정에 없던 크레인 작업을 지시해, 장비를 챙길 틈이 없었던 겁니다.

현장에는 업무를 지시한 원청업체 직원과 안전관리 책임자도 있었지만, 작업은 무방비로 강행됐습니다.

하지만, 합의금을 하청업체가 부담하는 등 손해배상 합의에서도 원청업체는 빠져 있습니다.

[쌍용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원청에서 해야 될 일은 (하청 측이) 최대한 유족 입장을 배려해서 최대 지원금으로 일단 합의를 진행하십시오, 하는 의견을 저희들이 드리고."]

또, 이렇게 사고가 나도 원청업체의 제재 등을 우려해 하청업체는 산재 처리를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숨진 김씨도 올해만 작업 중 두 차례나 다쳤지만, 병원비 등을 보전받는 식으로 공상 처리됐습니다.

[이용우/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원청업체가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원청업체가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김 씨가 숨진 다음날, 원청업체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일명 '김용균 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KBS 뉴스 박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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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청 노동자 추락사…왜 안전장비 챙길 틈도 없었나?
    • 입력 2019-12-24 21:35:37
    • 수정2019-12-25 09: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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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강원도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못했는데, 취재해보니,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상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동해의 한 시멘트공장. 지난 16일, 하청업체 노동자 63살 김 모 씨가 20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건물 위에서 크레인에 신호를 보내는 일을 하다, 운반 중이던 체인에 부딪힌 겁니다. 당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크레인 기사에게 신호를 줄 때 필요한 무전기도 없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사고가 발생한 그날 사망한 노동자가 사실상 안전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른 작업을 하던 중, 원청업체가 예정에 없던 크레인 작업을 지시해, 장비를 챙길 틈이 없었던 겁니다. 현장에는 업무를 지시한 원청업체 직원과 안전관리 책임자도 있었지만, 작업은 무방비로 강행됐습니다. 하지만, 합의금을 하청업체가 부담하는 등 손해배상 합의에서도 원청업체는 빠져 있습니다. [쌍용양회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원청에서 해야 될 일은 (하청 측이) 최대한 유족 입장을 배려해서 최대 지원금으로 일단 합의를 진행하십시오, 하는 의견을 저희들이 드리고."] 또, 이렇게 사고가 나도 원청업체의 제재 등을 우려해 하청업체는 산재 처리를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숨진 김씨도 올해만 작업 중 두 차례나 다쳤지만, 병원비 등을 보전받는 식으로 공상 처리됐습니다. [이용우/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원청업체가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원청업체가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김 씨가 숨진 다음날, 원청업체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일명 '김용균 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KBS 뉴스 박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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