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영국 총리, 브리핑 보이콧…언론과의 전쟁

입력 2020.02.11 (20:39) 수정 2020.02.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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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언론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관한 소식 전해드릴까 합니다.

최근 존슨 총리가 영국 언론들 가운데 일부를 브리핑 등에서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작은 2월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3일 영국 총리 관저에서 영국과 유럽연합의 무역 협상을 주제로 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존슨 총리의 측근인 리 케인 공보 수석보좌관이 브리핑을 앞두고 특정 매체 기자들의 참석을 금지했습니다.

총리실이 브리핑 참석을 허용하지 않은 매체는 일간 인디펜던트와 미러, i, 허프포스트, 폴리틱스홈 등이었는데요.

총리실은 초청자 명단에 있는 기자들을 관저 로비 한쪽에 세웠고, 참석이 허용되지 않은 매체 기자들은 다른 쪽으로 나눠 서도록 한 뒤 해당 기자들에게 나가달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기자들을 그런식으로 세운다는 것 자체가 과도한 것 같은데 총리실이 그렇게 일부 언론 매체들을 배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

문제는 정확한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 기준으로 해당 매체를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바 없습니다.

하지만 총리실은 매우 당당했습니다.

리 케인 공보 수석보좌관이 "우리는 브리핑을 들을 기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이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퇴장 요청을 받은 매체 기자들은 반발했고, 브리핑에 초청받은 BBC, FT,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도 총리실의 입장에 반발해 집단으로 퇴장했습니다.

이날 브리핑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앵커]

총리실의 갑작스러운 출입 금지 통지에 언론 매체들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브리핑에 초청받았지만 참석을 거부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기자들을 내쫓는 것은 총리의 개방적 메시지를 우습게 만드는 꼴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존슨 총리가 모든 언론과 소통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영국 의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피트 위샤트/스코틀랜드 국민당 의원 : "관련된 기자들 모두가 결속력을 보이고 서커스 참여를 거부한 것을 축하해도 될까요?"]

상황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게 악화되자 존슨 총리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도 기자 출신이라면서 "언론을 사랑한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실제 존슨 총리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로 일을 했었고 주간지 스펙테이터에서 편집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존슨 총리가 언론과 갈등을 겪은 게 이 일이 처음이 아니라죠?

[답변]

네, 보리스 총리가 취임한 게 지난해 7월입니다.

총리실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민영 방송 ITV의 일부 프로그램에 장관들의 출연을 금지했습니다.

특히 BBC에 대해 공격적입니다.

지난달 말 존슨 총리 내각은 브렉시트를 기념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BBC의 카메라 팀 대신 총리실 자체 영상 팀이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유튜브 등 스트리밍 TV 시대에 수신료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논리로 BBC 수신료 미납자에 대해서 기소 중지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존슨 총리의 이러한 행보에는 BBC가 브렉시트와 자신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총선 기간에는 존슨 총리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가 병실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누운 4살 아이 사진을 외면했다는 논란이 BBC에서 크게 보도되면서 총리실의 불만이 커진 바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한때 기자였던 존슨 총리와 영국 언론 간에 깊어지는 적대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언론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는 존슨 총리의 모습을 보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도 특정 언론들과 갈등을 빚고 있잖아요?

[답변]

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친정부 매체 폭스뉴스를 제외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미 언론 CNN, 뉴욕타임스 등을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고 몰아세웠죠.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을 때인데요.

CNN 기자와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017년 : "(질문할 기회를 주세요.) 조용히 하세요!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당신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은 가짜뉴스니까!"]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을 땐 백악관 대변인이 비공식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 CNN, 폴리티코 등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영국 총리실 일과 비슷하죠?

'사기 뉴스 CN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CNN 기자를 때려눕히는 합성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자신과 설전을 벌인 기자를 백악관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국 노동당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존슨 총리에게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존슨 총리가 언론의 감시를 피하려고 트럼프한테서 수입한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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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1 20:30:45
    • 수정2020-02-11 20: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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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언론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관한 소식 전해드릴까 합니다.

최근 존슨 총리가 영국 언론들 가운데 일부를 브리핑 등에서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작은 2월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3일 영국 총리 관저에서 영국과 유럽연합의 무역 협상을 주제로 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존슨 총리의 측근인 리 케인 공보 수석보좌관이 브리핑을 앞두고 특정 매체 기자들의 참석을 금지했습니다.

총리실이 브리핑 참석을 허용하지 않은 매체는 일간 인디펜던트와 미러, i, 허프포스트, 폴리틱스홈 등이었는데요.

총리실은 초청자 명단에 있는 기자들을 관저 로비 한쪽에 세웠고, 참석이 허용되지 않은 매체 기자들은 다른 쪽으로 나눠 서도록 한 뒤 해당 기자들에게 나가달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기자들을 그런식으로 세운다는 것 자체가 과도한 것 같은데 총리실이 그렇게 일부 언론 매체들을 배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변]

문제는 정확한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 기준으로 해당 매체를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바 없습니다.

하지만 총리실은 매우 당당했습니다.

리 케인 공보 수석보좌관이 "우리는 브리핑을 들을 기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이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퇴장 요청을 받은 매체 기자들은 반발했고, 브리핑에 초청받은 BBC, FT,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도 총리실의 입장에 반발해 집단으로 퇴장했습니다.

이날 브리핑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앵커]

총리실의 갑작스러운 출입 금지 통지에 언론 매체들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브리핑에 초청받았지만 참석을 거부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기자들을 내쫓는 것은 총리의 개방적 메시지를 우습게 만드는 꼴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존슨 총리가 모든 언론과 소통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영국 의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피트 위샤트/스코틀랜드 국민당 의원 : "관련된 기자들 모두가 결속력을 보이고 서커스 참여를 거부한 것을 축하해도 될까요?"]

상황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게 악화되자 존슨 총리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도 기자 출신이라면서 "언론을 사랑한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실제 존슨 총리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로 일을 했었고 주간지 스펙테이터에서 편집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존슨 총리가 언론과 갈등을 겪은 게 이 일이 처음이 아니라죠?

[답변]

네, 보리스 총리가 취임한 게 지난해 7월입니다.

총리실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민영 방송 ITV의 일부 프로그램에 장관들의 출연을 금지했습니다.

특히 BBC에 대해 공격적입니다.

지난달 말 존슨 총리 내각은 브렉시트를 기념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BBC의 카메라 팀 대신 총리실 자체 영상 팀이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유튜브 등 스트리밍 TV 시대에 수신료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논리로 BBC 수신료 미납자에 대해서 기소 중지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존슨 총리의 이러한 행보에는 BBC가 브렉시트와 자신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총선 기간에는 존슨 총리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가 병실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누운 4살 아이 사진을 외면했다는 논란이 BBC에서 크게 보도되면서 총리실의 불만이 커진 바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한때 기자였던 존슨 총리와 영국 언론 간에 깊어지는 적대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언론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는 존슨 총리의 모습을 보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도 특정 언론들과 갈등을 빚고 있잖아요?

[답변]

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친정부 매체 폭스뉴스를 제외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미 언론 CNN, 뉴욕타임스 등을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고 몰아세웠죠.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을 때인데요.

CNN 기자와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017년 : "(질문할 기회를 주세요.) 조용히 하세요!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당신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은 가짜뉴스니까!"]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을 땐 백악관 대변인이 비공식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 CNN, 폴리티코 등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들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영국 총리실 일과 비슷하죠?

'사기 뉴스 CN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CNN 기자를 때려눕히는 합성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자신과 설전을 벌인 기자를 백악관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국 노동당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존슨 총리에게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존슨 총리가 언론의 감시를 피하려고 트럼프한테서 수입한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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