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보존하기 위해 사냥?”…‘트로피 사냥’ 논란

입력 2020.02.17 (10:47) 수정 2020.02.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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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시용으로 즐기는 트로피 사냥 후 죽은 동물들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들.

소셜미디어 상에서 종종 논란이 되곤 하죠.

트로피 사냥에 대한 찬반 논쟁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실물 크기로 박제된 대형 야생 동물들.

전시품 아래엔 사냥한 사람의 이름과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습니다.

모두 '트로피 사냥'의 전리품들입니다.

[마이클 비제커/잠입 취재 기자 : "미국의 가장 큰 사냥협회 국제사파리클럽(SCI)은 매년 트로피 사냥 박람회를 열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회원이 찾습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대형동물 사냥 박람회.

이곳에선 트로피 사냥품과 장비 등의 전시와 관련 세미나, 사냥 여행상품의 판매가 이뤄집니다.

[여행 상품 판매원 : "이것들은 전부 인공 번식된 사자들입니다. (어떤 거요?) 이 사자들 전부요. (전부 인공 번식된 거에요?)"]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등 인기 있는 동물들을 사냥하려면 적게는 수천에서 억 단위까지 가격이 올라갑니다.

부자들의 잔인한 유흥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판매원 : "이것은 작년꺼고, 10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였어요."]

[손님 : "10만 달러요?"]

트로피 사냥은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늙고 번식능력이 떨어진 동물들만을 사냥 대상으로 하는데요.

사냥을 위해 인공 번식시킨 동물들을 울타리가 있는 지역에 풀어 놓고 총을 쏘는 이른바 '통조림 사냥'도 늘고 있습니다.

[판매원 : "포로 상태로 있는 거죠. 사냥을 위해 키워져 사냥터에 풀어놓는 겁니다."]

트로피 사냥을 하는 절대 다수는 미국인으로,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논쟁거리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재미 삼아 사냥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금지조치들을 연이어 해제했습니다.

사냥 찬반론자들의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200개가 넘는 동물 박제가 가득한 이 집의 주인은 트로피 사냥 전리품 수집이 취미입니다.

[존 스베겐 /박제 수집가 : "저는 트로피 사냥을 직접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전리품을 사서 한 번 더 즐깁니다."]

그를 비롯한 사냥 옹호론자들은 트로피 사냥이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을 보존하는 '자연보호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사냥을 합법화하면 밀렵이 줄어들게 되고, 대가로 지불되는 비용이 아프리카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데요.

실제로 트로피 사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각국의 거대한 수입원입니다.

[조피 램프레흐트/전문 사냥꾼 : "우리는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입니다. 그들이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재미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동물보존이란 결과를 위해 동물의 생명윤리가 무시돼선 안된다는 건데요.

게다가 트로피 사냥이 오히려 야생 동물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반박합니다.

[제프 플로큰/국제 동물 복지 기금 북미 지역 담당자 : "멸종위기 동물들이 트로피 사냥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트로피 사냥으로 사망한 코끼리, 사자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 한다는 트로피 사냥.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인간의 쾌락을 위해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한 변명은 아닌지 되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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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보존하기 위해 사냥?”…‘트로피 사냥’ 논란
    • 입력 2020-02-17 10:58:06
    • 수정2020-02-17 11:08:34
    지구촌뉴스
[앵커]

과시용으로 즐기는 트로피 사냥 후 죽은 동물들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들.

소셜미디어 상에서 종종 논란이 되곤 하죠.

트로피 사냥에 대한 찬반 논쟁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실물 크기로 박제된 대형 야생 동물들.

전시품 아래엔 사냥한 사람의 이름과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습니다.

모두 '트로피 사냥'의 전리품들입니다.

[마이클 비제커/잠입 취재 기자 : "미국의 가장 큰 사냥협회 국제사파리클럽(SCI)은 매년 트로피 사냥 박람회를 열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회원이 찾습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대형동물 사냥 박람회.

이곳에선 트로피 사냥품과 장비 등의 전시와 관련 세미나, 사냥 여행상품의 판매가 이뤄집니다.

[여행 상품 판매원 : "이것들은 전부 인공 번식된 사자들입니다. (어떤 거요?) 이 사자들 전부요. (전부 인공 번식된 거에요?)"]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등 인기 있는 동물들을 사냥하려면 적게는 수천에서 억 단위까지 가격이 올라갑니다.

부자들의 잔인한 유흥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판매원 : "이것은 작년꺼고, 10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였어요."]

[손님 : "10만 달러요?"]

트로피 사냥은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늙고 번식능력이 떨어진 동물들만을 사냥 대상으로 하는데요.

사냥을 위해 인공 번식시킨 동물들을 울타리가 있는 지역에 풀어 놓고 총을 쏘는 이른바 '통조림 사냥'도 늘고 있습니다.

[판매원 : "포로 상태로 있는 거죠. 사냥을 위해 키워져 사냥터에 풀어놓는 겁니다."]

트로피 사냥을 하는 절대 다수는 미국인으로,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논쟁거리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재미 삼아 사냥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금지조치들을 연이어 해제했습니다.

사냥 찬반론자들의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200개가 넘는 동물 박제가 가득한 이 집의 주인은 트로피 사냥 전리품 수집이 취미입니다.

[존 스베겐 /박제 수집가 : "저는 트로피 사냥을 직접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전리품을 사서 한 번 더 즐깁니다."]

그를 비롯한 사냥 옹호론자들은 트로피 사냥이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을 보존하는 '자연보호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사냥을 합법화하면 밀렵이 줄어들게 되고, 대가로 지불되는 비용이 아프리카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데요.

실제로 트로피 사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각국의 거대한 수입원입니다.

[조피 램프레흐트/전문 사냥꾼 : "우리는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입니다. 그들이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재미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동물보존이란 결과를 위해 동물의 생명윤리가 무시돼선 안된다는 건데요.

게다가 트로피 사냥이 오히려 야생 동물들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반박합니다.

[제프 플로큰/국제 동물 복지 기금 북미 지역 담당자 : "멸종위기 동물들이 트로피 사냥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트로피 사냥으로 사망한 코끼리, 사자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 한다는 트로피 사냥.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인간의 쾌락을 위해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한 변명은 아닌지 되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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