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인데 음성 통보”…보건 행정‘구멍’

입력 2020.03.09 (21:43) 수정 2020.03.0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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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건소의 실수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음성이라고 통보받는 바람에 가족들까지 감염됐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대구에선 행정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승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아본 50대 남성 손 모 씨.

지난달 21일 보건소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쓸어내리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다음날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날 통보는 잘못 전달된 것이었고, 확진자가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들도 깜짝 놀라 부랴부랴 검사를 받았고, 아내와 아들이 양성 판정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손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소리 지르고 되게... (우리가) 엄청 뭐라 했어요. (보건소에서는) 죄송하대요. 그냥. 어떻게 책임질 거냐..."]

70대 남성 신 모 씨.

지난 1일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적 있고, 산소통에 의존하는 기저질환자인데, 병실이 나지 않는 바람에 1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정성스레 간호하던 아들이 확진자가 됐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위생용품도 제공받지 못하는 등 관리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신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진짜 안 좋은 상황이어도 대구에서는 이미 자체적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위생물품이 제공됐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사는 노모와 3살 딸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대구 달서구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인력을 계속 투입해도 과부하 걸린 상태여서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서 계속 추가할 것 추가하는데도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지난달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14번째 사망자의 딸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장례 직후인 지난 2일 느닷없이 자가격리 통보가 온 겁니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딸 :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확진 사망자) 가족이기 때문에 (음성이라도)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이 끊이지 않는 대구에선, 열악한 보건환경에 행정착오까지 겹쳐, 애꿎은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만 쌓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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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인데 음성 통보”…보건 행정‘구멍’
    • 입력 2020-03-09 21:45:47
    • 수정2020-03-09 22:13:34
    뉴스 9
[앵커]

보건소의 실수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음성이라고 통보받는 바람에 가족들까지 감염됐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대구에선 행정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승목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아본 50대 남성 손 모 씨.

지난달 21일 보건소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쓸어내리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다음날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날 통보는 잘못 전달된 것이었고, 확진자가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들도 깜짝 놀라 부랴부랴 검사를 받았고, 아내와 아들이 양성 판정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손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소리 지르고 되게... (우리가) 엄청 뭐라 했어요. (보건소에서는) 죄송하대요. 그냥. 어떻게 책임질 거냐..."]

70대 남성 신 모 씨.

지난 1일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적 있고, 산소통에 의존하는 기저질환자인데, 병실이 나지 않는 바람에 1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정성스레 간호하던 아들이 확진자가 됐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위생용품도 제공받지 못하는 등 관리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신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진짜 안 좋은 상황이어도 대구에서는 이미 자체적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위생물품이 제공됐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사는 노모와 3살 딸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대구 달서구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인력을 계속 투입해도 과부하 걸린 상태여서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서 계속 추가할 것 추가하는데도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지난달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14번째 사망자의 딸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장례 직후인 지난 2일 느닷없이 자가격리 통보가 온 겁니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딸 :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확진 사망자) 가족이기 때문에 (음성이라도)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이 끊이지 않는 대구에선, 열악한 보건환경에 행정착오까지 겹쳐, 애꿎은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만 쌓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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