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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K] ‘현대차 늑장 리콜’, 처벌 말라는 국회?
입력 2020.03.21 (07:03) 수정 2020.03.21 (07:04) 국회감시K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이번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2,883건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이 기사에서 다루는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15,025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됐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기사를 읽으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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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한국만 '늑장 리콜'?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발견하고도 리콜을 바로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자동차 관리법 제78조). 이른바 '늑장 리콜'을 하면 안 된다는 법입니다.

그럼 늑장 리콜이란 무엇일까요.

2015년 미국,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자동차에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현대차는 엔진 문제라고 인정하고 리콜해줬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현대차, "국내 차 엔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뒤에야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리콜합니다.

국내에서만 '늑장 리콜'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국토부가 고발했습니다. 지난해 2월, 검찰이 현대차 압수수색을 시작했습니다.


■ 현대차 "처벌하는 법이 문제다"...마침 국회에선?

현대차는 "법이 문제다"라는 입장을 계속 밝혔습니다. '늦었더라도 우리는 리콜을 <스스로> 했는데 처벌까지 받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법안 문제라면 국회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들이 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모두 뒤져봤습니다.

현대차 압수수색 석 달 뒤인 지난해 5월,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민경욱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 모두 리콜 관련 '처벌 조항'을 바꾸자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결함을 알고도 은폐하거나 지체없이 시정하지 않으면 처벌한다]
→ [정부의 시정 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한다]


즉, 늑장리콜 처벌 조항을 없앤 거죠.

민 의원은 이 처벌 조항 하나만 콕 집어서 개정안을 냈습니다. 이 조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회의록을 보시죠.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상훈 의원은 현대차와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BMW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책임은 피하고 무조건 제작사 책임을 묻도록 기존 법안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리콜은 국내 연구기관에서 결함 여부를 직접 조사해서 판정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 자동차산업협회, 외국 입법례, 법조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서 개정안을 여러 건 냈다. 어느 한 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규정이기 때문에 판단했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

민경욱 의원은 '현대차 로비가 있었냐'고 묻자 "억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민 의원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법안 개정을 위해) 다 뛰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가장 열심히 뛴 게 현대차냐'고 물었더니 "현대차가 아무래도 크고 현대이기 때문에"라며 "다른 회사 대관들은 국회에 잘 안 오고 협회가 대신 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습니다.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민 의원과 '청와대 시절' 인연이 있어 열심히 뛰었다는 겁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조직입니다.


"현대차, 개정 요구했다"

"현대차 법안 발의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법안에 대해 내가 이의제기 한 거에 대해서 (현대가) 답을 못했다. '내가 양심상 못하겠다.' 그때 그렇게 전달했다. 나는 소비자들이 빨리 보상받고 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발의를 안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현대차는 국토부에도 입장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현대차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늑장 리콜 처벌'이 없어진다면?

국토부 등이 반대하면서 처벌 조항 개정은 일단 보류됐습니다. 국회 전문위원과 국토부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이 처벌 조항을 바꿀 수 없는 이유, 이랬습니다.

첫째, 국민 안전 보호가 먼저라는 이유입니다. 만약 '늑장 리콜' 처벌이 없다면, 정부가 조사하고 리콜 명령을 강제로 내릴 때까지 업체가 소비자에게 문제를 은폐하거나 꾸물거린다는 거죠. 현대차의 경우 국토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할 때쯤에야 리콜했습니다.

둘째, 현대차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사 중에 처벌 조항을 바꾸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합니다. 소급 적용이 안 되더라도 법이 개정되면, 현대차로서는 "개정될 정도로 잘못된 법 때문에 수사를 받았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안도 그 발의 취지는 일리가 있습니다.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맡길 게 아니라, 정부나 외부 공식기관이 관여해 결함을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시정명령을 어긴 업체에 대한 처벌조항도 추가로 있어야겠죠. 하지만 대표적인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체와 그 회장님이, 이 문제로 수사 받으면서 국회에 처벌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면…. 글쎄요.

이 모든 일에 대한 현대차 입장은 "법이 잘못됐다는 건 '자동차 업계'의 입장이다. 국회에 발의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였습니다.

지난해 7월 검찰은 현대차와 전직 고위 임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건강 상태가 나빠 조사를 할 수 없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수사하겠다는 뜻입니다.

현대차는 재판에서도 법이 문제라며 '위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법, 새로 꾸려질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바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 [국회감시K] ‘현대차 늑장 리콜’, 처벌 말라는 국회?
    • 입력 2020-03-21 07:03:32
    • 수정2020-03-21 07:04:26
    국회감시K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획 보도, 이번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2,883건으로, 이 가운데 3분의 1인 7,858건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습니다(2020년 3월 16일 기준). 이 기사에서 다루는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15,025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됐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기사를 읽으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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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K] "국회가 바로잡아주세요" 호소…15명만 응답했다



■ 현대자동차, 한국만 '늑장 리콜'?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발견하고도 리콜을 바로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자동차 관리법 제78조). 이른바 '늑장 리콜'을 하면 안 된다는 법입니다.

그럼 늑장 리콜이란 무엇일까요.

2015년 미국,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자동차에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현대차는 엔진 문제라고 인정하고 리콜해줬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현대차, "국내 차 엔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뒤에야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리콜합니다.

국내에서만 '늑장 리콜'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국토부가 고발했습니다. 지난해 2월, 검찰이 현대차 압수수색을 시작했습니다.


■ 현대차 "처벌하는 법이 문제다"...마침 국회에선?

현대차는 "법이 문제다"라는 입장을 계속 밝혔습니다. '늦었더라도 우리는 리콜을 <스스로> 했는데 처벌까지 받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법안 문제라면 국회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들이 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모두 뒤져봤습니다.

현대차 압수수색 석 달 뒤인 지난해 5월,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민경욱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 모두 리콜 관련 '처벌 조항'을 바꾸자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결함을 알고도 은폐하거나 지체없이 시정하지 않으면 처벌한다]
→ [정부의 시정 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한다]


즉, 늑장리콜 처벌 조항을 없앤 거죠.

민 의원은 이 처벌 조항 하나만 콕 집어서 개정안을 냈습니다. 이 조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주요 논의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회의록을 보시죠.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상훈 의원은 현대차와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BMW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책임은 피하고 무조건 제작사 책임을 묻도록 기존 법안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리콜은 국내 연구기관에서 결함 여부를 직접 조사해서 판정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 자동차산업협회, 외국 입법례, 법조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서 개정안을 여러 건 냈다. 어느 한 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규정이기 때문에 판단했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

민경욱 의원은 '현대차 로비가 있었냐'고 묻자 "억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민 의원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법안 개정을 위해) 다 뛰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가장 열심히 뛴 게 현대차냐'고 물었더니 "현대차가 아무래도 크고 현대이기 때문에"라며 "다른 회사 대관들은 국회에 잘 안 오고 협회가 대신 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습니다.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민 의원과 '청와대 시절' 인연이 있어 열심히 뛰었다는 겁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조직입니다.


"현대차, 개정 요구했다"

"현대차 법안 발의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법안에 대해 내가 이의제기 한 거에 대해서 (현대가) 답을 못했다. '내가 양심상 못하겠다.' 그때 그렇게 전달했다. 나는 소비자들이 빨리 보상받고 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발의를 안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현대차는 국토부에도 입장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현대차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늑장 리콜 처벌'이 없어진다면?

국토부 등이 반대하면서 처벌 조항 개정은 일단 보류됐습니다. 국회 전문위원과 국토부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이 처벌 조항을 바꿀 수 없는 이유, 이랬습니다.

첫째, 국민 안전 보호가 먼저라는 이유입니다. 만약 '늑장 리콜' 처벌이 없다면, 정부가 조사하고 리콜 명령을 강제로 내릴 때까지 업체가 소비자에게 문제를 은폐하거나 꾸물거린다는 거죠. 현대차의 경우 국토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할 때쯤에야 리콜했습니다.

둘째, 현대차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사 중에 처벌 조항을 바꾸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합니다. 소급 적용이 안 되더라도 법이 개정되면, 현대차로서는 "개정될 정도로 잘못된 법 때문에 수사를 받았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안도 그 발의 취지는 일리가 있습니다.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맡길 게 아니라, 정부나 외부 공식기관이 관여해 결함을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시정명령을 어긴 업체에 대한 처벌조항도 추가로 있어야겠죠. 하지만 대표적인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체와 그 회장님이, 이 문제로 수사 받으면서 국회에 처벌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면…. 글쎄요.

이 모든 일에 대한 현대차 입장은 "법이 잘못됐다는 건 '자동차 업계'의 입장이다. 국회에 발의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였습니다.

지난해 7월 검찰은 현대차와 전직 고위 임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건강 상태가 나빠 조사를 할 수 없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수사하겠다는 뜻입니다.

현대차는 재판에서도 법이 문제라며 '위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법, 새로 꾸려질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바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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