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어서? 술에 취해서?…“선거 벽보 훼손은 범죄”

입력 2020.04.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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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2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길거리에는 후보자들의 간략한 신상 정보가 담긴 선거 벽보가 붙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장소의 건물이나 외벽 등 전국 8만 6천 370여 곳에 선거 벽보를 게시했습니다.

선거 벽보는 비교적 낮은 곳에 설치돼 있다 보니, 훼손되는 일도 잦습니다.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철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비웃듯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일주일 만에 전국에서 각종 훼손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의 한 어린이공원 벽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30대 남성이 잡아 뜯어 훼손하고 있다.지난 2일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의 한 어린이공원 벽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30대 남성이 잡아 뜯어 훼손하고 있다.

■ 홧김에? 장난삼아서?…"모두 처벌 대상"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2일 밤 9시 30분쯤 부산 사하구 괴정동 한 인도에서 40대 남성 A 씨가 벽면에 부착된 벽보를 맥가이버 칼로 훼손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불경기에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에선 어린이공원 벽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잡아 뜯어 훼손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만취해 걸어가던 중 선거 벽보를 보고서 잡아당겼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지역구 여성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이 후보의 벽보에는 '당신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해당 후보의 벽보만 훼손된 겁니다.

해당 후보 측 관계자는 "얼굴 부위를 특정해 난도질한 것은 의도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구에 출마한 유일한 여성이자 20대, 페미니스트인 후보에 대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오늘(8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벽보나 현수막 훼손 사건은 모두 126건입니다.

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한 대로변에서 60대 남성이 선거 벽보를 흉기로 훼손하고 있다.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한 대로변에서 60대 남성이 선거 벽보를 흉기로 훼손하고 있다.

■ 선거 벽보 훼손했다고 설마 구속까지?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특정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벽 시간 동네를 돌며 선거 벽보 12개를 훼손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보다가 자기 생각과 다른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특정 후보 3명의 선거 벽보 사진에 'X'자를 그어 훼손했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는 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경찰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면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 담벼락에 동의 없이 붙여둔 선거 벽보도 임의로 철거해도 될까요? 역시 처벌 대상입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 벽보는 집주인이나 관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문을 현수막이 가린다는 이유로 훼손한 50대 남성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현수막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벽보가 훼손돼 있어도 함부로 철거하면 안 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경우 우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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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기 싫어서? 술에 취해서?…“선거 벽보 훼손은 범죄”
    • 입력 2020-04-09 17:30:08
    취재K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2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길거리에는 후보자들의 간략한 신상 정보가 담긴 선거 벽보가 붙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통행이 잦은 장소의 건물이나 외벽 등 전국 8만 6천 370여 곳에 선거 벽보를 게시했습니다.

선거 벽보는 비교적 낮은 곳에 설치돼 있다 보니, 훼손되는 일도 잦습니다.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철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비웃듯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일주일 만에 전국에서 각종 훼손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의 한 어린이공원 벽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30대 남성이 잡아 뜯어 훼손하고 있다.
■ 홧김에? 장난삼아서?…"모두 처벌 대상"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2일 밤 9시 30분쯤 부산 사하구 괴정동 한 인도에서 40대 남성 A 씨가 벽면에 부착된 벽보를 맥가이버 칼로 훼손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불경기에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에선 어린이공원 벽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잡아 뜯어 훼손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만취해 걸어가던 중 선거 벽보를 보고서 잡아당겼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엔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지역구 여성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이 후보의 벽보에는 '당신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해당 후보의 벽보만 훼손된 겁니다.

해당 후보 측 관계자는 "얼굴 부위를 특정해 난도질한 것은 의도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구에 출마한 유일한 여성이자 20대, 페미니스트인 후보에 대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오늘(8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벽보나 현수막 훼손 사건은 모두 126건입니다.

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한 대로변에서 60대 남성이 선거 벽보를 흉기로 훼손하고 있다.
■ 선거 벽보 훼손했다고 설마 구속까지?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특정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벽 시간 동네를 돌며 선거 벽보 12개를 훼손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보다가 자기 생각과 다른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특정 후보 3명의 선거 벽보 사진에 'X'자를 그어 훼손했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는 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경찰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면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 담벼락에 동의 없이 붙여둔 선거 벽보도 임의로 철거해도 될까요? 역시 처벌 대상입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 벽보는 집주인이나 관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문을 현수막이 가린다는 이유로 훼손한 50대 남성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현수막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벽보가 훼손돼 있어도 함부로 철거하면 안 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경우 우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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