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준연동제 결과 ‘거꾸로’…거대 양당체제 심화

입력 2020.04.16 (18:18) 수정 2020.04.1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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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이후 첫 선거, '다당제 정착'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거꾸로였습니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에 정당 투표가 쏠리면서 양당 체제는 더 공고해졌습니다.

'거대 양당' 전체 의석의 94%...제3정당 실종·양극화 극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룡 여당'의 출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의석을 포함해 단독으로 180석,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을 달성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포함해 개헌 저지선을 약간 넘긴 103석을 확보했습니다. 양 정당 의석을 합하면 283석, 전체 의석의 94.3%에 달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제3정당의 반열에 올라선 정당은 없었습니다. 정의당은 전체 6석으로 겨우 현상 유지에 그쳤고,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비례의석 3석씩만을 차지했을 뿐입니다.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은 5석을 얻었습니다. 선거 직전 20대 국회 원내 정당이 12개 정당으로 난립했던 것에 비하면, 21대 국회 원내 정당은 7개 정당으로 단출해졌습니다.


비례대표 양당이 싹쓸이...20대 총선보다 '쏠림 현상' 심해져

비례대표 의석만 따로 보면, 미래한국당이 19석(정당 득표율 33.8%)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더불어시민당이 17석(33.4%)으로 뒤따랐습니다. 이어서 정의당 5석 (9.7%), 국민의당 3석 (6.8%), 열린민주당 3석 (5.4%) 순이었습니다. 비례의석까지 양당으로 표가 쏠리면서, 20대 총선 때보다 거대 양당과 소수 정당들 간 양극화는 심해졌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정당 득표율 26.7%로 정당투표 2위를 차지했던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역구는 포기하고 비례대표 후보만 냈건만, 단 3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정의당은 비례 의석에서 지난 총선보다 1석을 더 얻긴 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얻은 이득은 미미했습니다. 양대 정당 세력이 엇비슷할 때, 소수 정당이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가 들어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180석 '공룡 여당'...'패스트트랙' 단독 처리 가능

각 정당의 성적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21대 국회 운영이 어떻게 될지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여당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 180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만 163석을 얻어 과반을 달성하고, 더불어시민당의 비례의석 17석까지 포함해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단일 정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한 건 1987년 개헌 이후 33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포함해 123석을 차지했는데, 이번 총선에선 무려 57석이나 더 얻었습니다.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입장이 달라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않아도, 여당 의원 180명이 동의하면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범여권 정당의 협조 없이도 말입니다. 이에 따라 여당은 200석이 필요한 개헌을 제외하고, 나머지 입법활동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서면,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 또한 강제로 중단시킬 수도 있습니다.

통합당 역사상 첫 4연패...주도권 뺏긴 채 '개헌 저지선'만 확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에 비례의석 19석까지 103석을 차지했습니다.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100석을 겨우 넘겼습니다. 보수 진영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전국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4연패 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지만, 민심은 야당을 심판했습니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 당시 전신인 새누리당이 얻은 122석에서 19석을 잃었습니다.


이 같은 정치 지형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후반기 레임덕 우려 없이, 주요 국정과제를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장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예산안 처리는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위한 개혁 입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의당 물 건너간 '교섭단체 꿈'...민생당 0석 '공중분해' 위기

원내교섭단체 지위로 오르길 기대했던 정의당의 꿈은 이번에도 좌절됐습니다. 지역구 1석, 비례의석 5석으로 모두 6석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 때와 같은 의석수에 그쳤습니다. 선거법 개정에 가장 앞장섰지만, 돌아온 건 없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은 민생당에 있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석 20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의석 모두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주요 공략 대상이었던 호남권에서조차 1석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광주 서구을 천정배, 전남 목포 박지원, 전북 전주병 정동영 등 현역 다선의원들도 의석을 뺏겼습니다. 의석수 0석,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며 그야말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습니다.

4년 전 지역구 포함 38석의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3석으로 원내 재진입하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권을 꿈꿨던 안철수 대표의 향후 입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여론조사에서 10% 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던 열린민주당,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초라했습니다. 비례대표 3석, 정당 득표율로 보면 국민의당보다도 뒤집니다. 이 밖의 다른 군소 정당들은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노린 군소정당들이 난립해 정당 투표에 참여한 정당만 35개에 이르렀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5개 정당밖에 없었습니다.

선거법 개정 취지 퇴색..."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재정비해야"

다당제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결과는 거대 여당을 위시한 양당 독주체제 강화로 드러났습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이른바 꼼수 대결을 펼치며 모두 비례정당을 만든 결과입니다. 군소정당들의 몰락에 따라 원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정당마저 사라지면서, 양당 독주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는 쟁점 사안을 두고 여야 간 대치가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애초 취지는 승자 독식으로 소수 정당의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정하자는 취지였는데, 개정된 선거법은 거대 정당의 세 불리기에 악용됐다"고 지적합니다. 김만흠 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원적으로 재정비해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확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양당체제 회귀로 나타난 총선 결과, 21대 국회에서 다시 선거법 개정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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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6 18:18:44
    • 수정2020-04-16 18: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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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이후 첫 선거, '다당제 정착'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거꾸로였습니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에 정당 투표가 쏠리면서 양당 체제는 더 공고해졌습니다. '거대 양당' 전체 의석의 94%...제3정당 실종·양극화 극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룡 여당'의 출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의석을 포함해 단독으로 180석,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을 달성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포함해 개헌 저지선을 약간 넘긴 103석을 확보했습니다. 양 정당 의석을 합하면 283석, 전체 의석의 94.3%에 달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제3정당의 반열에 올라선 정당은 없었습니다. 정의당은 전체 6석으로 겨우 현상 유지에 그쳤고,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비례의석 3석씩만을 차지했을 뿐입니다.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은 5석을 얻었습니다. 선거 직전 20대 국회 원내 정당이 12개 정당으로 난립했던 것에 비하면, 21대 국회 원내 정당은 7개 정당으로 단출해졌습니다. 비례대표 양당이 싹쓸이...20대 총선보다 '쏠림 현상' 심해져 비례대표 의석만 따로 보면, 미래한국당이 19석(정당 득표율 33.8%)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더불어시민당이 17석(33.4%)으로 뒤따랐습니다. 이어서 정의당 5석 (9.7%), 국민의당 3석 (6.8%), 열린민주당 3석 (5.4%) 순이었습니다. 비례의석까지 양당으로 표가 쏠리면서, 20대 총선 때보다 거대 양당과 소수 정당들 간 양극화는 심해졌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정당 득표율 26.7%로 정당투표 2위를 차지했던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역구는 포기하고 비례대표 후보만 냈건만, 단 3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정의당은 비례 의석에서 지난 총선보다 1석을 더 얻긴 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얻은 이득은 미미했습니다. 양대 정당 세력이 엇비슷할 때, 소수 정당이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가 들어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180석 '공룡 여당'...'패스트트랙' 단독 처리 가능 각 정당의 성적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21대 국회 운영이 어떻게 될지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여당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 180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만 163석을 얻어 과반을 달성하고, 더불어시민당의 비례의석 17석까지 포함해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단일 정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한 건 1987년 개헌 이후 33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포함해 123석을 차지했는데, 이번 총선에선 무려 57석이나 더 얻었습니다.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입장이 달라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않아도, 여당 의원 180명이 동의하면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범여권 정당의 협조 없이도 말입니다. 이에 따라 여당은 200석이 필요한 개헌을 제외하고, 나머지 입법활동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서면,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 또한 강제로 중단시킬 수도 있습니다. 통합당 역사상 첫 4연패...주도권 뺏긴 채 '개헌 저지선'만 확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에 비례의석 19석까지 103석을 차지했습니다.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100석을 겨우 넘겼습니다. 보수 진영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전국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4연패 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지만, 민심은 야당을 심판했습니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 당시 전신인 새누리당이 얻은 122석에서 19석을 잃었습니다. 이 같은 정치 지형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후반기 레임덕 우려 없이, 주요 국정과제를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장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예산안 처리는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위한 개혁 입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의당 물 건너간 '교섭단체 꿈'...민생당 0석 '공중분해' 위기 원내교섭단체 지위로 오르길 기대했던 정의당의 꿈은 이번에도 좌절됐습니다. 지역구 1석, 비례의석 5석으로 모두 6석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 때와 같은 의석수에 그쳤습니다. 선거법 개정에 가장 앞장섰지만, 돌아온 건 없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은 민생당에 있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의석 20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민생당은 지역구와 비례의석 모두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주요 공략 대상이었던 호남권에서조차 1석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광주 서구을 천정배, 전남 목포 박지원, 전북 전주병 정동영 등 현역 다선의원들도 의석을 뺏겼습니다. 의석수 0석,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며 그야말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습니다. 4년 전 지역구 포함 38석의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3석으로 원내 재진입하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권을 꿈꿨던 안철수 대표의 향후 입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여론조사에서 10% 넘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던 열린민주당,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초라했습니다. 비례대표 3석, 정당 득표율로 보면 국민의당보다도 뒤집니다. 이 밖의 다른 군소 정당들은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노린 군소정당들이 난립해 정당 투표에 참여한 정당만 35개에 이르렀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5개 정당밖에 없었습니다. 선거법 개정 취지 퇴색..."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재정비해야" 다당제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선거법을 개정했지만, 결과는 거대 여당을 위시한 양당 독주체제 강화로 드러났습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이른바 꼼수 대결을 펼치며 모두 비례정당을 만든 결과입니다. 군소정당들의 몰락에 따라 원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정당마저 사라지면서, 양당 독주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는 쟁점 사안을 두고 여야 간 대치가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애초 취지는 승자 독식으로 소수 정당의 사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정하자는 취지였는데, 개정된 선거법은 거대 정당의 세 불리기에 악용됐다"고 지적합니다. 김만흠 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원적으로 재정비해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확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양당체제 회귀로 나타난 총선 결과, 21대 국회에서 다시 선거법 개정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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