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하려는 줄도 몰랐어요”…배려없는 절차에 유족 항의

입력 2020.05.01 (19:02) 수정 2020.05.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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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천 화재 현장에선 지문이 훼손돼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사망자가 9명이었습니다.

이 중 DNA 검사로 일부 사망자 신원이 오늘 아침 확인됐는데, 유가족에게 신원 확인을 알리기도 전에 부검을 하겠다는 통보가 먼저 돼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유족들은 명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사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이 난 건물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담당한 매제.

1년 전 여동생과 짝을 맺어 집안에선 친자식같은 사위였습니다.

[박칠성/유가족 : "효자예요. 저희 부모님한테 너무 잘해서... 저도 부모님한테 잘 못하는데 우리 매제가 너무 잘해서 항상 고마웠거든요... 얼마 전에도 같이 술 한잔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문 훼손으로 신원 확인조차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흐렀고, 이틀 만에 받은 연락은 부검을 위해 원주 국과수로 시신을 이송하고 있단 거였습니다.

신원 확인도 안 해주고 부검 먼저 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신원 확인이 되면 제일 먼저 유가족한테 알려주시겠다고 이천시장님도 나와서 얘기해주고 그랬어요. (부검을) 참관하려면 오고 참관 안 하려면 오지 말래요. 저희는 부검하라고 한 적 없어요."]

오늘 아침 신원이 확인된 4명의 유가족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 부검 소식만 통보된 겁니다.

[임지환/경기 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장 : "혈액 채취를 통해서도 사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면 부검을 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

사인 파악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엔 유가족 동의 없이도 부검이 가능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 경찰은 끝내 사과해야 했습니다.

부검 절차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시공사와 발주처, 감리업체 대표는 유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상섭/시공사 건우 대표 : "관계 행정기관과 적극 협조해 빠른 사고수습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유가족들은 안전대책과 감독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가족협의체를 구성하고 주요 요구사항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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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검하려는 줄도 몰랐어요”…배려없는 절차에 유족 항의
    • 입력 2020-05-01 19:04:50
    • 수정2020-05-01 19: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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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천 화재 현장에선 지문이 훼손돼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사망자가 9명이었습니다.

이 중 DNA 검사로 일부 사망자 신원이 오늘 아침 확인됐는데, 유가족에게 신원 확인을 알리기도 전에 부검을 하겠다는 통보가 먼저 돼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유족들은 명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사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이 난 건물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담당한 매제.

1년 전 여동생과 짝을 맺어 집안에선 친자식같은 사위였습니다.

[박칠성/유가족 : "효자예요. 저희 부모님한테 너무 잘해서... 저도 부모님한테 잘 못하는데 우리 매제가 너무 잘해서 항상 고마웠거든요... 얼마 전에도 같이 술 한잔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문 훼손으로 신원 확인조차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 흐렀고, 이틀 만에 받은 연락은 부검을 위해 원주 국과수로 시신을 이송하고 있단 거였습니다.

신원 확인도 안 해주고 부검 먼저 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신원 확인이 되면 제일 먼저 유가족한테 알려주시겠다고 이천시장님도 나와서 얘기해주고 그랬어요. (부검을) 참관하려면 오고 참관 안 하려면 오지 말래요. 저희는 부검하라고 한 적 없어요."]

오늘 아침 신원이 확인된 4명의 유가족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 부검 소식만 통보된 겁니다.

[임지환/경기 남부지방경찰청 강력계장 : "혈액 채취를 통해서도 사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면 부검을 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

사인 파악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엔 유가족 동의 없이도 부검이 가능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에 경찰은 끝내 사과해야 했습니다.

부검 절차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시공사와 발주처, 감리업체 대표는 유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상섭/시공사 건우 대표 : "관계 행정기관과 적극 협조해 빠른 사고수습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유가족들은 안전대책과 감독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가족협의체를 구성하고 주요 요구사항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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