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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몰래 프로포폴을 챙겨간 간호조무사…동료들이 미행했더니
입력 2020.05.15 (08:33) 수정 2020.05.15 (14:44) 취재K
평소엔 굳게 잠겨 있는 병원 문, 프로포폴에 취한 원장, 프로포폴 투약량을 숨기기 위한 수많은 차명 진료기록부, 이조차 작성되지 않는 비밀스러운 VIP 환자들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이야기,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현금다발 들고 찾아온 VIP…굳게 닫힌 병원 문이 열렸다! (2020.05.13.)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어제(1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도 과거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 2명이 증인으로 나와 직접 겪은 일을 자세히 전했는데요.

지난 기일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증언도 있었습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어쩌면 꽁꽁 닫힌 병원 안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병원 밖 어딘가에서도 수상한 투약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겁니다.

의심과 미행: 사물함 속 수상한 프로포폴…어디로 가는 걸까?

"그때 좀 이상하기도 했어요. 신 실장님 사물함에서 약(프로포폴)이 발견됐기도 했고."

간호조무사 A 씨가 의심을 시작하게 된 건 총괄실장 신 씨의 사물함 속에 있는 프로포폴을 발견했을 때부터입니다. 신 씨는 투약량과 시간을 설정하면 프로포폴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기계를 갑자기 충전하는가 하면, 프로포폴 잔여물이 들어있는 봉지를 가지고 와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포폴을 챙겨 병원을 나서는 것 같은 모습까지 목격되자, 지난해 8월 A 씨와 직원들은 신 씨를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신 씨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말 프로포폴을 외부로 반출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장의 별도 지시가 있었냐고 묻는 변호인 측 질문에 A 씨는 그건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신 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미행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신 씨가 프로포폴을 가지고 밖에 나가는 걸 직접 봤느냐, 증인의 추정이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A 씨는 신 씨 사물함에 프로포폴이 있는 걸 '여러 차례' 발견했고 그 밖에도 의심 정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뒤를 밟아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다툼과 수사: 갑작스러운 실장의 퇴사…그날의 행선지와 'VVIP'

"지난해 9월, 총괄실장 신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를 했죠? 직원들 가운데 병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데다, 원장에게 프로포폴도 투약해주고 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을 관리하는 등 원장과 환자에게 매우 총애를 받아왔는데 갑자기 퇴사한 건 이상했죠? 신 씨의 퇴직 한 달 전부터 원장과 신 씨 사이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죠?"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부터 증언대에 선 병원 직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직원들의 답변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원장과 신 씨 사이가 화기애애했던 이전과 달리 심상치 않았고, 갑작스러운 퇴사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상당히 의문스럽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퇴사'에 사건의 실마리가 녹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직원들의 미행으로 신 씨가 프로포폴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때문에 원장과 신 씨 사이가 틀어졌으며 다음 달 신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하기에 이르렀다는 의심입니다.

게다가 신 씨가 원장 몰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환자들에게 따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줬을 수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밤늦은 시각 간호조무사인 신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면 1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환자도 있었고,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A 씨는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신 씨는 그날 프로포폴을 들고 어디로 갔던 걸까요? 어제 법정에선 미행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정식 처방 없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받는 'VVIP' 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간호조무사 신 씨와 모 대기업 부회장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간호조무사 신 씨와 모 대기업 부회장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

앞서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모 대기업 부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신 씨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신 씨가 원장의 허가 없이 해당 부회장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프로포폴 주사를 놔줬고, 이것이 빌미가 돼 원장이 문제의 '미행 사진'을 근거로 들며 신 씨를 추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측은 지난 2월 공식 입장을 통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며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와 원장 김 씨, 총괄실장 신 씨에 대한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프로포폴을 들고 병원을 나선 신 씨, 그날의 진실은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을까요?
  • 병원서 몰래 프로포폴을 챙겨간 간호조무사…동료들이 미행했더니
    • 입력 2020-05-15 08:33:43
    • 수정2020-05-15 14:44:58
    취재K
평소엔 굳게 잠겨 있는 병원 문, 프로포폴에 취한 원장, 프로포폴 투약량을 숨기기 위한 수많은 차명 진료기록부, 이조차 작성되지 않는 비밀스러운 VIP 환자들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이야기,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현금다발 들고 찾아온 VIP…굳게 닫힌 병원 문이 열렸다! (2020.05.13.)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어제(1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도 과거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 2명이 증인으로 나와 직접 겪은 일을 자세히 전했는데요.

지난 기일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증언도 있었습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어쩌면 꽁꽁 닫힌 병원 안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병원 밖 어딘가에서도 수상한 투약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겁니다.

의심과 미행: 사물함 속 수상한 프로포폴…어디로 가는 걸까?

"그때 좀 이상하기도 했어요. 신 실장님 사물함에서 약(프로포폴)이 발견됐기도 했고."

간호조무사 A 씨가 의심을 시작하게 된 건 총괄실장 신 씨의 사물함 속에 있는 프로포폴을 발견했을 때부터입니다. 신 씨는 투약량과 시간을 설정하면 프로포폴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기계를 갑자기 충전하는가 하면, 프로포폴 잔여물이 들어있는 봉지를 가지고 와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포폴을 챙겨 병원을 나서는 것 같은 모습까지 목격되자, 지난해 8월 A 씨와 직원들은 신 씨를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신 씨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말 프로포폴을 외부로 반출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장의 별도 지시가 있었냐고 묻는 변호인 측 질문에 A 씨는 그건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신 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독자적으로 미행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신 씨가 프로포폴을 가지고 밖에 나가는 걸 직접 봤느냐, 증인의 추정이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A 씨는 신 씨 사물함에 프로포폴이 있는 걸 '여러 차례' 발견했고 그 밖에도 의심 정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뒤를 밟아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다툼과 수사: 갑작스러운 실장의 퇴사…그날의 행선지와 'VVIP'

"지난해 9월, 총괄실장 신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를 했죠? 직원들 가운데 병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데다, 원장에게 프로포폴도 투약해주고 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을 관리하는 등 원장과 환자에게 매우 총애를 받아왔는데 갑자기 퇴사한 건 이상했죠? 신 씨의 퇴직 한 달 전부터 원장과 신 씨 사이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죠?"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부터 증언대에 선 병원 직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직원들의 답변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원장과 신 씨 사이가 화기애애했던 이전과 달리 심상치 않았고, 갑작스러운 퇴사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상당히 의문스럽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퇴사'에 사건의 실마리가 녹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직원들의 미행으로 신 씨가 프로포폴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때문에 원장과 신 씨 사이가 틀어졌으며 다음 달 신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하기에 이르렀다는 의심입니다.

게다가 신 씨가 원장 몰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환자들에게 따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줬을 수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밤늦은 시각 간호조무사인 신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면 1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환자도 있었고,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A 씨는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신 씨는 그날 프로포폴을 들고 어디로 갔던 걸까요? 어제 법정에선 미행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정식 처방 없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받는 'VVIP' 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간호조무사 신 씨와 모 대기업 부회장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간호조무사 신 씨와 모 대기업 부회장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

앞서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모 대기업 부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신 씨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신 씨가 원장의 허가 없이 해당 부회장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프로포폴 주사를 놔줬고, 이것이 빌미가 돼 원장이 문제의 '미행 사진'을 근거로 들며 신 씨를 추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측은 지난 2월 공식 입장을 통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다"며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와 원장 김 씨, 총괄실장 신 씨에 대한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프로포폴을 들고 병원을 나선 신 씨, 그날의 진실은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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