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코로나19 여파…일본, 애보는 아빠 늘어

입력 2020.05.26 (10:48) 수정 2020.05.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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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동제한과 재택근무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빠들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간 일에 밀려 소홀히 했던 집안일의 고단함과 육아의 기쁨을 깨닫게 된 건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일본의 한 가장이 최근 아내로부터 요구받은 집안일 리스트입니다.

남편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설거지' 등 8가지를 적어냈는데, 아내는 '머리카락 줍기', '행주 삶기' 등 무려 190가지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고 했다는데요.

정부 통계국에 따르면 일본의 남편들은 하루에 1시간만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남편의 가사 참여율이 20% 이하'로, 전 세계에서 일본 여성은 유독 많은 가사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다이고 히라가/직장인 : "아빠 일이 매우 바쁩니다. 제 어릴 적과 비교해도 주중엔 도저히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6개월 이상 전액 급여를 지급하는 등 남성 육아휴직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엔 남성 육아휴직률을 13%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기준 6%에 그쳤습니다.

["정부에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나 개인 역량에 특화된 업종들은 대체 인력을 찾기 어려워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집안일에 무심하던 '일본 남편들이 코로나19로 변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이동제한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2살 아이의 아빠 오가와 칸지로 씨.

항상 일로 바빴던 터라 태어나면서부터 여태껏 육아와 가사는 줄곧 아내의 몫이었는데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하나하나 배워가다 보니 이제는 제법 능숙해졌습니다.

[칸지로 오가와/직장인 : "아빠 처음으로 혼자 아이를 목욕시키고, 놀아주면서 생각보다 힘든 일임을 알았습니다. 혼자 목욕을 시키려는데 너무 어렵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가와 씨는 집에 머물며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정상적인 삶이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봉쇄가 해제되고 다시 출퇴근 생활로 돌아가면 회사 일에만 매몰될 것이 걱정돼 6개월간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육아 휴직은 진짜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합니다. 육아에 전적으로 참여하며 진짜 아빠가 된 듯해 굉장히 기쁘고 짜릿한 감정을 느낍니다."]

일본 남편들이 가정보다 일에 더 집중하게 된 데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일본의 경직된 노동 문화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마나부 츠카가오시/남성 육아휴직 장려 단체 대표 : "육아휴직을 희망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남성들도 많습니다."]

여성보다 남성의 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인데요.

남편은 경제적 책임을, 아내는 집안일을 전담하는 구조가 바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회학자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도시 봉쇄가 해제된 뒤에는 지금처럼 아빠들의 육아와 가사 분담이 계속될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집안일과 육아에 눈을 뜬 아빠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남편들은 집안일을 습관화하고 일본의 경직된 기업 문화는 바뀌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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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6 10:52:45
    • 수정2020-05-26 1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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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동제한과 재택근무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빠들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간 일에 밀려 소홀히 했던 집안일의 고단함과 육아의 기쁨을 깨닫게 된 건데요.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일본의 한 가장이 최근 아내로부터 요구받은 집안일 리스트입니다.

남편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설거지' 등 8가지를 적어냈는데, 아내는 '머리카락 줍기', '행주 삶기' 등 무려 190가지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고 했다는데요.

정부 통계국에 따르면 일본의 남편들은 하루에 1시간만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남편의 가사 참여율이 20% 이하'로, 전 세계에서 일본 여성은 유독 많은 가사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다이고 히라가/직장인 : "아빠 일이 매우 바쁩니다. 제 어릴 적과 비교해도 주중엔 도저히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6개월 이상 전액 급여를 지급하는 등 남성 육아휴직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엔 남성 육아휴직률을 13%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기준 6%에 그쳤습니다.

["정부에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나 개인 역량에 특화된 업종들은 대체 인력을 찾기 어려워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집안일에 무심하던 '일본 남편들이 코로나19로 변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이동제한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2살 아이의 아빠 오가와 칸지로 씨.

항상 일로 바빴던 터라 태어나면서부터 여태껏 육아와 가사는 줄곧 아내의 몫이었는데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하나하나 배워가다 보니 이제는 제법 능숙해졌습니다.

[칸지로 오가와/직장인 : "아빠 처음으로 혼자 아이를 목욕시키고, 놀아주면서 생각보다 힘든 일임을 알았습니다. 혼자 목욕을 시키려는데 너무 어렵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가와 씨는 집에 머물며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정상적인 삶이란 생각이 들었는데요.

봉쇄가 해제되고 다시 출퇴근 생활로 돌아가면 회사 일에만 매몰될 것이 걱정돼 6개월간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육아 휴직은 진짜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합니다. 육아에 전적으로 참여하며 진짜 아빠가 된 듯해 굉장히 기쁘고 짜릿한 감정을 느낍니다."]

일본 남편들이 가정보다 일에 더 집중하게 된 데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일본의 경직된 노동 문화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마나부 츠카가오시/남성 육아휴직 장려 단체 대표 : "육아휴직을 희망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남성들도 많습니다."]

여성보다 남성의 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인데요.

남편은 경제적 책임을, 아내는 집안일을 전담하는 구조가 바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회학자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도시 봉쇄가 해제된 뒤에는 지금처럼 아빠들의 육아와 가사 분담이 계속될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집안일과 육아에 눈을 뜬 아빠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남편들은 집안일을 습관화하고 일본의 경직된 기업 문화는 바뀌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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