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숨 쉴 권리도 돈이 좌우…빈곤국 산소 부족

입력 2020.06.26 (10:49) 수정 2020.06.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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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소가 코로나19 치료에 필수품이 되면서 많은 국가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며 가격도 비싸져, 개발도상국에서는 산소를 구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아프리카 기니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알라산 리.

그의 죽음에 기니 시민들의 울분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 후 급성 호흡곤란으로 공립 병원을 찾았지만 '산소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몇 시간 뒤 숨을 거둔 겁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대부분은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 위험에 처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현재 국가 운영 의료시설에서조차 산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아메르 사타르/기니 공중 보건 전문가 : "서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산소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때도 접근이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산소를 필수의료 비품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 국가의 병원들은 액화 형태로 산소를 저장해 두었다 언제든 필요할 때 병상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직접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니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이런 시설을 지을 돈이 없습니다.

유엔의 임시조사 결과, 콩고민주공화국은 전체 의료 시설의 2%, 방글라데시는 7% 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기니 수도의 돈카 공공병원만 해도 액화 산소를 보관할 수 있는 공장 건설안을 오래전에 수립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의료용 산소 생산 공장에서 산소통을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되고 낡아 환자 치료에 제약이 많습니다.

[마마 두 발데/의사 : "매우 많은 양의 산소를 빠르게 공급해 줘야 하는 환자의 경우,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린더 최대치(15L)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미 페루에선 매일 산소 판매 업소마다 긴 줄을 늘어섭니다.

페루인 상당수가 집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어 빈 산소통에 산소를 채워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폴 곤잘레스/페루 코로나19 환자 가족 : "아침 일찍 일어나 산소를 구하러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질 텐데,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페루는 인구 천 명당 병상 수가 2개에도 못 미치고, 입원한다 해도 병원 역시 산소 구하기가 어려워 치료를 못 받긴 마찬가집니다.

[올가 브라보/페루 코로나19 환자 가족 : "병원에 있어도 산소가 없긴 마찬가지라서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입원시키며 2통을 구매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더 늘어가는데 산소 시장의 80%를 소수 국가가 점유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 도상국은 더욱 산소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요.

[빌리 시바헤라/국제 의료 연맹 :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환자를 살리고 싶다면 반드시 산소가 필요합니다."]

생과 사를 가를 호흡할 권리조차 돈에 좌우되는 현실, 팬데믹 속 빈국에선 산소 부족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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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숨 쉴 권리도 돈이 좌우…빈곤국 산소 부족
    • 입력 2020-06-26 10:52:27
    • 수정2020-06-26 1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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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소가 코로나19 치료에 필수품이 되면서 많은 국가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며 가격도 비싸져, 개발도상국에서는 산소를 구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달 아프리카 기니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알라산 리.

그의 죽음에 기니 시민들의 울분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 후 급성 호흡곤란으로 공립 병원을 찾았지만 '산소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몇 시간 뒤 숨을 거둔 겁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대부분은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 위험에 처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현재 국가 운영 의료시설에서조차 산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아메르 사타르/기니 공중 보건 전문가 : "서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산소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가 필요할 때도 접근이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산소를 필수의료 비품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 국가의 병원들은 액화 형태로 산소를 저장해 두었다 언제든 필요할 때 병상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직접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니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이런 시설을 지을 돈이 없습니다.

유엔의 임시조사 결과, 콩고민주공화국은 전체 의료 시설의 2%, 방글라데시는 7% 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기니 수도의 돈카 공공병원만 해도 액화 산소를 보관할 수 있는 공장 건설안을 오래전에 수립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의료용 산소 생산 공장에서 산소통을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되고 낡아 환자 치료에 제약이 많습니다.

[마마 두 발데/의사 : "매우 많은 양의 산소를 빠르게 공급해 줘야 하는 환자의 경우,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린더 최대치(15L)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미 페루에선 매일 산소 판매 업소마다 긴 줄을 늘어섭니다.

페루인 상당수가 집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어 빈 산소통에 산소를 채워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폴 곤잘레스/페루 코로나19 환자 가족 : "아침 일찍 일어나 산소를 구하러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질 텐데,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페루는 인구 천 명당 병상 수가 2개에도 못 미치고, 입원한다 해도 병원 역시 산소 구하기가 어려워 치료를 못 받긴 마찬가집니다.

[올가 브라보/페루 코로나19 환자 가족 : "병원에 있어도 산소가 없긴 마찬가지라서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입원시키며 2통을 구매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더 늘어가는데 산소 시장의 80%를 소수 국가가 점유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 도상국은 더욱 산소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요.

[빌리 시바헤라/국제 의료 연맹 :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환자를 살리고 싶다면 반드시 산소가 필요합니다."]

생과 사를 가를 호흡할 권리조차 돈에 좌우되는 현실, 팬데믹 속 빈국에선 산소 부족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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