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업무 범위’도 못 정한 정부…언제까지 ‘유도’·‘지도’만?

입력 2020.07.09 (10:56) 수정 2020.07.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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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희석 경비원이 세상을 떠난 지 딱 60일 만에 정부 대책이 나왔습니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은 막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건데요. 입주민이 갑질하거나 용역업체가 보호조치 마련하지 않으면 과태료 물릴 수 있게 됐지만, 경비원 문제의 근본 원인인 고용 안정 대책은 여전히 물음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관기사] “참아야죠” 고단한 경비원의 하루…故 최희석 씨가 남긴 숙제 (6월28일 뉴스9)

■경비원 고용안정 대체 언제쯤?…지도와 점검이 해법?

경비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꾹 참아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고용 불안정이었습니다.

정부는 대책에서 "사업장 지도를 통해 경비원 근로계약이 보다 장기간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당장은 지도와 점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150곳 정도를 대상으로 노동관계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지도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거나 신고가 들어온 공동주택을 대상으로는 근로 감독에 나서겠다는 건데요. 아파트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근로감독관 업무량 등을 고려한 수치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경비원 고용승계를 할 경우 해당 아파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적극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지자체 대책보다도 선의에 기댄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지도와 점검을 하려면 강제력을 수반한 제도 및 잣대가 있어야 할 텐데 이 기준을 새로 만든 게 아니다.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정할 건지도 후속 과제로 남았습니다.

현재는 경비원들이 본연의 방범, 순찰 업무뿐만 아니라 분리수거, 택배 정리처럼 관리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게 할 경우 고령의 경비원들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관리업무를 적극 인정해 주게 되면 휴게시간을 늘려서 임금 적게 줄 수 있는 감시단속직 승인을 해 줄 수 없게 됩니다.

정부는 경비원 업무 범위에 따른 고용 영향 평가를 3개월가량 진행한 뒤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 명확화는 빨라야 올해 말이나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 12월쯤에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입주민 갑질 금지·보호조치 마련, 실효성 있을까

입주민 갑질 금지 명문화도 사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대책입니다. 정부 대책은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갑질 금지 넣도록 하고, 이에 따라 개별 아파트들도 관리규약을 개정하게끔 하겠다는 일종의 '숟가락 얹기'란 지적입니다.

갑질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41조에는 콜센터처럼 고객응대업무가 업무의 50%를 넘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사업주의 업무 중단 조치 등 보호조항을 적용하게 해 놨습니다. 여기에 갑질 피해 입은 경비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내년 산안법 개정하겠다는 건데,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경비원은 입주민대표회의에서 고용한 경비용역업체가 사업주가 되는데요. 용역업체가 보호조치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입주민의 갑질 피해를 입은 경비원이 업체에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지, 혹은 경비원이 보호조치를 요구하더라도 이에 응할 업체가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권익위원회까지 나서서 합동으로 내놓은 이번 정부 대책이 경비원 근로환경 개선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경비원들은 정부가 어떻게 단기계약 지양하고, 어떻게 업무 범위 정할 건지 그 구체적 방법이 궁금했을 겁니다. 일각에서 "뭐라고 지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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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원 ‘업무 범위’도 못 정한 정부…언제까지 ‘유도’·‘지도’만?
    • 입력 2020-07-09 10:56:02
    • 수정2020-07-09 10:57:00
    취재K
故 최희석 경비원이 세상을 떠난 지 딱 60일 만에 정부 대책이 나왔습니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은 막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건데요. 입주민이 갑질하거나 용역업체가 보호조치 마련하지 않으면 과태료 물릴 수 있게 됐지만, 경비원 문제의 근본 원인인 고용 안정 대책은 여전히 물음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관기사] “참아야죠” 고단한 경비원의 하루…故 최희석 씨가 남긴 숙제 (6월28일 뉴스9)

■경비원 고용안정 대체 언제쯤?…지도와 점검이 해법?

경비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꾹 참아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고용 불안정이었습니다.

정부는 대책에서 "사업장 지도를 통해 경비원 근로계약이 보다 장기간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당장은 지도와 점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150곳 정도를 대상으로 노동관계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지도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거나 신고가 들어온 공동주택을 대상으로는 근로 감독에 나서겠다는 건데요. 아파트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근로감독관 업무량 등을 고려한 수치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경비원 고용승계를 할 경우 해당 아파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적극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지자체 대책보다도 선의에 기댄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지도와 점검을 하려면 강제력을 수반한 제도 및 잣대가 있어야 할 텐데 이 기준을 새로 만든 게 아니다.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정할 건지도 후속 과제로 남았습니다.

현재는 경비원들이 본연의 방범, 순찰 업무뿐만 아니라 분리수거, 택배 정리처럼 관리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게 할 경우 고령의 경비원들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관리업무를 적극 인정해 주게 되면 휴게시간을 늘려서 임금 적게 줄 수 있는 감시단속직 승인을 해 줄 수 없게 됩니다.

정부는 경비원 업무 범위에 따른 고용 영향 평가를 3개월가량 진행한 뒤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 명확화는 빨라야 올해 말이나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 12월쯤에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입주민 갑질 금지·보호조치 마련, 실효성 있을까

입주민 갑질 금지 명문화도 사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대책입니다. 정부 대책은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갑질 금지 넣도록 하고, 이에 따라 개별 아파트들도 관리규약을 개정하게끔 하겠다는 일종의 '숟가락 얹기'란 지적입니다.

갑질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41조에는 콜센터처럼 고객응대업무가 업무의 50%를 넘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사업주의 업무 중단 조치 등 보호조항을 적용하게 해 놨습니다. 여기에 갑질 피해 입은 경비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내년 산안법 개정하겠다는 건데,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경비원은 입주민대표회의에서 고용한 경비용역업체가 사업주가 되는데요. 용역업체가 보호조치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입주민의 갑질 피해를 입은 경비원이 업체에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지, 혹은 경비원이 보호조치를 요구하더라도 이에 응할 업체가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권익위원회까지 나서서 합동으로 내놓은 이번 정부 대책이 경비원 근로환경 개선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경비원들은 정부가 어떻게 단기계약 지양하고, 어떻게 업무 범위 정할 건지 그 구체적 방법이 궁금했을 겁니다. 일각에서 "뭐라고 지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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